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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칼럼] 광복 77주년을 맞으며

동아시아 과거사에 대한 국제사회 인식 변화에도 일본은 여전히 입장 고수

진솔한 사과 반드시 필요

  • 홍순권 동아대 명예교수
  •  |   입력 : 2022-08-03 19:07:05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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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새 정부가 들어서고 난 이후 외교 현안과 관련해 세간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는 장차 한일 양국 관계가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일 것이다. 아직 이렇다고 할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77번째 맞는 광복절을 전후로 이 문제가 양국 언론의 주요 이슈로 다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일 간의 외교적 갈등은 오랫동안 간헐적으로 지속되어 온 해묵은 문제이지만, 특히 이로 인해 양국 관계가 결정적으로 악화된 것은 2019년 7월 한국을 대상으로 일본 정부가 취한 수출 품목에 대한 규제 조치이다. 이 사건 이후 3년의 시간이 지났지만 양국간의 관계는 종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한일 양국 간 갈등의 근본 원인은 외견상 경제나 안보상의 문제에 앞서 한국 사법부의 일본 전범 기업에 대한 전시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 문제의 해법을 둘러싼 양국 정부 간의 대립, 그리고 더 근본적으로는 일본제국주의의 식민지 지배에 대한 양국 간 역사인식의 괴리, 즉 근대 동아시아 과거사 문제에 대한 인식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수출 규제를 단행한 아베 정권이 물러났다고 해서, 또 한국에서 정권이 교체되었다고 해서 문제의 해결 방안이 쉽게 마련될 것 같지는 않다. 무엇보다 일본 정부의 동아시아 과거사 문제에 대한 태도 변화가 전혀 감지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일본 정부는 이 문제에 대해서 종전의 입장을 확고히 견지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일본 정부가 공들여온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시도가 그 일례일 것이다.

수년 전 일본이 근대 산업유산의 하나로 군함도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 신청을 하는 과정에서 한국인 등 동아시아 민중을 강제 징용한 역사적 사실을 은폐하려 하자 우리 정부와 시민사회가 이에 강력히 반대하고 나섰다. 결국 2015년 유네스코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는 일부 시설에 한국인 등의 강제노역이 있었다는 사실을 군함도 문화유산 안내에 반드시 적시하는 것을 등재 조건으로 제시했고 일본도 수용했다. 그러나 등재 이후 일본 정부는 자신들이 한 약속을 지키지 않아 세계인으로부터 비난 대상이 되었다. 이러했던 일본 정부가 식민지 시기 또 하나의 강제징용 현장이었던 사도광산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 신청을 하면서 논란의 여지가 있어 보이는 근대 부분은 빼고 16~19세기만을 대상으로 하는 꼼수를 보였다. 그러나 이러한 꼼수가 국제사회에서는 통하지 않고 있다. 군함도에 이어 사도광산의 강제징용 역사를 은폐하려는 일본 정부의 노력이 무산되었다고 하니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의 꿈을 완전히 접은 것은 아닌 모양이다.

과거사를 대하는 일본의 이러한 태도와 사뭇 달리 지난달 캐나다를 방문한 교황은 과거 100여 년 전 가톨릭교회가 캐나다 인디언 원주민 어린이에게 자행했던 과거사를 사죄했다. 외신에 의하면 교황은 7월 25일 캐나다 중부 앨버타주 머스쿼치스 마을의 기숙학교 부지를 찾아 과거 이곳에서 행해진 원주민 강제 동화 정책에 가톨릭이 협조한 사실에 대해 사과했다고 한다. 캐나다 원주민 자녀 15만 명 이상을 고유 문화로부터 분리하기 위한 정부 정책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광범위한 폭력, 인권 유린, 성적 학대 등이 이루어졌다는 사실이 지난 2015년 캐나다 진실·화해위원회의 조사를 통해서 세상에 공개되었다. 교황의 사과로 인디언 원주민 관련 과거사 문제가 최종 해결된 것은 아니지만, 진실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진솔한 사과와 용서를 구하며 새로운 미래를 약속하는 캐나다 정부와 가톨릭교회의 노력을 일본 정부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한일 간의 역사 갈등이 지속되는 동안 일본 정부의 태도는 거의 변하지 않은 반면, 동아시아 과거사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식에는 적지 않은 변화가 감지된다. 독일 베를린시 미테구의 소녀상 설치 문제를 두고 한일 양국 간 갈등이 첨예화되었을 때 독일 시민사회가 보인 반응이 그러하고, 최근 한국인 디아스포라 자이니치의 가족사를 그린 이민진의 원작 소설 ‘파친코’가 애플 티비에서 드라마로 방영되어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는 소식도 이러한 국제사회의 인식 변화와 결코 무관하다고만 말할 수는 없어 보인다. 마침 올해로 열아홉 번째 맞는 ‘일본군위안부 해원상생 한마당’ 행사가 오는 12일과 13일 이틀간 부산에서 열린다. 특히 아미르공원에서 열리는 ‘해원상생굿’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중단되었다가 3년 만에 열리는 옥외 행사라서 기대가 크다. 아미르공원이 있는 영도는 소설 파친코의 주인공 순자의 고향이다. 광복절을 앞두고 치러지는 이번 행사의 참여는 동아시아 과거사 청산의 의미를 되새겨 보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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