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차재원의 정치평설] 난국 탈출, 대통령의 공감과 감응부터

  • 국제신문
  •  |   입력 : 2022-08-11 19:49:35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윤석열, 정치 선언 전에 감정(堪政)인증부터’. 지난해 4월 23일 자 국제신문 18면에 실린 ‘차재원 칼럼’의 제목이다. 군사용어의 ‘감항(堪航)인증’이라는 말을 빌려, 당시 정계 입문을 고민 중이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게 이렇게 충고했다. “정치를 감당할 수 있는지를 스스로 냉철하게 따져보는 ‘감정인증’부터 해보라.”

과거 군사용 항공기를 도입할 때 적에 대한 공격무기 등 무장력만 우선으로 따지다 정작 비행기로서의 운항 능력을 놓쳐 사고가 잇따르자 도입된 제도가 감항인증(Airworthiness Certification) 제도. 정치, 그것도 국가를 운영하는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직에 철저한 자기검증도 없이 덤벼들었다간 본인도, 나라도 곤경에 빠뜨릴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었다.

공교롭게도 지난 대선에서 ‘0선’의 정치초보, 전직 검찰총장이 내세운 ‘공정과 상식’이라는 무기는 엄청난 화력을 과시했다. 후보 본인과 처가의 의혹을 겨냥한 집권세력의 총공세, 거대 여당의 ‘퍼주기’식 공약을 이 무기 하나로 방어해냈다. 불과 0.73% 차이 신승. 어쨌든 대선 승리 고지까진 아슬아슬하게 비행에 성공한 셈이었다.

그런데 정작 더 쉬울 거라 판단했을 국정운영이라는 본격 비행에서 ‘윤석열호’는 지금 심각한 난기류에 휘말렸다. 빨리 기체를 수습하라는 경고등이 여기저기서 울리고 있다. 집권 석 달도 전에 20%대로 곤두박질친 지지율이 바로 그것. 거의 모두가 지적하는 가장 큰 원인은 대통령이다. 최근 지지율 악재가 된 문제만 봐도 분명해진다. 국민적 저항에 부딪힌 ‘입학연령 만 5세 하향’. 교육부 업무보고 뒤 “신속히 강구하라”는 대통령의 지시가 최대 화근이 됐다. 정책수요자인 학부모 의견 청취도, 교육현장을 책임진 교육감과 그 흔한 간담회 한번 없었다. 뒤늦게 장관이 철회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백년대계 교육에 대한 신뢰는 무너진 뒤였다.

비상대책위 가동에 이준석 당 대표의 반발로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는 여당의 내홍 사태. 사실 결정적 뇌관으로 작용한 게 대통령의 ‘내부총질’ 메시지였다. “당무에 관여 안 한다.” 여러 차례의 공언과는 다른, 대통령의 속내에 이준석은 ‘양두구육(羊頭狗肉)’이라고 비아냥댔다. 졸지에 대통령 체면은 말이 아니게 됐다. 여기다 관저 공사의 수의계약 업체 의혹과 건진법사 로비설 모두 대통령 부부와의 관계에서 비롯됐다.

이쯤 되면, 당초 감당할 능력도 없이 무작정 정치로 뛰어든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본인도, 나라도 곤경에 빠뜨렸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감정인증’에 미달했으니, 바꾸자고 할 수 있을까.

실제 야권 일각에선 촛불 얘기가 나온다. 하지만 난기류에 휘말렸다고 당장 비행기를 회항시키거나 비상착륙시키지 않는다. 기장 책임하에 자구책을 마련할 시간을 주게 마련이다. 대개 비행기는 자체 노력으로 난기류를 극복하고 정상궤도를 찾게 마련이다. 국민 다수의 생각도 비슷할 게다. 어떻게든 대통령이 현 상황을 감당하고 이겨내길 바랄 것이다. 그래야 국가도, 민생도 조속히 안정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휴가에서 복귀한 대통령도 심기일전을 다짐했다. 제시한 해법의 키워드는 초심과 국민 관점. 바람직해 보인다. 관건은 실천력이다.

먼저 초심은 공정과 상식일 게다. 집권 직후 불거진 검찰 측근의 요직 싹쓸이, 성희롱·간첩조작 연루 비서관, 대통령실의 잇단 사적채용 논란. 불공정과 비상식이라는 질타가 쏟아졌다. 이제껏 그냥 깔아뭉갰다. 대선 당시 절대무기였던 공정과 상식은 시나브로 대통령 자신을 겨누는 부메랑이 됐다. 정말 초심을 되찾으려면, 균형인사를 넘어 인재풀을 넓혀 탕평해야 한다. 그래야 통합과 협치의 물꼬가 트일 것이다. 측근 의혹일수록 더 냉정하고 엄하게 다스려야 한다. 사무실마다 춘풍추상(春風秋霜, 남에게는 봄바람처럼 따뜻하게 대하되 자신에겐 가을 서리처럼 차갑고 엄격해야 한다) 글귀를 내걸었던 문재인 청와대. 그럼에도 ‘내로남불’ 시비에 정권을 넘겨야 했다.

특별감찰관도 조속히 임명해야 한다. 대통령 스스로 감찰의 시야로 들어가면 권부에 날아들던 파리떼가 얼씬하긴 힘들다. 당장 이런 조치들이 국민 관점에 맞는 것일 게다. 그렇다고 여기서 손 털면 안 된다. 몇몇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대통령 부정평가 1위는 ‘독단과 일방통행’이었다. 이른바 도어스테핑(출근길 즉석문답), 몇 장면만 떠올려도 충분히 수긍되는 대목이다. “뭐, 민주당 정부 때는 안 했나” 식의 피장파장론에 “(검찰 측근 요직 기용이) 필요하면 또 해야죠” 식의 오만. 여기다 불편한 질문엔 “다른 질문 없나” “우리 대변인실에서 다 설명했다”며 뭉개기까지.

결국 대통령의 태도 변화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대통령이 하고픈 말보다, 국민이 듣고 싶은 말을 들려주려는 노력과 자세. 어쩌면 총체적 난국을 푸는 가장 중요한 단초일 수 있다. 정치를, 대통령직을 감당할 능력이 조금 모자라도 이것만 제대로 챙겨도 된다. 국민의 아픔에 공감하고 국민의 목소리에 제대로 감응(感應)하는 능력 말이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교수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영상] 부산에선 왜 자전거 타기 힘들까요
  2. 2127명 숨진 인도네시아 축구장 폭동은 홈팀이 지면서 발생(종합)
  3. 3[영상] 암·신경·뇌혈관 사망율 1위인데 이유를 모른다?
  4. 4"로널드 레이건 호는 파철덩어리" 북한, 미사일 도발 이어 조롱
  5. 5부산에서 첫 야간관광 테마 축제...'별바다부산 나이트페스타'
  6. 63년 만에 전면 대면 행사…'헤어질 결심' 정서경 작가도 참석
  7. 7[지금 중동에선] 이란 '히잡 시위' 분리주의자들로 확산 조짐
  8. 8브라질 대선 투표의 날…좌파 대부 VS 열대 트럼프
  9. 9오페라·춤·연극…10월 부산은 예술의 향연
  10. 10인도네시아 축구 경기장 난동…최소 127명 사망
  1. 1"로널드 레이건 호는 파철덩어리" 북한, 미사일 도발 이어 조롱
  2. 2감사원, '서해 피격' 관련 文 전대통령에 서면조사 통보
  3. 3‘비속어’ 공방에 날새는 여야…윤 대통령 지지율은 하락
  4. 4尹대통령, 이재명, 국군의날 행사서 악수, 대선 후 첫 대면
  5. 5국군의날에도 北 미사일 도발, 尹 "北, 핵무기 사용 기도한다면 압도적 대응 직면
  6. 6여야, 연휴에도 비속어 논란 공방
  7. 7윤 대통령 지지율 다시 '최저' 24%, 비속어 파문 영향
  8. 8권한 없는 ‘지방시대위’ 취지 퇴색
  9. 9박진 장관 해임건의안에 與 국회의장 사퇴 결의안으로 맞불
  10. 10박진 외교장관 해임안 野 단독 처리…尹대통령 거부권 시사
  1. 1부산에서 첫 야간관광 테마 축제...'별바다부산 나이트페스타'
  2. 2산업부 산하 공기업, 5년간 벌칙성 부과금 1287억 냈다
  3. 3[정옥재의 스마트라이프] RPG 게임 ‘가디언 테일즈’ 닌텐도 버전 해봤더니
  4. 4제 1035회 로또 당첨 번호 추첨...1등 32억
  5. 5경기침체 이제 시작?…경기선행지수 SCFI 2000선 밑으로
  6. 6"근무중 이상 무"...AI 경계시스템 군 투입 임박
  7. 7자동차 업계, 가을 이벤트 활짝
  8. 8무역수지 '6개월 연속 적자' 현실로…IMF 이후 첫 사례
  9. 9한미 재무장관 "금융불안 심화시 유동성 공급 협력"
  10. 10한미 재무장관 "금융불안 심화 시 유동성 공급장치 실행"
  1. 1[영상] 부산에선 왜 자전거 타기 힘들까요
  2. 2[영상] 암·신경·뇌혈관 사망율 1위인데 이유를 모른다?
  3. 3오늘 부산역광장서 세계민속문화 한마당
  4. 42일도 10도 이상 일교차…부산 낮 최고 27도
  5. 5부산 청년 10명 중 6명 “젠더 갈등 심각”
  6. 6코로나 사흘째 2만 명대…부산 13주 만에 최저 1020명
  7. 74일부터 기장군서 공영자전거 '타반나' 탄다
  8. 8[영상] 부산~광주 2시간 생활권 ‘경전선 고속화’ 속도 낼까
  9. 9100억 넘게 꿀꺽하고 결국 뱉은 돈은 고작
  10. 10광안리 대표 관광상품인 드론라이트쇼…시민참여 기회 확대
  1. 1카타르 월드컵 D-50, 벤투호 12년 만의 16강 이룰까
  2. 2이대호의 10번, 롯데 ‘영구결번’
  3. 3‘조선의 4번 타자’ 마지막 경기로 초대
  4. 4‘니가 가라 2부리그’ 우승 경쟁만큼 치열한 K리그 잔류 전쟁
  5. 5이견없는 아시아 요트 1인자…전국체전 12연패 달성 자신
  6. 6저지, 마침내 61호 홈런…61년 만에 AL 최다 타이
  7. 7“농구의 계절 왔다” 컵대회 10월 1일 개막
  8. 829일 지면 5강 희망 끝…푹 쉰 롯데, KIA 잡아라
  9. 9벤투 ‘SON톱+더블 볼란치’ 카드, 본선서 ‘플랜A’ 될까
  10. 10LIV 시즌 최종전 총상금 715억 ‘돈잔치’
우리은행
주민이 직접 설계하는 지방자치단체 구성
단체장 권한 집중 획일적 구조…행정전문관 등 대안 고민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복지환경위원회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이영희와 우영우, 그리고 우리들
제1부두서 부산비엔날레가 열린다고?
기고 [전체보기]
바이오융합 방위산업으로 국가산업 구조 개혁
출발선 다른 청년정신장애인의 지원방향 묻다
기명칼럼 [전체보기]
네옴시티와 행복도시
약자 복지와 보편적 복지
기자수첩 [전체보기]
표현도 가지각색, 부산 팬들의 뜨거운 롯데 사랑
김해시 현안, 전 시장 일이라도 수습을
김갑수의 생각 [전체보기]
민주당, 가망 있을까?
당신들의 세상이 아니다
김석환의 이미 도착한 미래 [전체보기]
출산율 0.73 부산에 수의대를 허하라
4차 산업혁명과 전쟁 가능한 ‘보통국가’
김용석의 시사탐방 [전체보기]
민심, 그 숨은그림찾기의 비밀
영화관을 지켜낼 수 있을까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새로운 음악생태계 모색
유형과 무형의 문화유산이 만날 때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부산 조정대상지역 이번엔 해제될까
부산 역사 담은 롯데타워 되길
도청도설 [전체보기]
부산롯데타워
최동원 어록 펼침막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영암 어란
기장군 말미잘탕
사설 [전체보기]
부산 기초의회 수당 대폭 인상 시민이 납득하겠나
여당이 내민 ‘민생경제협의체’ 제대로 실천하라
세상읽기 [전체보기]
인구가 많아야 부자국가다
이수훈 칼럼 [전체보기]
험난한 선진외교의 길
우크라이나 전쟁과 한반도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노아 방주의 실천적 교훈
에너지 가치사슬의 완성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한국, 세계의 중심국이 되다
푸틴, 리더의 함정에 빠지다
장병윤의 대안 모색 [전체보기]
정치인의 언어
우리는 농업을 지킬 수 있을까
전호환의 두잉세상 [전체보기]
대한민국의 미래, 부울경 메가시티
새 대통령에 거는 기대, 두잉(Do-ing)
차재원의 정치평설 [전체보기]
난국 탈출, 대통령의 공감과 감응부터
민주당, ‘닮은꼴’ 영국 노동당에 배울 점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은 외로워
인 비노 베리타스, 그리스와인
특별기고 [전체보기]
‘국민 언니’의 원조 강수연 배우를 떠나보내며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베토벤의 머리카락
‘보리밭 사잇길로’ 윤용하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신명연의 ‘양귀비꽃’
민화에 대한 수상한 시선
  • 맘 편한 부산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