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인문학 칼럼] 안빈낙도의 삶

가난마저 삶으로 여긴 안회, 공자도 경이로워하며 감탄

조선 선비도 정신 이어받아…현재의 상류층은 어떠한가

  • 국제신문
  •  |   입력 : 2022-08-17 20:00:26
  •  |   본지 1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공자(孔子) 사당인 문묘(文廟)나 대성전(大成殿)을 방문할 때마다 제자들의 순서가 궁금했다. 공자가 가운데 있고, 그 왼쪽 첫 번째 줄에 안회(顔回)가 있고 자사(子思)가 있다. 오른쪽 첫 번째 줄에 증자(曾子)가 있고 맹자가 있다. 왼쪽이 우선이라는 말이 있는데. 그렇다면 안회 증자 자사 맹자의 순서로 이어진다. 같은 제자인데 왜 안회가 증자보다 먼저인가?

증자는 공자가 말한 일이관지(一以貫之)를 “자기 마음으로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하며 일을 처리해 나간다”는 충서(忠恕) 개념으로 설명했다. 증자는 매일 세 번 자신을 반성하며 몸과 마음을 닦는 삶을 살았다. 군자는 자기 인격 수양에 힘쓸 뿐 다른 사람이 알아주기를 바라지 않는다는 말이 ‘논어’의 핵심인데, 증자가 줄곧 강조하던 말이다. 이런 증자가 있었기 때문에 공자의 학문이 후세에 계승 발전될 수 있었다. 그런데 학문적으로 공헌한 증자보다 안회를 더 평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공자가 안회에 대해서 말했다. “어질다, 안회여! 밥 한 그릇과 물 한 바가지로 끼니를 때우면서 누추한 곳에서 생활하는 것을 사람들은 감당하지 못하거늘, 안회는 오히려 즐거움으로 여기는구나. 어질다, 안회여!”(賢哉라 回也여 一簞食와 一瓢飮으로 在陋巷을 人不堪其憂어늘 回也不改其樂하니 賢哉라 回也여). 공자의 제자들은 세속적으로 성공한 삶이란 마차를 끌고 가벼운 가죽옷을 입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은 가난을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겼다. 그런데 안회는 가난을 평소의 삶으로 받아들였다. 공자는 안회를 경이로운 눈으로 바라보고 찬탄했다. 그러면서 제자들에게 말했다. “안회는 너희들은 물론 나보다 낫다!” 공자는 안회를 어질 인(仁)자에 가장 접근한 제자로 인정했다. 그러면서 인(仁)의 경지에 도달하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후세 학자들은 안회를 성인(聖人)은 아니어도 현인(賢人) 정도는 된다고 평가했다.

조선시대 선비들도 안회를 모범적인 인물로 추앙하였고, 선비는 으레 가난하게 산다고 생각하며 살았다. 그러면서 부유함은 감추려고 하였고 오히려 가난한 삶을 떳떳하게 여겼다. 이들의 가난에 대한 인식을 잘 알게 해주는 ‘논어’의 문장을 인용해본다. “부유함과 높은 지위는 모든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지만 부당한 방법으로 생긴다면 받아들이지 않는다. 가난함과 낮은 직급은 모든 사람들이 싫어하는 것이지만 내 잘못으로 생긴 것이 아니라도 버리지 않는다.”(富與貴是人之所欲也나 不以其道로 得之어든 不處也하며 貧與賤이 是人之所惡也나 不以其道로 得之라도 不去也니라).

위의 두 문장에서 첫 문장은 문제가 없다. 부당한 방법으로는 부자가 되고 높은 자리에 오르는 짓을 하지 않겠다는 말이니 그대로 당연할 뿐이다. 그런데 문제는 두 번째 문장에 대해 상반된 해석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내 잘못이 아닌 데 빈곤에 처하게 되었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가? 내 잘못이 아니라면 극복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닌가? 그렇지만 위의 인용문처럼 완전히 다르게 해석할 수도 있다. 내 잘못으로 가난하게 된 것이 아니더라도 그런 가난을 버리지 않는다는 뜻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이렇게 한문 원문은 그대로인데 토를 어떻게 다느냐에 따라 뜻이 완전히 달라진다. 조선시대 선비들은 두 가지 해석을 놓고 격렬한 논쟁을 벌였다. 그러다가 결국 어떤 경우에도 가난을 버리지 않는다는 해석을 채택했다. 그런 정신이 1590년과 그 이후에 계속 간행된 ‘논어언해(論語諺解)’에 반영됐다. ‘논어언해’는 ‘논어’에 대한 표준적인 한자음과 해석을 국가적 차원에서 제시하기 위해 만든 일종의 국정교과서다. 여기에서 해석이 곧 국가적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이런 책에서 이 문장을 해석할 때, 가난과 낮은 직급은 내 잘못이 아니더라도 그것을 버리지 않는다는 뜻으로 “득지(得之)라도”라는 토를 달아서 해석했다. 이것은 가난을 장애나 질병, 불행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평소의 일처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라는 말이다. 그야말로 고난도의 선비정신인 것이다. 그런 삶의 모델이 안회였다.

최근 몇 년간 빈부 격차가 더욱 심화되었다. 계급과 계층이라는 말이 다시 등장하고, 젊은 세대는 빈부 차이를 정직한 근로와 자력을 통해서는 극복할 수 없다고 체념하고 있다. 실패와 가난이 곧 죽음으로 이어지는 극단적인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일확천금을 번 사람들에 관한 믿기 어려운 이야기가 언론에서 계속 보도되고 있다. 이렇게 심각한 양극화 상황에서 고위 공직이나 교직에 있거나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는 사람들의 처신은 어떠해야 하는가? 안빈낙도(安貧樂道)의 삶을 산 안회를 그리워하며, 운명처럼 닥친 시련에 의연히 맞서며 분투를 벌이는 분들에게 거듭 위로와 격려를 보낸다.

부남철 영산대 자유전공학부 교수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짐은 숙소로 부칠게요, 빈손여행 하세요
  2. 2“내가 개그맨 출신인데 안 웃기면 어떡하나, 영화연출 부담감 컸죠”
  3. 3지난해 부산 면적 771.3㎢로 전체 국토의 0.8% 차지
  4. 4밥 한 끼 먹고 1억3000만원 잃어…'검은 과부' 주의보 무슨일?
  5. 5해상 택시·버스 사업은 처음이라…운영자 선정 골머리
  6. 6부산시립 아동병원 추진…24시간 응급의료도 보강
  7. 7與 하영제 체포동의안 가결…민주당 '이재명 방탄' 비판 불가피
  8. 8기장 ‘야구 명예의 전당’ 본궤도
  9. 9[영상]대학교 천원의 아침밥? 이제는 무료 아침밥도 등장
  10. 10쪽방·지하층 등 거주자에 최장 10년 무이자 조건으로 5000만 원 대출
  1. 1부산시립 아동병원 추진…24시간 응급의료도 보강
  2. 2與 하영제 체포동의안 가결…민주당 '이재명 방탄' 비판 불가피
  3. 3北, 니미츠호 견제하려 50년 전 美 푸에블로호 트라우마 자극
  4. 4尹대통령 지지율 2%p 하락한 33%…한일회담 긍정평가 31%·부정 60%
  5. 5소아과 줄폐업에 의료 공백…아동 정신과·재활도 공공의료 편입
  6. 6울산교육감 보궐선거 막판 네거티브 공세 난무
  7. 7윤 대통령 재산 77억…대부분 김건희 여사 몫
  8. 8대통령실 日 보도 반박 "후쿠시마산 수산물, 국내 들어올 일 결코 없을 것"
  9. 9가덕신공항 특별법 마지막 관문 넘었다
  10. 10신임 주미대사에 조현동 외교1차관 내정
  1. 1짐은 숙소로 부칠게요, 빈손여행 하세요
  2. 2지난해 부산 면적 771.3㎢로 전체 국토의 0.8% 차지
  3. 3쪽방·지하층 등 거주자에 최장 10년 무이자 조건으로 5000만 원 대출
  4. 4현대차 그랜저 GN7 등에서 결함 발견돼 시정조치(리콜) 착수
  5. 5마블 전성기 이끈 아이작 펄머터 회장 해임..."디즈니 CEO와 불화"
  6. 610가구 가운데 2가구만 “김치 직접 담가 먹는다”
  7. 7“해상풍력, 탄소중립 엑스포 기여 기대”
  8. 8부산지역 2월 주택 매매량 급증
  9. 9삼성페이 일부단말 오류…"앱 삭제 후 재설치땐 해결"
  10. 10해수부, 해양강국 도약 막는 불합리한 제도 철폐 나서
  1. 1해상 택시·버스 사업은 처음이라…운영자 선정 골머리
  2. 2기장 ‘야구 명예의 전당’ 본궤도
  3. 3[영상]대학교 천원의 아침밥? 이제는 무료 아침밥도 등장
  4. 4전두환 손자 전우원 광주 도착, 31일 5·18 단체와 공식 만남
  5. 5방통위원장 구속영장 기각..."다툼 여지 많은데, 방어권 제한 커"
  6. 6전통사찰 건물 노후화…비닐로 비 피하는 문화재
  7. 7엑스포 실사 기간 부산 전역은 축제의 장
  8. 8모친 장례 후 부친 때려 살해한 50대 항소심서 감형
  9. 9엑스포 홍보요정 전국 누빈다, 환경 캠페인도 유치 힘보태(종합)
  10. 10부산 울산 경남 낮 기온 20도 넘어...일교차 크므로 주의
  1. 1롯데, 이승엽의 두산과 첫 맞대결…팬들은 가슴 뛴다
  2. 2‘괴물’ 김민재도 지쳤다? ‘국대 은퇴’ 해프닝
  3. 3류현진 ‘PS 분수령’ 7월 복귀
  4. 4IOC “러시아 군대 관련 선수는 국제대회 출전금지”
  5. 5클린스만식 ‘닥공’ 성과, 수비 불안은 여전
  6. 6롯데 3년은 사직구장 못 쓴다…대체구장 선정 놓고 고심
  7. 7사직구장 돔 아닌 ‘개방형’ 재건축…2029년 개장
  8. 81번 안권수 유력…롯데 발야구가 기대된다
  9. 9감 잡은 고진영, LA서 시즌 2승 노린다
  10. 1016년 만에 구도 부산서 별들의 잔치
주민이 직접 설계하는 지방자치단체 구성
불신 큰 지방의회 권한 확대? 다수당 견제책 등 선결돼야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황령산 봉수전망대에 보내는 간곡한 바람
더불어 살며 지켜가야 할 피란수도 부산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자연의 법, 인간의 법
낙동강 녹조를 그대로 둘 것인가
기고 [전체보기]
주민과 함께, 보다 긴 호흡으로
‘딴지 걸기’ 이제 그만, 인천과 가덕도 양 날개로
기자수첩 [전체보기]
동계체전, 국내 최고 겨울 스포츠대회 맞나
학교 신축 공기지연, 노조 탓만 할 수 있나요?
김갑수의 생각 [전체보기]
한국은 여기까지다
안전하게 내려오는 방법
김석환의 이미 도착한 미래 [전체보기]
3차 세계화, 우리는 괜찮을까
‘죽어도 자이언츠’를 보면서
김용석의 시사탐방 [전체보기]
“거울아, 거울아!” 그 중독의 마법
선인장 가시와 ‘나의 불안전 불감증’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세계박람회 왜 부산인가?
문화자산을 물려받는다는 것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선택적 추모’를 넘어
가덕신공항과 수도권 일극 체제
도청도설 [전체보기]
엑스포 응원가
테라 권도형 처벌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제주 구엄리 돌염전
아재들의 건승을 빕니다!
사설 [전체보기]
재건축 사직야구장 ‘구도 부산’ 상징으로 거듭나라
내년 총선 룰 정할 국회 전원위, 기준은 국민 눈높이
세상읽기 [전체보기]
큰 기대에 쉽게 기대지 말자
우리 곁의 ‘다음소희’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 지출의 원칙과 난방비 지원
의사 인력 확충의 올바른 방법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새로운 해양시대
이해인 수녀 '기도의 창가에서' [전체보기]
신발을 신으며 배우는 겸손
매화 앞에서, 슬픔 앞에서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한반도에 새로운 국제질서가 등장하고 있다
위태로운 중국의 미래
인문학 칼럼 [전체보기]
원도심은 지붕 없는 박물관?
잃어버린 웃음을 찾아서
장병윤의 대안 모색 [전체보기]
원전에 미래를 맡길 수 없다
다시 블랙리스트
전호환의 두잉세상 [전체보기]
세계의 대전환, 2030 부울경세계박람회
근고지영
차재원의 정치평설 [전체보기]
대통령의 초심
새해엔 선거개혁 위한 결단 기대한다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봄의 낭만에 대하여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특별기고 [전체보기]
한일관계, 기초 제대로 잡아가야
내 고향은 부산입니더!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두 마리 토끼, 콘골트
오케스트라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의재 허백련의 한국적인 산수화
이당 김은호의 ‘매란방’
CEO 칼럼 [전체보기]
재편된 마이스 시장에서 생존 전략은
ESG경영 골칫거리 해결한 시스템
  • 다이아몬드브릿지 걷기대회
  • 제11회바다식목일
  • 코마린청소년토론대회
  • 제3회코마린 어린이그림공모전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