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면 갈수록 태산이다. 야당에선 “권력서열 1위라는 이야기가 떠돈다”고 주장한다. 여당에선 “당 내홍에 가장 책임이 큰 인물 셋 중 첫 손에 꼽힌다는 표현이 있다”는 말도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다.
우선 야당 쪽. 더불어민주당이 내린 윤 대통령 취임 100일 평가는 박하다. 지난 16일 토론회에선 “인사 참사, 민생 외면, 경제 무능, 굴욕 외교, 안보 구멍, 정쟁 심화 등 무엇 하나 국민 눈높이를 통과하지 못한 역대급 무능”이라고 지적했다. 그 밑바탕엔 20%선을 맴돈 윤 대통령 국정 지지도가 깔렸다. 윤 대통령이 자초한 측면이 있다. 아는 사람, 써본 사람에 이른바 능력주의까지 더하니 검찰 위주, ‘서오남’(서울대 출신 50대 남성)으로 인력풀이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인사 참사 배경이다. 그에 더한 부정적 요소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게 김 여사 문제다.
초장부터 실점이 잇따르는 만큼 야당 공세가 거칠다. 공세는 약한 고리를 찾게 마련인데 때마침 불씨가 터졌다. 대통령 부부와 친분을 사칭하며 이권에 개입한다는 모 법사나, 김 여사가 코바나컨텐츠를 운영할 당시 전시회를 후원한 업체가 관저 공사 일부를 맡았다는 건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민주당은 지난 17일 윤 대통령 집무실·관저 관련 의혹 및 사적 채용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정치적 금도를 벗어난 다수의 생떼”라며 반발하자 이를 재반박하는 과정에서 “시중에는 권력서열 1위가 김건희 여사, 2위는 한동훈 장관, 3위는 윤석열 대통령이라는 이야기가 있다”고 주장했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는 사태가 올 수 있다’는 경고와 함께.
이번엔 여당 쪽. 윤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도 문제지만 집권 여당이 전례 없는 진흙탕 권력 다툼에 휩싸였다. 당대표가 쫓겨났다. 국회에서 ‘내부총질하는 당대표’란 대통령의 문자 메시지가 ‘체리따봉’ 이모티콘과 함께 권 원내대표에게 전달된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쫓겨난 당대표는 대통령으로부터 ‘체리따봉’을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는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의 상징인가. 그들의 오만과 폭주만큼 민심과 멀어진다.
특히 젊은 세대는 공정의 가치가 흔들린다고 여길 때 마음을 거둔다. 윤 대통령이 약속했던 공정의 잣대가 본인과 측근에게도 엄격하게 적용되어야 마땅하다. 첫 관문이 김 여사고, 다음이 윤핵관 아닌가. “‘김제동’이 내홍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김건희 여사의 김, 장제원 의원의 제, 권성동 원내대표의 동을 합친 말이다. 윤 대통령 주변의 잡음, 대통령실 사적 채용과 5세 취학 등 정책 혼선에서 이 세 사람이 자유롭지 못하다. 장 의원과 권 원내대표는 세상이 다 아는 윤핵관이다.
김 여사에게도 활로가 있다. 지난해 12월 26일 허위이력 의혹에 대해 고개를 숙이면서 다짐했던 ‘조용한 내조’다. 당시 대선 후보였던 윤 대통령도 “저도 아내와 똑같은 마음”이라고 밝혔다. 역대급 비호감 대선을 거치며 0.73%포인트라는 역대급 박빙으로 당락이 갈린 선거였다. 그렇다고 이전의 ‘내로남불’을 이제와서 되풀이할 수 없다.
물론 대통령 부인이 해야 할 역할이 있다. 이를 공적인 관리의 영역에 둬야지 사적인 인간관계로 미뤄선 안 된다. 김 여사가 지난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담 때 윤 대통령과 동행하며 빚어진 비선 수행 논란이 윤 대통령 지지도 추락과 궤를 같이 한 것이 한 예다. 또 야당 지적대로 윤 대통령 부부와 인연이 있는 법사가 이권에 개입한다는 지적이 있다면 당사자를 불러서 경고를 해야지 기업인들에게 법사라는 사람을 조심하라고 권고할 건 아니다.
그래서 윤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김 여사와 관련한 언급이 있으리라 기대했다. 김 여사 리스크가 곧 윤 대통령 리스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국민의 뜻’을 강조하면서 대통령실 일부 개편 인사에 그쳤다. 그나마 김대기 비서실장이 특별감찰관 임명을 두고 국회 공론화 방안을 제기했으나 여야가 어떻게 결론을 낼지 미지수다. 당장 여당이 북한인권재단 이사 임명과 특별감찰관을 연계했기 때문이다. 대통령 배우자와 4촌 이내의 친족, 대통령 비서실 수석비서관 이상의 공무원을 감찰 대상으로 하는 특별감찰관은 대통령 주변의 잡음을 예방하는 최소한의 장치로 활용할 수 있으나 2016년 9월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물러난 이후 6년째 공석이다.
윤 대통령 지지율이 30%대로 반등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국민의 뜻’을 더 잘 받든다면 김 여사 리스크를 해소하는 제도적 방법부터 찾는 게 순서다. 허물이 있으면 고치기를 꺼리지 않는 것, 즉 과즉물탄개(過則勿憚改)는 정치의 기본이자 국민에 대한 도리다.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