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4일은 한중 수교 30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수교 30주년을 기념하는 다채로운 행사들이 최근 양국에서 거행되고 있다. 그러나 한중 수교 30년을 기념하는 무대의 분위기는 다소 가라앉은 상태이다. 한중 수교 이후 양국 간 무역 규모는 2021년 기준으로 3015억 달러에 달하며 수교 당시보다 47배 성장해 중국은 한국에게 최대 교역국이 되었고 한국도 중국에게 3대 교역국이 되었는데도 말이다. 코로나 팬데믹이 나타나기 직전인 2019년 양국의 인적 교류는 1000만 명을 훌쩍 넘어설 정도로 유학생 관광객 등 인적 교류도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수교 30년 만에 이렇게 교류가 급증하고 관계가 밀접해진 사례는 세계 역사상 유례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한중 관계는 30년 만에 왜 이렇게 가라앉는 분위기가 되었을까?
한국 내 반중 정서가 커진 것이 그 배경일 것이다. 특히 청년층의 반중 여론이 악화되어 있다. 이는 미래의 한중관계가 암울할 수 있다는 예고이다. 중국의 홍콩 문제 처리를 보면서 주변의 자유주의 국가 사람들 특히 한국 청년들이 느낀 것은 단순한 체제의 이질감이 아니라 위협감이었을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의 진정한 시발점이 어디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지만, 중국에서 처음으로 발견되었던 만큼 팬데믹의 피해가 심해질수록 반중 여론이 고양되는 탓도 있을 것이다. 여기에 더해 중국이 한국 문화를 중국 문화의 일부로 예속시키려 한다는 이른바 ‘문화공정’이 시도되고 있다는 우려도 청년들 사이에 존재하는 것 같다.
한국 입장에서는 중국의 군사력 증강은 물론 한반도 인근에서 그 힘을 과시하는 것을 보면서 느끼는 걱정도 커지는 것이다. 중국이 북한의 탄도미사일 시험발사에 따른 유엔의 추가 대북제재에 반대하는 것에 대해 북한의 핵 무력을 사실상 비호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한국 내에 존재한다. 한반도 사드 배치 상황에서 중국이 한한령(限韓令) 등 사실상 경제적 보복을 한 것에 대해서도 한국인들은 우려하고 있다. 만약 한중 경제 관계가 더욱 심화된 상태에서 외교 문제로 발생한 갈등 국면에서 중국 측이 경제적 보복 대응을 한다면 한국 경제사회에 미치는 악영향이 클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중국에 대한 한국 사회의 이러한 인식 가운데에는 오해에서 비롯된 것도 있고 과잉 해석도 존재한다. 예컨대 베이징 동계올림픽 당시에 재중 동포인 조선족 소녀가 한복을 입고 소수민족 대표로서 참가해 논란이 되었던 사례는, 56개 다민족 국가인 중국의 성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경우였다. 팬데믹 시기에도 중국의 코로나 상황이 심각했을 때 가장 먼저 한국 국민이 중국을 지원하고 응원했으며 한국의 코로나 상황이 심각해지자 중국 국민이 한국을 지원하고 응원했던 사례도 있다. 코로나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양국 사람들이 이렇게 우정을 나누었던 것을 보면, 팬데믹이 반중 정서의 결정적인 배경은 아닌 셈이다. 또한 중국이 경제적으로 강대국으로 성장해서 자신의 안보 능력을 제고하기 위해 군사력을 증강하는 것은 현실주의 국제정치에서는 자연법칙에 가까운 것이다. 이는 한국의 경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결국, 한중 관계가 30년 만에 가라앉게 된 것은 중국의 강대국으로의 부상과 힘의 과시, 그리고 이에 대한 한국 내 중국에 대한 불신이 커진 것이 결정적인 배경인 것이다. 중국이 강대국으로 부상한다고 하더라도 한국이 위협감을 느끼지 않고 중국을 신뢰할 수 있다면 한중 관계의 지속적인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서는 한중 양국 정부와 지도자들이 우선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한중 양국의 국민 여론이 중앙정부와 지도자들의 태도에 영향을 많이 받는 점을 고려한다면 상호존중과 우호적 태도를 보여주길 기대한다.
한중 양국 관계의 발전을 위해서는 더 많이 만나고 소통해야 한다. 한중 교류와 협력의 주체는 더욱 다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예컨대 한국과 중국의 청년 교류를 더욱 활성화해야 한다. 한국과 중국의 지방정부 사이의 도시협력도 더욱 활성화되어야 한다.
때마침 9월 2일 부산역 유라시아플랫폼에서 한중 수교 30주년 기념으로 1.5트랙의 국제학술행사인 부산-상하이 협력포럼이 개최된다. 이 행사가 한국과 중국의 대표적인 국제도시 부산과 상하이의 미래지향적인 도시교류 협력을 상징하는 모델로 자리 잡아 한중 관계에도 크게 기여해 갈 것이라 믿는다. 더구나 내년은 부산-상하이 자매도시 체결 30주년이 되는 만큼, 부산-상하이 협력 포럼과 연동시켜 부산-상하이 청년 교류 프로그램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하여 부산이 주도하는 한중 관계의 역사를 만들 수 있다. 부울경 메가시티 구축과 부산-상하이 협력을 연동해서 향후 부산 발전 계획을 수립하면 더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