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510㎞)은 한반도에서 압록강(803㎞) 두만강(521㎞) 다음으로 길다. 강원도 태백시 화전동 천의봉(해발 1442m) 동쪽 계곡 황지연못에서 발원해 부산까지 이르는 강으로, 길이는 한강(494㎞) 금강(397km) 영산강(138㎞)을 능가한다. 경북 상주시 사벌면 퇴강리 앞 낙동강변에 ‘낙동강 700리’라는 표지석이 있다. 상류에서 각기 다른 이름으로 흐르던 여러 하천의 물길이 이곳에서 모여 낙동강 700리(1리 400m) 본류가 시작된다. 인근 경천섬공원에는 ‘낙동강 700리 길’이 있다.
부산 을숙도를 거쳐 남해로 빠져나갈 때까지 구비구비 흐르는 낙동강 700리 물길에는 수많은 사연이 담겨 있다. 세월을 거슬러 옛 서라벌의 영광이 서렸고, 임진왜란과 일제강점기엔 700리 곳곳에 정든 땅을 등진 백성의 눈물이 흘렀다. 6·25전쟁 시기 낙동강 전투로 핏물이 흥건했다. 700리 물길은 낙동강의 상징이다.
부산에는 ‘낙동강 하굿길(Ha-Good Trail) 100리’가 있다. 웃음소리(Ha)와 좋다(Good)는 긍정 의미와 생태공원 길(Trail)을 탐방하는 치유를 콘셉트로 삼은 100리 길은 낙동강 하구의 5개 생태공원(삼락·화명·대저·맥도·을숙도)을 연결하는 시민산책로다. ‘하굿길 100리’는 전통의 ‘낙동강 700리’와 연계돼 탄생한 이름이다. 마침 산책로 길이가 40㎞(도보 9시간 30분, 자건거 4시간 소요)가량이니 100리와 딱 맞아떨어진다.
부산시 낙동강관리본부 측은 “강이 오랜 여정을 끝내고 바다라는 새로운 세계를 조우하는 변화와 융합의 공간인 낙동강 하구의 100리 길을 부산을 대표하는 생태관광 브랜드로 육성하겠다”는 의욕을 보이면서 홍보 활동에 들어갔다. 100리 길 투어 행사를 기획해 그제부터 3개월간 진행한다고 한다. 5개 생태공원에 배치돼 있는 25곳의 스탬프를 10개 이상 찍으면 100리 길 완주자로 인정받는 형태다. 추첨을 통해 매월 50명씩 총 150명의 완주자들에게 머그컵 세트(4만 원 상당)를 기념품으로 준다.
낙동강 하구는 갯벌과 습지로 생물다양성이 높다. 철새 도래지 등으로 보전가치가 높은 자연보고다. 이를 바탕으로 한 100리 길이 지난해 말 조성됐다. 그 존재를 아는 시민은 아직 적은 편이다. 이를 의식해 걷다가 스탬프를 찍으면 기념품을 주는 행사를 마련한 모양이다. 이 같은 이벤트성 행사의 홍보 효과는 미지수다. 100리 길이 낙동강 하구의 상징이 되기엔 세월이 더 흘러야 하겠다.
강춘진 수석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