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지에 가서 “연제구에 살아요” 하면 “거기가 어디죠?”라는 말을 왕왕 듣는다. 위치는 물론 구의 특징까지 세세하게 말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면 연제구 하면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게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보게 된다. 만약 상대방에게 “해운대요” 또는 “강남입니다”라고 대답했다면 그 사람은 금방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상징처럼 존재하는 명칭인 것이다. 그런 곳은 부차적인 설명 없이도 상대방이 이해하는 지역이다.
부산 연제구는 그럴 수 없을까? 그러기 위해서 연제구에는 무엇이 필요할까 생각해보게 된다. 연제구는 시청 경찰청 법원을 비롯해 여러 공공기관이 한데 모여 있는 행정의 중심지다. 비슷한 조건으로는 서울의 종로구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종로구는 단지 행정의 중심이라서 유명하다는 설명으로는 부족하다. 그렇다면 연제구가 종로구와 다른 점이 무엇일까? 그건 문화의 힘이다. 우리나라 전통을 눈으로 볼 수 있는 경복궁이 있고 도심 속 전통 문화가 살아있는 인사동이 있다. 그리고 광화문 주변으로는 최신 문화 콘텐츠가 가득하다. 그렇다면 우리도 연제구만의 특징을 살린 문화 콘텐츠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얼마 전 한 초등학교 합창단의 정기연주회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는데 초등학생 합창단의 실력에 놀랐고, 참여한 학생과 학부모의 호응과 열정에 다시 한번 감명을 받았다. 그런데 안타까운 건 이런 좋은 자리를 연제구가 아닌 멀리 금정구의 문화회관을 대관해 치렀다는 것이다. 비단 이번 한 번의 공연만이 아니다. 뮤지컬 연극 연주회 등 각종 문화공연을 즐길 수 있는 시설이 연제구에는 없다. 그래서 구청의 부설주차장을 활용해 공연장 전시장 체육관 등을 갖춘 다목적 복합문화센터인 연제문화체육복합센터를 지어 가까운 거리에서 문화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권리를 연제구민에게 드리고 싶다. 연제구에도 괜찮은 문화공연시설이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공연장이 하나 생긴다고 당장 문화가 풍성해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것은 하나의 기폭제이자 구심점이 될 것이다. 눈을 돌려보면 연제구에는 시청이 있고, 온천천이 있고, 황령산이 있고, 도심 속 유적지인 연산고분군이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지역주민의 삶이 녹아 있는 전통시장과 사통팔달 지역경제와 교통의 중심인 연산교차로가 있다.
각 장소의 특징으로 테마거리를 만들고 그 테마거리를 하나로 아우르는 연제구만의 둘레길을 구상하고 있다. 단순하게 공사를 하고 도로를 닦아 길만 연결하는 것이 아니라 거리마다 주제가 있고 사람이 살아가는 이야기가 있어 즐길거리와 볼거리 등 문화 콘텐츠가 풍부하게 피어나는 그런 둘레길을 만들고자 한다. 그리고 그 과정은 주민과 전문가가 모두 참여해 함께 만들어 나갈 것이다. 문화란 한 사람이 만드는 게 아니라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생기기 때문이다.
연제구의 문화적 환경은 척박하고 연제구만의 문화 콘텐츠를 만들어가는 과정 또한 힘들 것이다. 하지만 난 믿는다. 그렇게 하나하나 쌓여가게 될 연제구만의 문화 정체성이 연제구의 상징이 되는 그날이 오리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