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국제칼럼] 추석 풍경이 기록으로만 남는다면

사람을 모은 명절의 명암…풍성한 가을 날 통과의례, 인구재앙 지속 땐 사라져

포털 지식 창고에 갇힐 판…그런 세상 점점 앞당겨져

  • 강춘진 기자 choonjin@kookje.co.kr
  •  |   입력 : 2022-09-05 19:56:24
  •  |   본지 23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추석이 나흘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여름 끝 자락을 막 지나 맞이하는 ‘일찍 온 명절’이다. 또 한 번의 휴가 시즌으로 여기는 사람이 많다. 대체공휴일을 포함해 4일간 이어지는 이번 추석 연휴에는 차례보다는 홈 파티나 나들이 계획에 관심을 더 두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1949년 당일(음력 8월 15일)만 휴일로 지정됐던 추석 공휴일은 1986년 다음 날(음력 8월 16일)까지 2일로 늘었다. 1989년에는 전날(음력 8월 14일)도 휴일로 지정되면서 3일 연휴가 정착됐다. 덧붙여 2013년 대체휴일제도 시행령으로 연휴 3일 중 하루라도 공휴일과 겹치면 연휴 다음 날(음력 8월 17일) 쉬게 됐다. ‘민족 최대의 명절’ 때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인구 이동 상황을 고려한 조처일 수도 있다. 방방곡곡에서 차례를 매개로 가족·친지 간의 만남이 다채롭게 이뤄졌다. 모처럼 어릴 적 친구나 가까웠던 이웃과 정을 나누는 자리도 소중했다. 이렇게 추석 쇠는 일을 빠뜨리면 꼭 풀어야 할 숙제 하나 제때 처리 못한 기분이었다. 연중 거치는 통과의례였다.

6·25전쟁 이후 우리나라 신생아 출생률은 폭증했다. 한 가정에서 보통 아이 네댓을 뒀다. 산업화와 도시화 바람이 분 뒤 베이비 붐 세대가 사회활동을 본격화했던 1980년대에는 귀성 열차와 고속버스 안은 승객들로 미어터졌다. 승차권 확보 전쟁은 치열했다. 다들 고향을 향한 들뜬 마음으로 불편을 이겨냈다. 자가용 시대가 오면서 고속도로는 몸살을 앓았다. 서울~부산 운행이 10시간 넘는다는 등 명절 고속도로 정체 구간을 실시간 전하는 것이 방송 주요 뉴스였다. 부모들에겐 쏟아지는 귀성 뉴스가 자식들의 고단한 고향길 소식이었다.

자식을 여럿 둔 시대였으니 사고뭉치가 하나쯤은 있었다. 이런저런 사연으로 추석 당일에도 나타날 처지가 아닌 ‘못난 자식’이다. 밤 늦은 시간 남 몰래 얼굴만 비치고 발길을 돌렸던 그 자식의 뒷 모습을 하염없이 지켜본 어머니의 눈에는 이슬이 맺혔다. 아픈 추석 풍경 중 하나다. ‘무자식이 상팔자’라는 말도 있지만, 부모에게는 ‘귀한 내 자식’이었다. 자식과 가족친지가 많으면 얽힌 갈등과 사연도 많았고, 적으면 적은 대로 허전했다.

추석은 ‘며느리와 사위’가 기피하거나 두려워하는 날이기도 했다. 차례상 등 음식 장만은 며느리의 고행이었고, 처가 쪽 친인척이 던지는 묘한 시선은 사위의 심적 부담이었다. 모처럼 가족끼리 둘러앉아 덕담을 나누는 자리가 일부 오지랖 넓은 친인척 탓에 뒤끝이 좋지 않았던 집안이 심심찮게 등장했다. 젊은 세대는 “시집 장가 언제 가느냐”, “직장은 어디냐” 등의 말을 되풀이해 듣는 것이 끔찍했다. ‘명절 스트레스’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생겼다. 명암이 엇갈린 추석 풍경은 다 사람이 빚어낸 것이다.

요즘 추석 연휴 고속도로 정체 구간 뉴스는 뒷전으로 밀렸다. 20세기 말에는 부모가 자식 집을 찾아 추석을 쇤다는 ‘역귀성’이 화제였다. 이 또한 뉴스거리도 안 된다. 스마트폰을 통한 목소리나 영상 대면으로 추석 인사를 대신하는 것이 낯설지 않다. 차례를 지내는 집안이 줄어드는 추세인 데다 선물과 용돈을 챙겨줄 사람과 만남이 많지 않아 명절 스트레스는 덜하다는 평이다. 인구 감소 ‘덕분’이다. 사람이 사라지는 시대의 달라진 세태가 당연하게 다가온다.

세계가 ‘아이 안 낳는 대한민국’을 걱정한다. 지난달 영국 BBC 방송은 한국의 여성들이 ‘출산 파업 중’이라는 뉴스를 비중 있게 다룰 정도다. 2020년대 출생한 아이들이 환갑(태어나서 60년 만에 맞는 생일) 전후가 되는 2080년대에는 추석 쇠러 갈 일이 없을 것 같다.

지난해와 같은 합계출산율 0.81명이 지속한다면 2080년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이 94.6%로 치솟는다. 2020년 고령인구 비율(23.4%)보다 4배를 넘는 수치다. 100명 중 5명의 노동인구가 나머지 95명을 책임지는 구조다. 수도권 외 나라 곳곳의 ‘소멸 지역’에서는 사람 구경하기 힘들지 않을까. 명절 때 대규모 인구 이동이 사라지면서 3일 연휴가 불필요하다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질 날이 올지도 모른다. 이민정책 드라이브를 강력하게 펴 성공한다면 여러 나라 핏줄의 다양성이 융합된 축제나 뿌리 찾기 행사가 명절 분위기를 살릴 수도 있겠다.

지금 상황에 충실하면 그만이지 먼 훗날 일까지 미루어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법도 하다. 그때 사람들이 알아서 하면 될 일이니까. 저출산 문제는 현재까지 백약이 무효일 만큼 해결 조짐이 안 보인다. 모일 사람이 없으니 시대 따라 세태를 달리해도 대대로 이어져온 명절 풍속 현장은 기록으로 남을 수밖에. 성묘도, 차례도, 가족친지 만남도, 명절 스트레스도 다 추억 속의 이야기가 되는 추석 풍경이 인터넷 포털 지식창고에 갇힐 게 뻔하다. 그런 세상이 점점 다가오는 느낌이다.

강춘진 수석 논설위원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실속 없는 ‘국제기구 인증’ 혈세 붓는 기초단체
  2. 2100억대 체임 국제신문 대주주, 국감 증인 채택
  3. 3‘부캉이’는 무태상어 아닌 흑상어…수과원 근접영상 분석 최종 확인(종합)
  4. 4‘경영난’ 태종대 집와이어 재개장…이용료 1만 원 낮췄다
  5. 5부산 전셋집 1년새 11%↓…매물가뭄 심화에 세입자 울상
  6. 6[사설] 외국인 400만 시대, 부산은 이제 체류형 관광이다
  7. 7센텀2지구 속도전…풍산 이전지 주민 경청·토지보상 착수
  8. 8부캉이 떠나도 북항 북적이려면…“원도심 접근성 개선을”
  9. 9기장군수실 1층 이전 ‘없던 일로’
  10. 10롯데백화점, 업계 첫 외국인 매출 1조 ‘포문’
  1. 1100억대 체임 국제신문 대주주, 국감 증인 채택
  2. 2송곳검증 벼르더니…교통·시설公도 싱거웠던 시의회 청문회
  3. 3조희대 “국회·대통령의 제청 간섭은 위헌”(종합)
  4. 4여야, 국감서 알래스카 LNG 사업 집중 추궁
  5. 5연일 노무현 때리는 한동훈, 박정희 띄우는 주진우…檢 출신들 속내는
  6. 6이 대통령 "북극항로 시범운항 선박 귀항 부산의 미래 깃발, 신경써달라"
  7. 7‘맹탕 청문’ 의식 부산시의회, 교통·시설公 송곳검증 벼른다
  8. 8[속보]조희대 작심 발언 “국회·대통령은 대법원장 제청에 관여 못 해”
  9. 9부산 민주당 "주진우, 암살자(들) 부산영상위 시사회 사실왜곡 비판"
  10. 10검찰개혁, 중수청장 임명 두고 커지는 집안싸움
  1. 1‘부캉이’는 무태상어 아닌 흑상어…수과원 근접영상 분석 최종 확인(종합)
  2. 2부산 전셋집 1년새 11%↓…매물가뭄 심화에 세입자 울상
  3. 3센텀2지구 속도전…풍산 이전지 주민 경청·토지보상 착수
  4. 4롯데백화점, 업계 첫 외국인 매출 1조 ‘포문’
  5. 5금감원 “AI 해킹 시도 IP 28개 확인”
  6. 6부산 극지해양 전문강사 “현장 능력 키워요”
  7. 7주가지수- 2026년 10월 6일
  8. 8부산 청년기업 ‘DPP(디지털제품여권)’ 국내 첫 상용화
  9. 9부산 아파트 매매 침체일로…해운대·수영·동래만 웃었다
  10. 10부산지역 농지 41%, 외지인이 소유
  1. 1실속 없는 ‘국제기구 인증’ 혈세 붓는 기초단체
  2. 2‘경영난’ 태종대 집와이어 재개장…이용료 1만 원 낮췄다
  3. 3부캉이 떠나도 북항 북적이려면…“원도심 접근성 개선을”
  4. 4기장군수실 1층 이전 ‘없던 일로’
  5. 5전기車 높아진 인기에 예산 동나…부산시, 하반기 1520대 더 지원
  6. 6전재수 시장, 소통 행보…사흘 연속 생중계 회의(종합)
  7. 7“침묵하는 대주주, 대화 자리 나서라”
  8. 8부산중수청장 “정치 중립성·수사 독립성 엄격히 지키겠다”
  9. 9박완수 경남도지사 “행정통합 위해 부울 시장 설득”
  10. 10양산시보건소 일반진료 줄인다
  1. 1롯데, 6위 탈환 사활…3위 싸움 변수로
  2. 2김도영 굳히기냐, 힐리어드·오스틴 뒤집기냐
  3. 3조코비치, 올 첫 우승 눈앞
  4. 4장애인AG 결단식…“金 21개 이상 목표”
  5. 5가을은 놓쳤지만…거인 ‘레·황(레이예스·황성빈)’ 도전은 계속된다
  6. 6“감독님이 먹으라고” 정수진, 내막 폭로…유도회 “선수관리·운영체계 점검” 사과
  7. 7불안한 모레노호 우즈벡전 반등할까
  8. 8레이예스 200안타 달성에도…롯데, 두산에 4안타 그치며 패배
  9. 9‘손흥민 A매치 한국인 최다 골’ 우즈베키스탄에 2-0 완승
  10. 10아시안게임 폐막…한국 金 39개, 44년 만에 최소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원자력 청출어람, 스승을 가르치다
‘인공지능 정렬’ 골든타임 놓치지 말라
국제칼럼 [전체보기]
누구도 법 앞에 국민보다 ‘더 평등’할 수 없다
배지의 실력행사
기고 [전체보기]
전문대학을 소개합니다
상어가 떠난 뒤, 북항에 남겨야 할 것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히말라야의 경고
도청도설 [전체보기]
통행료 면제 명암
논란의 AG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B형 간염 ‘바이러스 수치’에 ‘급여’ 맞춰야
‘공동선(Common Good)’으로서 간병 복지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지독한 집념이 세운 로컬 자산, 대한도기
사설 [전체보기]
외국인 400만 시대, 부산은 이제 체류형 관광이다
삼권분립 훼손하는 정파적 국감 안 된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부자(富者)가 되고 싶다면
드골 대통령과 군복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아트부산, 숫자 이후의 질문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행위별수가제와 인두제, 오해와 진실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무(武)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