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인문학 칼럼] 우리의 파에톤

세계 곳곳 극단적 기후재난, 그리스 로마신화 시련 연상

태양의 마차 폭주로 불바다, 무능과 무자격이 부른 참사

  • 국제신문
  •  |   입력 : 2022-09-07 19:48:57
  •  |   본지 1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요즈음 세계 곳곳에서 들려오는 극단적 기후 재난을 보면, 그리스 로마 신화의 시련이 한꺼번에 닥치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다. 인간의 고통을 기록한 그리스 로마 신화는 인간에게 눈물과 슬픔을 가져다준 시련을 들려준다.

태초에 인간을 빚을 때 프로메테우스가 도둑질한 천상의 불을 벌거숭이 인간에게 주었던 것이 그 원인이었다. 여러 동물들을 만들면서 각각에게 그 장점과 특기를 하나씩 나누어주는데, 마지막 차례였던 인간에게 줄 것이 하나도 남지 않아 결국 신성한 불을 훔친 것이다. 이 때문에 인간을 미워하기 시작한 제우스는 불의 대가로 인간에게 끊임없이 재앙을 마련했다. 인간이 반복해서 당해야 했던 불의 대가 속에서 사람들은 “세상에 희망은 없다”, “정의의 여신마저 세상을 버렸다”, 그렇게 말하게 되었다.

우선, 제우스는 인간이 먹고 입을 모든 것을 땅속에 깊이 숨겨놓았다. 인간은 피땀 흘리며 땅을 파고 일구지 않을 수 없다. 그렇게 인간을 괴롭히고도 만족할 수 없었던 제우스는 판도라의 항아리로 알려진 함정을 판다. 판도라는 경솔하게도 항아리를 열었다. 항아리가 열리자 그 안에 있던 온갖 재앙과 질병, 노고와 기근 등 인간들에게 큰 근심을 주는 것들이 밖으로 나와 세상에 퍼졌다. 그리하여 육지와 바다에 재앙이 가득 차고,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인간들에게 질병이 찾아왔다. 기겁한 판도라가 항아리를 닫자 미처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한 희망만이 항아리에 그대로 남았다. 그래서 세상에 희망은 없다.

제우스가 놓은 다른 함정은 전쟁이었다. 인간들이 서로 싸워 죽도록 해서 이 땅에서 인간을 없앤다는 음모였다. 트로이아 전쟁이 바로 그 전쟁인데, 가장 아름다운 여신에게 바쳐진 황금 사과는 여신들의 불화를 유발했다.

서로 사과의 주인이라고 우기던 여신들은 주인을 가려줄 심판인을 찾아갔고 헬레네를 약속한 아프로디테가 사과를 차지했다. 헬레네의 납치는 이 땅 위의 모든 사람이 참전하는 전쟁을 불러왔다. 트로이아 들판에서 인간들은 둘로 나뉘어 서로를 패망시키기 위해 끝없는 전쟁을 이어갔다. 이렇게 해서 영웅들의 시대가 끝나고, 마지막으로 정의의 여신마저 세상을 버렸다. 그래서 이 땅에서 정의는 사라졌다.

불의하고 무도한 인간 세상을 없애지 않을 수 없었다. 제우스는 대홍수를 시도한다. 그는 북풍과 남풍을 불러 모았고 먹구름을 만들었고, 하늘에 가득한 구름을 쥐어짜서 폭우가 쏟아지게 했다. 게다가 바다의 신을 부추겨 바다며 강들이 모두 육지를 향해 쏟아지도록 만들었다. 강물이 곡식들과 과수원들, 가축 떼와 사람들, 집들과 신전들을 삼켜버렸다. 온 세상은 대지가 없는 바다가 되었다. 한참의 시간이 흘러 세상에서 가장 경건한 남녀가 각각 하나씩 살아남아 높은 산꼭대기에 발을 딛을 수 있었다. 이들이 등 뒤로 던진 돌덩이에서 하나씩 사람들이 태어났다. 돌에서 태어난 인간은 고통을 잘도 견뎌낸다.

대화재도 있었다. 인간 세상이 전부 불로 소멸한 사건이다. 태양의 마차가 지구를 온통 불바다로 만들었는데, 이때 대도시들이 모두 파괴되었고, 그곳에 살던 민족들이 모두 잿더미가 되었으며, 산과 숲은 남김없이 불탔다. 그 많던 강들은 말라붙었고, 산 위에 쌓였던 눈은 녹아 없어졌으며, 공기는 용광로처럼 뜨거워졌다. 열기로 습기를 잃은 대지는 사막이 되었고, 호수와 샘물은 증발하여 사라져버렸다. 뭍에 살던 생명들은 물론이고 물에 살던 물고기들이며 돌고래들이며 물개들도 배를 보이고 누워버렸다.

그런데 이 사건은 무능과 무자격이 부른 참사였다. 아폴로는 태양의 마차를 하루만 몰아보겠다는 아들 파에톤의 소원을 들어주었고, 제우스에게조차 허락되지 않는 자리를 인간에게, 그것도 어린아이에게 내주었다. 태양의 마차는 위험하다. 하늘에 오르면 제우스도 두려움에 떤다. 하늘에는 수많은 괴수들, 전갈 사자 황소 사냥개 곰 등이 마차를 위협한다. 아버지의 이런 걱정들은 아들의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결국 의기양양 마차에 오른 파에톤은 고삐를 잡고 말들을 출발시켰다.

그런데 말들이 어제와 다른 마부를 알아보았다. 고삐로 전달되는 손아귀의 힘이 어제와 달랐던 것이다. 그때부터 말들은 ‘힘없는 손 manus sine pondere’을 뿌리치고 제멋대로 달리기 시작했고, 힘없는 손은 말들을 통제할 수 없었다. 거친 말들의 질주를 파에톤은 장악할 수 없었다. 하늘이 아니라 땅에 놓인 길을 따라 달리는가 하면, 지구를 멀리 벗어나 버리기도 했다. 소년은 당황하여 말들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어디로 길을 잡아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마부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세상은 이미 불바다가 되어 있었다. 무능한 집권자도 제우스의 함정이 아닌가?

김진식 로마문학 박사·정암학당 연구원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HD현대중공업 올해 임단협 잠정합의안 부결노사 갈등 커질 듯
  2. 21244회 로또복권 1등 18명…당첨금 16억469만 원
  3. 3‘부캉이’ 그물도 무용지물…하루만에 수로 안으로
  4. 4김민석 “차기 총선 주 싸움터는 한강 아니라 낙동강”
  5. 5[속보]만취상태로 예인선 오르던 선원 추락사…법원 “직무상 재해”
  6. 6부산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 ℓ당 1840.8원… 전주보다 0.9원 ↓
  7. 7LH 미매각 토지 22조 육박…19년간 못 판 상업용지도
  8. 8“바다로 안 돌아갈래”…‘부캉이’ 추가 구조 없이 당분간 움직임 주시
  9. 9[속보] 영화 ‘암살자(들)’ 투자 외부 개입 논란에…국책은행 “사실무근”
  10. 10[속보] 투자사기 치고 돈세탁은 카지노 칩으로…40대 징역 1년8개월
  1. 1김민석 “차기 총선 주 싸움터는 한강 아니라 낙동강”
  2. 2李대통령, ‘정청래 그만 괴롭히라’는 글에 “괴롭힌 거 아냐”
  3. 3軍 “北, 동해상으로 미상 발사체 발사”
  4. 4추미애 “김지용, 언제든 국민과 정의에 등 돌릴 수 있는 자”
  5. 5靑, 北 탄도미사일 발사에 긴급회의…“안보리 위반, 즉각 중단 촉구”
  6. 6‘교정시설 조성 지원 특별법’ 발의…부산구치소·교도소 통합 뒷받침
  7. 7[속보] “전두환 내란 아냐” 김태규 ‘제명 촉구 결의안’의결
  8. 8김민석 부산 찾아 “전재수 시정 성공시키겠다”
  9. 9李대통령 “우크라, 상대국 원수 거짓말쟁이 만들어…사과 거부시 추가 조치”
  10. 10부산 국힘 “보좌진 유죄 선고…전재수 시장, 시민에 사과해야”
  1. 11244회 로또복권 1등 18명…당첨금 16억469만 원
  2. 2부산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 ℓ당 1840.8원… 전주보다 0.9원 ↓
  3. 3[속보] 영화 ‘암살자(들)’ 투자 외부 개입 논란에…국책은행 “사실무근”
  4. 4"삼전닉스 ETF 출시 때 투자자 보호 대신 시장 확대만 급급"
  5. 5당국, '해킹사고' 확산에 내일 금융업권 긴급소집
  6. 6예가람저축은행 해킹 피해로 고객 4만명 정보 유출
  7. 7현대캐피탈도 해킹 피해…주택대출 모집인 146명 개인정보 유출
  8. 8“가덕 공사비 증액 법 개정 앞서 정부 약속부터”(종합)
  9. 9삼성중공업, 올해 LNG운반선 20척 수주. 글로벌 경쟁력 입증
  10. 10"건보료 재정누수 심각…1000만원 초과 고액체납 2배 급증"
  1. 1HD현대중공업 올해 임단협 잠정합의안 부결노사 갈등 커질 듯
  2. 2‘부캉이’ 그물도 무용지물…하루만에 수로 안으로
  3. 3[속보]만취상태로 예인선 오르던 선원 추락사…법원 “직무상 재해”
  4. 4LH 미매각 토지 22조 육박…19년간 못 판 상업용지도
  5. 5“바다로 안 돌아갈래”…‘부캉이’ 추가 구조 없이 당분간 움직임 주시
  6. 6[속보] 투자사기 치고 돈세탁은 카지노 칩으로…40대 징역 1년8개월
  7. 7부산에 하나 뿐인데…‘부산예대’ 내년 2월 문 닫는다
  8. 8“택시부제 풀었더니 매출이 쑥”…밀양시, 시범운영 거쳐 전면 해제
  9. 9“능인선원 매각 협상 나서라” 국제신문 사활 건 총력투쟁
  10. 10준비 덜 된 경찰시대…‘대국민 수사 실험’ 우려
  1. 1[속보] '짜릿한 역전극' 14세 최지운, AG 요트 소년부 금메달
  2. 2태권도 송다빈, 여자 67㎏초과급 금메달…겨루기 첫 金 수확
  3. 3이우석, 양궁 리커브 남자 개인전 金…단체전까지 2관왕
  4. 4서채현, 아시안게임 스포츠클라이밍 여자 리드 금메달
  5. 5한국, AG 남자 축구 4회 연속 금메달…결승 한일전 1-0 승리
  6. 6송교창·최준용 빠진 KCC…‘루이스 킹’ 희망될까
  7. 7KLPGA 대회 처음 부산서 여는 HJ重… “지역과 상생할 것”
  8. 8메치고 쏘고…한국 유도·양궁 ‘금빛 데이’
  9. 9한국 여자 양궁 단체전 인도에 져 은메달…8연패 무산
  10. 10성적 부진·단장 공백·감독 결별·구단주 경고…김해FC ‘사중고’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인공지능 정렬’ 골든타임 놓치지 말라
자동화의 세상에서 지능화의 세계로
국제칼럼 [전체보기]
개헌 말하려면 헌법 준수부터
나림 이병주, 더 일찍 법(法)으로 통(通)했다
기고 [전체보기]
전문대학을 소개합니다
상어가 떠난 뒤, 북항에 남겨야 할 것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영산회상, 불교음악에서 풍류음악으로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히말라야의 경고
도청도설 [전체보기]
민원인(들)
AI 패권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공동선(Common Good)’으로서 간병 복지
직업병에 대한 자세, 무지와 고의 사이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지독한 집념이 세운 로컬 자산, 대한도기
사설 [전체보기]
생곡소각장 정치적 셈법보다 원칙대로 추진해야
알래스카 LNG, 협력하되 국익이 최우선이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청년기본법, 청년친화도시
인공지능(AI)과 인류 멸종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아트부산, 숫자 이후의 질문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행위별수가제와 인두제, 오해와 진실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무(武)
의료 전문성이 병원 밖 나가는 길 열어야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