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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순봉의 음악이야기] 베토벤의 머리카락

  • 국제신문
  •  |   입력 : 2022-09-25 19:15:43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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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9년 하이든이 사망한 후 여러 사정에 의해 11년 뒤에 이장하게 됐다. 그런데 파묘해보니 시신의 목이 없어진 엽기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범인은 하이든이 평생 봉직했던 에스테르하지 가문의 서기 로젠바움과 그의 친구 페터로 밝혀졌고, 범행 동기도 하이든을 광적으로 숭배해 그 유골에 집착했던 것으로 나왔지만 두개골의 행방을 밝히지 않아 끝내 두개골은 찾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다 1954년에서야 이 두개골이 발견됐고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게 됐다.

루트비히 판 베토벤(1770~1827)
사실 이런 엽기적인 일이 역사에는 왕왕 있었다. 음악가로서 최고의 위치에 있었던 베토벤은 어떠했을까? 베토벤이 운명한 다음 날 친구였던 작곡가 훔멜이 조문을 간다. 그리고 15살의 제자 페르디나트 힐러를 동행했다. 평소 베토벤을 존경하던 어린 제자에게 그를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관속에 누워 있는 베토벤은 자신의 유언에 따라 귀의 연골이 적출됐고 머리카락도 이미 여러 사람이 잘라가서 거의 없는 상태였다. 소년 힐러도 스승에게 무언의 허락을 받은 뒤 베토벤의 머리카락 한 줌을 잘라냈다. 이것이 오늘날 현존하는 유일한 베토벤 신체의 일부다. 흔히 ‘게바라의 머리카락’이라고도 한다.

이 힐러는 훗날 리스트 멘델스존 등과 같이 활약하며 나름 한 시대를 풍미했던 독일의 낭만파 작곡가가 된다. 힐러는 이 머리카락을 내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가 그의 아들 파울의 30세 생일선물로 줬다. 파울은 이 머리카락을 출처와 입수과정을 적은 메모와 함께 유리로켓에 밀봉했다. 이후 이 머리카락은 이리저리 세상을 떠돌게 된다. 힐러 집안은 사실 유대인으로서 파울은 나치 시대에 온갖 고난을 겪게 되는데 그의 두 아들 에드가르와 에르빈은 신분을 숨기고 음악가로 주로 활동하다가 결국 나중에 미국으로 망명했고, 특히 에드가르는 프랑스 느낌의 이름인 마르셀 힐레어로 개명해 배우로 활동했다. 우리가 다 알만한 미국 드라마의 배우로도 많이 출연했다.

이 가족이 나치의 박해 속에 유랑하면서 유리로켓이 없어지지 않고 175년 뒤인 1995년 소더비 경매에 마침내 나오게 된 것은 정말 운명이라고밖에는 달리 할 말이 없다. 그날 잘려 나간 베토벤의 그 많은 모발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것이다. 이 로켓의 진품 여부를 가리기 위해서 각 분야의 전문가가 다 동원돼 엄격한 고증을 거친 것은 당연한 이야기이다. 이 머리카락은 베토벤의 마니아들에게 팔렸는데 비뇨기과 의사인 체 게바라와 은퇴한 부동산업자인 브릴리언트 이 두 사람에게 주로 배분됐다. 브릴리언트는 열렬한 베토벤의 추종자로서 그가 기증한 베토벤의 수많은 유품으로 산호세 주립대학에 ‘브릴리언트 베토벤 연구센터’가 발족돼 있었다. 이 머리카락의 일부는 이 센터에 영구적으로 소장됐다.

또 30퍼센트가량은 의학적 분석을 위해 게바라에게 할당됐는데 분석을 통해 납이나 수은 등 잔존하는 중금속을 통해서 베토벤을 괴롭혔던 수많은 질병의 원인을 알 수 있게 됐다. 사실 베토벤은 청력뿐만 아니라 젊은 시절부터 늘 온갖 질병에 시달려 왔었다. 그런데 이 분석 결과에 가장 놀라운 점은 진통제인 모르핀 종류가 검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당시 치료관례를 보면 베토벤이 의식적으로 이 진통제를 거부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의사들의 추정은 베토벤이 작곡을 위한 맑은 정신을 위해 진통제를 거부했다는 것이다. 늘 고통 속에 있었던 베토벤, 그의 음악을 일관하는 그 투쟁과 환희, 그것이 이제는 더욱 이해가 된다. 그의 머리카락 한 줌이 역사에 다시 나타나 오늘날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인류가 늘 고통과 희망의 수레바퀴 위에 있는 한 베토벤의 음악도 우리와 영원히 함께 할 거라는 확신이다.

하순봉 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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