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어제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4년 중임제 개헌’을 제안했다. 국민의힘은 “민생의 블랙홀이 될 이재명식 개헌에 대해 어떤 국민도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윤석열 정부 출범 초기에 야당이 개헌 문제를 들고나온 것을 두고 여당은 마뜩잖게 여길 법하다. 그동안 개헌 필요성이 수없이 제기됐지만, 정치권의 기득권 싸움으로 국회 논의는 단 한 발도 진척되지 않았다. 하지만 35년 전 독재정권 종식을 위한 ‘5년 단임제 개헌’으로 탄생한 헌법 체제를 시대 상황에 맞게 바꿔야 한다는 데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 대표는 어제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을 통해 책임정치를 가능하게 하고 국정의 연속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올해 정기국회가 끝난 직후 국회 안에 ‘헌법개정특별위원회’를 구성하자고도 했다. 결선투표 도입을 중심으로 한 선거제도 개편과 국회의원 소환제 등을 개헌의 구체적 내용으로 제시했다. 이 대표는 “2024년 총선과 함께 국민투표를 한다면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여당은 쉽게 호응할 것 같지 않아 보인다. 윤 대통령의 임기가 반환점도 돌지 않은 시기에 개헌을 추진한다면 모든 정치적 이슈를 집어삼키면서 국정 동력이 약화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각종 ‘사법 리스크’를 안고 있는 이 대표의 개헌 추진 카드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이 같은 논란은 추후 따질 일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산물로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이뤘으나 현행 정치 권력구조가 장기간 지속하면서 우리 사회의 내부 갈등 양상은 갈수록 심화했다. 승자 독식의 선거구도에 따라 종전의 지역 갈등에 이념·세대 갈등 등이 보태졌다. 이른바 ‘87체제’에서 8번의 대선을 거치면서 선거 승리를 위해 사생결단식 싸움에 나선 거대 양당의 정파적 대립으로 타협과 합의의 정치는 실종됐다. 어느 정당할 것 없이 선거 패배 진영은 5년 뒤 권력 탈환을 위해 정부 발목잡기를 되풀이했다. 국민 분열을 조장했다는 ‘87체제’의 수명이 다했다는 평이다. 개헌은 시대적 과제로 떠오른 지 오래다. 야당 대표의 제안을 주목하는 이유다.
여당도 개헌 문제를 계속 외면할 수만은 없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개헌 제안에 대해 “어느 시점이 되면 당 내부 입장을 정리할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4년 중임제 개헌은 여러 여건이 전제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결국 시기와 권력구조 변경 내용 등이 논쟁이 되겠지만, 여야의 개헌 작업은 언젠가는 진행될 전망이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개헌 합의 시 5년 임기 중 1년 단축을 공언했지만 흐지부지됐다. 이번 개헌 제안도 말 풍선에 그쳐서는 안 된다. 이왕 개헌 이야기가 나왔다면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국회는 정치적 이해득실을 떠나 오직 국민과 미래를 우선 생각하면서 충분하고 내실 있는 논의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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