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어제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여야 민생경제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이번 정기국회 기간 여야가 내놓은 주요 법안 가운데 상대적으로 이견이 적은 안건 위주로 여야가 합의해 공동 처리하자는 것이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열린 이번 정기국회에서 여야 정치권은 이전투구식 싸움에 몰두하느라 벌써 한 달을 허송했다는 지적이 많다. 나라 안팎에서 복합경제위기가 몰아친 엄중한 상황에도 정치권은 다급한 민생 법안에는 관심조차 두지 않고 있는 게 사실이다. 국회는 정쟁에만 매몰돼 국민적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 제 역할을 못하고 아까운 시간만 낭비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국회 양대 교섭단체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정기국회에 임하면서 각각 7대 입법과제와 10대 중점법안을 내놓았다. 민주당은 ▷기초연금확대법 ▷출산보육수당 및 아동수당 확대법 ▷가계부채대책 3법(금리폭리방지법, 불법사채금지법, 신속회생추진법) ▷쌀값정상화법 ▷납품단가연동제 도입법 ▷장애인국가책임제법(장애인권리보장법, 탈시설지원법, 교통약자 이동편의증진법) ▷노란봉투법(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국회 통과를 공언했다. 국민의힘은 ▷재난관리자원 관리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비롯해 ▷장기공공임대주택법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법 ▷농촌공간 재구조화 및 재생지원법 ▷아동수당법 ▷스토킹범죄처벌법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방지 특별법 ▷노후신도시 재생지원 특별법 ▷국가첨단전략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조치법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법 등에 주력하겠다고 했다.
여야 입장 차가 워낙 커 접점을 찾기 힘든 법안이 많지만, 약자 보호와 국민 안전, 미래 경제 발전을 위해 당장 처리해야 할 사안이 수두둑하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의 순방 외교 중 불거진 비속어 발언 논란과 제1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 등이 맞물린 여야 정쟁으로 민생법안 처리는 뒷전으로 밀리는 분위기다. 오는 12월 9일까지 100일간의 회기를 이어가는 정기국회는 다음 달 1~21일 국정감사를 진행하고 곧바로 내년도 예산안 심의에 들어간다. 그만큼 남은 일정이 빠듯하다. 날샐 줄 모르는 여야의 비생산적인 다툼으로 민생법안 중 상당수가 국회 문턱도 못 넘을 판이니 답답한 노릇이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여당 대표가 각종 민생법안을 협의할 여야 협의체를 우선 꾸리자고 한 것은 시의적절했다. 민주당은 정 위원장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대해 “국정을 어떻게 풀고,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겠다는 비전이 보이지 않는 답답한 연설”이라고 평가절하했다. 하지만 야당은 당리당략을 떠나 여당이 내민 민생법안 조속 처리 요구에는 전향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겠다. 여야는 싸울 땐 싸우더라도 민생은 꼭 챙기겠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입법기관의 존재 이유이자 국민에 대한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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