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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럼] 강한 사람은 마음을 다스린다

  • 국제신문
  •  |   입력 : 2022-10-03 18:59:32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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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X야! XXX 같은 것들! 사람을 이렇게 감금시켜 고문하고… 차라리 죽여! 죽이라고!”

중환자실에 입원 중인 환자가 이상해졌다. 이틀 전 심장수술을 받고 비교적 안정적인 회복을 보였는데, 갑자기 섬망(Delirium) 증세가 발생한 것이다. 억제대로 침대에 손발이 묶인 중년의 남자 환자는 육두문자가 섞인 고성을 지르고 몸부림을 치고 있었다. 서둘러 진정제를 투여했으나 쉽사리 안정되지 않는다. 링거 줄을 빼려는 움직임을 제지하던 간호사는 환자의 발길질에 결국 차이고 말았다.

섬망은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일시적인 정신혼란 상태다. 전체 입원환자의 10~15%가 섬망을 경험하며, 일반적인 수술 후 15~25%, 심장수술 후에는 30~50%까지 보고될 만큼 섬망증은 흔하게 발생한다. 특히 고령의 남자 환자에게서 더 빈번하다. 뇌질환을 비롯한 기저질환의 악화나 알코올 등 약물의 금단증상 등이 아니라면 대부분의 섬망은 심리적인 스트레스로 인해 발생한다. 24시간 불이 환하게 켜진 중환자실, 계속 울리는 각종 기계음과 다른 환자의 신음소리, 불규칙한 수면과 수술 후 통증 등 여러 스트레스 환경에서 불안한 마음이 증폭되어 생긴다. 섬망은 전반적인 상태가 호전되고, 스트레스 상황이 해결되면 수일 내 후유증 없이 회복된다. 영구적인 착란을 일으키는 치매와는 전혀 다른 병이다.

섬망환자가 보이는 증상은 다양하다. 밤새도록 노래를 하거나, 눈앞의 누군가를 애타게 부르기도 한다. 폭언과 거친 행동을 보이기도 하고, 반대로 동굴 한가운데 혼자 고립된 것처럼 한없이 침잠되기도 한다. 뜬금없이 돈을 갚으라고 시비를 걸거나, “독립만세”를 외치는 환자도 있었다. 천태만상(千態萬象)이다.

일시적인 착란이지만 섬망증의 급성기 처치는 힘들다. 흡사 술이나 약물에 취한 것처럼 도저히 논리적으로 그들을 설명하고, 진정시킬 수 없다. 심한 경우 환각 환청 속에서 그들만의 세상과 생각에 갇혀 평소와는 전혀 다른 인격을 보인다. 사랑하는 자식까지 알아보지 못하고 막말을 하는 아버지 앞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던 딸은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 서로 다른 두 모습 중, 이성의 통제를 받지 않는 섬망 상태에서 보이는 모습이 오히려 본모습이 아닌지 의구심이 들 때도 있다. 이렇게 자신을 잃어버리는 것은 본인과 가족, 주변인 모두에게 정말 잔인한 고통이다.

사회에서 섬망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술 약물에 취한 상태에서 벌어진 범죄 행위는 물론이고, 정치 종교 등 여러 분야에서 잘못된 사상 이념에 사로잡힌 사람들, 순간의 감정을 이겨내지 못한 분노조절장애 등이 그러하다. 자신만의 세상에서 자신의 생각에 동조하는 내용만을 찾아서 보고 듣는 확증편향은 잘못된 신념을 고착시키고 불신을 더 강하게 만든다. 사회의 리더나 통치자의 잘못된 섬망이나 망상은 엄청난 재앙을 일으킬 수 있음을 과거 역사를 통해서도, 현재 벌어지는 예로도 잘 알 수 있다.

중환자실 한쪽에 누워 있는 어느 환자와 눈이 마주쳤다. 왜소한 체격의 여자분은 과거 두 번 심장수술을 받았는데, 최근 폐로 전이된 자궁암을 발견해 이번에는 폐와 자궁절제수술을 받고 항암치료 중이다. 복합적인 질병으로 여러 차례 수술과 힘든 투병생활 중에도 항상 미소를 보이는 강인한 절제력에 진심으로 고개가 숙여진다.

‘세상에서 가장 현명한 사람은 모든 사람으로부터 배울 수 있는 사람이요. 가장 사랑받는 사람은 모든 사람을 칭찬하는 사람이요. 가장 강한 사람은 자신의 감정을 조절할 줄 아는 사람이다’는 탈무드의 가르침이 새삼 마음에 와닿는 요즈음이다. 부단한 ‘마음 다스림’이 자기 절제력을 만들고, 사회적 섬망의 치료제가 되는 게 아닐까?

한일용 부산백병원 흉부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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