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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진의 도시이야기] 55보급창은 반드시 공원이 되어야 한다

  • 국제신문
  •  |   입력 : 2022-10-06 19:51:28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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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독립전쟁의 영웅 도시인 보스턴은 세계 최초이자 최고의 도시유산을 여럿 보유하고 있다. 가장 유별난 것으로 꼽히는 것이 ‘보스턴 파크 시스템’(Boston Park System)이다. 뉴욕의 센트럴 파크를 설계한 ‘프레드릭 로우 옴스테드’가 창안한 이 시스템은 숲과 습지, 공원을 연결하는 파크웨이(parkway)이자 워터웨이(waterway)이며, 규모가 약 440만 ㎡(약 130만 평)에 이른다. 언젠가부터 보스턴 시민은 이곳을 ‘에메랄드 네클리스’(Emerald Necklace)라 부르기 시작했다. 조성의 근본 목적이 산업화의 후유증 완화였으니, 그들에게 있어 공원과 습지는 마치 연초록의 비취색으로 빛나는 거대한 에메랄드 보석과도 같았고, 이를 연결하는 숲길과 물길은 보석이 매달린 빛나는 목걸이로 여겨졌던 것이다.

55보급창(약 23만3000㎡)이 공원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급부상하고 있다. 논의의 시작은 20여 년 전이었지만, 2030부산월드엑스포 부지(공원)로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공원으로의 전환이 어느 정도 사실화되고 있다. 55보급창과 같이 도심의 확장으로 인해 원 기능을 수행할 때 후유증이 크거나 효용성이 떨어지는 군시설 공장 학교 등 부지를 ‘도심부적격시설’ 또는 ‘이전적지’(移轉跡地)라 부른다. 급격한 도시 변화에 따라 새로운 변화가 필요할 때 선택되는 개념이다.

핵심 포인트는 ‘이곳을 어떤 기능으로 대체시키느냐 하는 것’이다. 지역 변화를 리드할 신기능이자 시민 삶에 공동의 큰 혜택을 제공할 수 있는 미래 기능이 되어야 함은 명백하다. 이러한 차원에서 군시설인 55보급창을 공원으로 변신시키자는 주장은 충분한 당위성을 가지며, 더군다나 2030부산월드엑스포 개최와 연결되니 더더욱 타당한 것이다.

그런데 두 가지 난점이 있다. 하나는 ‘55보급창의 대체 부지를 찾는 일’이고, 또 하나는 ‘어떤 공원이 되어야 하느냐 하는 것’이다. 첫 난점은 지난 20년 동안 우리 발목을 잡은 요인이었다. 이 때문에 두 번째 난점에 대해서는 고민조차 하지 못했다. 역발상이 필요한 시점이다. 어떤 공원이냐를 먼저 정하자는 것이다. 그리하면 분명 첫 번째 난점은 실타래처럼 저절로 풀려갈지 모른다.

55보급창은 어떤 공원이 되어야 할까? 왜 공원이 되는 것이 타당할까? 십여 가지를 꼽을 수 있으나 세 가지로 압축해 본다. 첫째는 ‘공간적 관점’이다. 55보급창은 동천(강)과 부산항(바다)의 접점에 위치한다. 현재 동천의 유역에 해당되는 서면 일원은 동맥경화증에 걸린 지역과 다름없어 보인다. 부산에서는 희소한 내륙 농경지역이었음에도 산업과 개발시대를 거치며 여러 갈래의 강줄기가 막혀버렸고, 특히 육지와 바다와의 순환 체계가 엉망이 되어 버렸다.

55보급창의 공원 전환은 분명, 지역의 순환 체계에 새로운 생기를 공급하는 촉발점이 될 것이다. 동천 하구의 기수역(汽水域)이 확장되어 꽉 막힌 혈이 뚫릴 것이다. 동천의 수질 개선과 방재 기능 향상의 신기원을 이룰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갇혀서 맴도는 서면의 에너지를 북항 일대로 뿜어내는 계기가 될 것이다.

둘째는 이러한 논지는 ‘경제적 관점’과 직결된다. 공원은 노는 땅 또는 생산성이 떨어지는 소비재로 여길 때가 많다. 그러나 공원은 엄청난 힘을 가진 생산재다. 150여 년 전, 공원은 산업시대에 찌든 삶을 영위하던 지친 도시노동자의 활력 재생산(re-creation)을 위해 창안된 발명품이었다. 이처럼 시민 원기의 회복 기능을 가진 공원의 경제적 가치는 돈으로의 환산이 불가능하다. 또한 공원은 비어있어 무엇이든 담을 수 있기에 빠르게 변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유연하게 흡입할 수 있으며, 공원의 경계부와 주변지대 또한 지역 발전의 풍성한 바탕이 될 수 있다. 55보급창의 변신 후 발생할 지역경제와 연관된 모든 에너지는 북항으로, 또 서면으로 끝없이 흘러갈 것이다.

마지막은 ‘역사적 관점’이다. 55보급창 부지는 매립지다. 1930년대에 바다를 매립하여 만든 땅이다. 이 바다는 1407년(태종 7년) 왜를 제어하기 위한 최초 개항장이었던 이포(二浦) 중 하나인 부산포의 근저를 이루었고, 조선통신사가 수없이 오갔던 조선시대 국제무역의 보고였다. 또한 이 바다는 1592년 9월 1일, 조선 수군이 크게 승리하며 임진왜란의 제해권(制海權)을 장악하는 계기가 된 부산포해전의 현장이자 종착점이었다.

지금은 매립되어 육지가 되었지만, 이 땅 깊은 곳에는 이순신 장군의 웅장한 기개와 피로 지켰던 조선 수군의 우렁찬 함성이 녹아있다.

55보급창이 공원이 된다면 백양산~부산시민공원~서면도심~문현금융단지~55보급창(공원)~북항재개발부지~원도심으로 이어지는 루트의 완성을 촉진시킬 것이다. 55보급창은 에메랄드와 같이 빛나는 큰 보석이 되어 강과 바다를 넘나드는 강력한 매력점(core attraction)이 될 것이다. 쇄신에 쇄신을 거듭하며 확장되어 갈 공원의 가치와 주변 지역을 아우르며 발산할 후광효과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그 혜택은 동구를 넘어 남구에 스며들 것이다. 아니 부산을 넘어 대한민국 전체의 것으로 빠르게 확산되어 갈 것이다.

강동진 경성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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