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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럼] 약, 독의 또 다른 이름

  • 국제신문
  •  |   입력 : 2022-10-10 19:38:08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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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남자 환자분이 가끔 느끼는 피로감과 사업상 술을 자주 마셔서 간 기능 이상에 관해 검사하기 위해 내원했다. 혈액 간 기능 검사상 이상 소견이 없어 술만 삼가면 문제가 없겠다고 설명했다. “원장님, 혹시 간이 나빠질 수도 있으니 예방을 위해 건강기능식품인 밀○○○과 우○○를 먹으면 어떨까요?”라고 물어 “예를 들어 말씀을 드릴게요. 환자분이 일 년 열두 달 중 매달 5일 정도 감기에 걸린다고 합시다. 감기의 예방을 위해 365일 매일 감기약을 드시겠습니까?”라고 답했다.

그림= 서상균 기자
‘벨라돈나’는 이탈리아 말로 ‘아름다운 귀부인’이라는 뜻을 가진 가짓과의 풀이다. 그 식물의 잎과 열매에서 추출한 액은 고대 로마시대에 정적을 살해하기 위한 독약으로 사용되기도 한 매우 독성이 강한 식물로, 아트로핀과 스코폴라민이라는 항콜린성 성분을 포함한다. 근세에 들어 그 독을 우리 몸에 유용하게 사용해 복통이 심한 환자에서 장 경련을 완화하는 진통제로, 심장 박동을 빠르게 하거나 기도 마취할 때 기도 내의 분비물을 억제해 수술 후 폐렴을 예방하기 위해 사용하기도 한다.

디기탈리스는 종 모양의 꽃을 피우는 현삼과에 속하는 풀로, 잎에 독 성분이 많이 들어 다량을 먹으면 두통 구토 설사 시야장애 착란 부정맥 중추신경 마비 등을 일으키며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1870년대에 들어 디기탈리스 풀에서 디기톡신이라는 약효 성분을 추출해 심장의 펌프 기능을 강화하는 약인 강심제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보톡스로 흔히 알려진 보툴리눔 독소는 상한 통조림에서 흔히 생기는 클로스트리듐 보툴리눔이라는 세균이 생산하는 강력한 신경 독소이다. 이 독소는 근육 마비와 땀 분비 억제 등을 일으키며 심하면 호흡근의 마비를 가져와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이러한 효능을 이용해 요즘에는 주름살을 펴거나 겨드랑이에서 땀이 너무 많이 나는 다한증, 근육의 과도한 수축을 풀어주는 용도로 사용한다.

식물이나 동물 광물 또는 합성 약물이 가진 독성을 약화해 우리 몸에 이득이 되도록 이용하는 물질을 통틀어 약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모든 약은 독의 일종이다. 약은 간을 거쳐 대사가 돼야만 약효를 나타내기 때문에 남용하거나 오용하는 경우 간에 상처를 줄 수 있다. 약으로 인해 생기는 간 질환을 약인성 간염이라 하며, SGOT(AST) SGPT(ALT) 치의 급격한 상승을 가져오는 간세포성 간염과 짙은 황달을 가져오는 담즙정체성 간염, 이 둘이 복합된 형태인 혼합형 간염 등이 있다.

약인성 간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불필요한 약제나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보조식품 혹은 건강기능식품 등은 반드시 의사와 상담 후 복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과거에 약인성 간염을 앓은 사람은 어떤 약제에도 다시 생길 가능성이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흔히들 한약재는 생약 제제이므로 부작용이 전혀 없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한약재 역시 간에서 대사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장기간 복용하는 경우 간 기능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겠다.

약의 또 다른 이름은 독이다. 약은 먹었을 때의 이로움이 안 먹었을 때의 손해보다 훨씬 클 때 먹어야 한다. 이 세상의 약 중 부작용(독성)이 없는 약은 없다. 부작용이 없는 약은 이미 약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가 매일 마시는 물도 지나치게 많이 마시면 혈액 중 나트륨의 농도를 묽게 해 뇌세포 안으로 수분이 이동, 뇌부종이 생긴다. 저나트륨 혈증이 생기면 두통 메스꺼움 구토 흥분 등의 증상이 발생하며, 심할 경우 정신이상 의식장애 간질발작 등이 나타나고 때에 따라 사망에까지도 이를 수 있다. 물도 함부로 많이 마실 때 이러한 부작용이 나타나는데 하물며 약은 어떠하겠는가?

신우원 신우원내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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