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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럼] 위기의 변실금 천수신경조절술

  • 국제신문
  •  |   입력 : 2022-10-24 19:40:27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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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세 이상 인구의 15% 정도가 변실금 증상을 겪는다. 초기 치료는 식생활습관이나 배변조절, 골반근육 강화운동, 약물요법 등으로 시작한다. 수술은 괄약근 손상이 심하면 괄약근 복원술을 선행한다. 골반 지지조직이 망가진 경우 골반·회음 재건수술이 필요하다. 해부학적 변형 없이 퇴행변화로 약해진 항문에는 보강시술이 효과 있다. 여러 노력에도 해결되지 않는 변실금 환자는 천수신경조절로 치료하는 것이 세계적 추세다.

변실금을 전공하려는 외과의사는 골반저 및 직장항문의 해부와 병태 생리에 관한 지식에 밝아야 한다. 또한 재건성형이나 복강경 등 난도 높은 수술을 척척할 수 있어야 한다. 환자와 가족의 교육·상담에도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삶의 질 문제쯤으로 여기는 이 심각한 증상 때문에 환자가 격리되는 것을 같이 고민해 주고 환자의 극단적 선택을 예방하는 등 치료 외적인 역할도 많다.

천수신경조절은 변실금 치료에 신비의 묘약과 같은 결과를 보장한다. 이 수술법은 요실금 치료로 시작했지만 1994년 독일의 마첼이 변실금 치료에 적용, 훌륭한 성과를 발표했고 1997년 FDA승인을 받았다. 이후 2018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32만5000명 이상의 요실금·변실금 환자가 혜택 받았다. 국내에 도입된 것은 2015년이고 필자는 2016년부터 이 수술을 했다. 도입 초기 한국에서도 다수의 의사가 천수신경조절 수술을 했다. 그러나 업계에 따르면 현재 한국에서 필자만 계속 수술하고 있다고 한다.

천수신경조절 수술을 하려면 특수영상장비가 설치된 전용수술실 등 치료 인프라에도 투자가 필요하다. 수술에는 통상 숙련된 외과의사 외에 보조 전문의, 영상기사, 마취 및 순회간호사, 프로그램 처리 기술자 등 6명 이상 인력이 참여한다. 수술은 총 2회 진행되며 수술시간은 2~4시간 정도 걸린다. 기계 값만 1000만 원이 훨씬 넘는 이 수술을 한국에서 시행하면 병원이 받는 총 행위수가는 서구의 약 8% 수준이다. 시장이 얼어붙자 의료기업체에서 한국에 천수신경조절기 공급을 중단하겠다는 연락이 왔다. 글로벌 본사가 한국 시장에서 철수하고 수익이 발생하는 일본과 중국에만 천수신경조절기를 공급하기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차세대 신경조절기가 개발·생산됐고 이를 한국에 들여오려면 상당한 절차적 허가·도입 비용이 필요한데 한국에서는 비용 대비 효율이 떨어지리라 판단한 것이다.

한국의 외과 계열 행위수가는 서구의 10~30% 수준이다. 월마트에서 일하는 미국인이 한국에 와서 필자에게 항문수술을 받고 간 적도 있다. 일등석 타고 와서 수술 받고 여행하고 기념품 잔뜩 사서 돌아가도 미국에서 수술 받는 비용의 절반도 들지 않는다 했다. 외과는 물론, 필수의료 분야 의료 행위에 대해 제대로 보상받지 못하는 것은 도를 넘어섰다. 우리의 필수의료 인력구조는 역삼각형이어서 까딱이라도 더 흔들리면 넘어질 태세다. 젊은 의사들이 필수의료를 내 팽개치고 꽃길만 걷기를 원한다고 타박할 일도 아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의 건강보험시스템을 부러워했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높은 수준의 의료서비스가 저렴하게 제공되고, 조기 검진프로그램이 세련되게 구축되며, 환자의 권리 보장 폭은 점점 넓어지고 있다. 이 훌륭한 의료제도에서 필수의료는 기울어진 운동장의 끄트머리에 매달려 있다. 관련 부처 관련자들은 외과계열 수가의 문제점을 인지하지만 분배 문제로 현재의 불균형을 건드릴 수 없고, 대신 영상과 검사에서 낮은 외과 수가를 보전하라고 슬며시 귀띔하니 대략 난감하다.

고령화 선진사회에서 변실금 치료는 필수의료 영역이다. 어려운 여건에도 누군가는 수많은 환자의 고통을 안고가야 한다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하다. 변실금 치료 분야에서 한국에 소개되지 않는 여러 신 의료기술 도입이 절실하나 현실은 큰 규제 장벽에 막혔다. 그렇다 치더라도 우선은, 세계적으로 검증됐고 현재 도입된 천수신경조절만이라도 통 크고 심도 깊은 재설계를 통해서 한국에서 지속될 수 있기를 소망한다.

황성환 부산제2항운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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