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오리알은 고약한 표현이다. 아무리 낙동강에 철새인 오리가 많이 날아들고, 그래서 오리알이 숱하며, 그 오리알이 맛이 없어서 사람이나 짐승이 거들떠보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소외되어 처량한 모습’으로 굳어진 의미는 가당찮다. 멀쩡한 낙동강이, 오리알이 입길에 오르내리는 것부터 마뜩잖다. 낙동강은 영남의 젖줄이다. 오리알은 낙동강이 살아있다는 증거다. 미운 오리 새끼인 줄 알았으나, 훌륭한 백조가 될 수 있다는 반전을 품은 오리알이다.
낙동강에 기대 사는 사람 입장에선 무턱대고 “낙동강 오리알 신세”니 “낙동강 오리알 됐네”라는 말을 하는 외부 인사가 곱게 보일 리 없다. 그 속엔 지역에 대한 편견과 곡해가 깔려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편견과 곡해는 타자에 대한 부정이다. 오는 말이 고와야 가는 말이 곱다. 이해와 포용이 그래서 필요하다. 인지상정이다.
더 고약한 건 공동체 구성원 사이에서다. 어떤 사람이든, 무슨 일이든 낙동강 오리알로 여겨선 안 된다. 여기게 해선 더욱이 안 된다. 특히 공동체 리더라면 명심해야 한다. 선거를 통해 옹립된 이들의 책임과 의무가 공동체의 화합에서 비롯되는 이유가 자명하다. 생각이 다르다고, 이해관계가 갈라진다고 상생과 공영의 가치를 훼손할 순 없다. 상식이자 순리다.
부산 울산 경남 3개 시·도 수장이 선언한 부울경 초광역경제동맹 추진은 이런 상식과 순리를 뒤집는 일이다. 이에 따라 부울경을 아울러 대한민국 현재의 가장 큰 과제인 수도권 집중을 해소하고, 미래를 기약하는 새로운 발전축을 만들자는 부울경 메가시티의 기본틀인 부울경 특별연합이 좌초 위기다. 정확하게 말하면 세 단체장이 특별연합 대신 경제동맹을 꾀하고자 했으니 내년 1월 출범 예정이던 특별연합을 위한 모든 절차가 중단됐다. 대신 3개 시·도가 파견한 25명 규모의 특별연합 합동추진단은 해체 수순을 밟고, 9명으로 경제동맹 전담 사무국을 꾸린다. 시계 바늘을 가까이는 2년 전 부울경 특별연합 논의 초기로, 멀리는 20년 전 부울경 경제권 논의 시발점으로 되돌렸다.
이들은 부울경 특별연합이 실효성과 효율성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 사이에 지방자치법을 고쳐 2개 이상 지방자치단체가 공동 사무처리를 위해 특별지방자치단체를 설치할 수 있도록 했고, 지방시대를 열겠다는 윤석열 정부가 부울경 메가시티 구축에 필요한 인프라 조성에 35조 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이 정도론 미흡하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그런데 경제동맹에 더해 2026년까지 부산과 경남은 행정통합을 하겠다고 장담했으나 구체적인 내용이 없어 공허하다. 경제동맹이란 틀로는 법적, 제도적으로 메가시티 프로젝트를 대체할 수 없다.
지난 3월 합동추진단이 부울경 주민 20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88%가 메가시티 출범이 지역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응답했으며, 88.6%는 메가시티 필요성에 동의했다. 세 단체장은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며 새로운 리더십을 세웠다. 이런 주민 바람은 아랑곳없이 제 길을 가겠다는 이야기다. 또 인구 1000만 명 수준의 도시들이 국가 발전을 주도하는 세계 흐름과 거꾸로다. 미국 시카고 샌프란시스코 로스엔젤레스나 중국 상하이 심천, 프랑스 리옹, 영국 에든버러 맨체스터 글래스고는 물론 일본 간사이광역연합 등이 어떻게 그 지역과 국가를 견인하고 있는지 많은 이가 공감하고 있다.
무엇보다 아쉬운 대목은 색깔이 다른 정당이 추진했던 정책을 치지도외하는 비토크라시(vetocracy)다. 경남도와 울산시 국정감사가 그 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잘 달리는 열차를 탈선시키는 꼴”이라며 특별연합 파기 선언을 비판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균형발전의 새로운 해법”이라며 경제동맹을 두둔했다. 주민 동의 절차라 할 지방의회라고 다를 바 없을 것 같아 보인다. 3개 시·도 의회는 지난봄 의결한 특별연합 규약을 없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절대 다수 의석을 차지한 이들 의회에서 이의를 제기하기 어려운 구도이다.
2010년 12월 출범한 간사이광역연합은 부울경 특별연합이 참고한 모델 가운데 하나이다. 수도인 도쿄에 대응하는 ‘국토의 두 눈’이 목표다. 이를 위해 ‘간사이는 하나, 간사이는 하나하나’를 강조한다. 지금 부울경 경제동맹은 메가시티라는 잘 차려진 밥상을 걷어차고 각자도생, 따로 국밥을 먹겠다는 취지와 다름 없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부울경 유권자 몫이다.
첫 머리로 돌아가자면, 세 단체장이 메가시티를 낙동강 오리알로 만들면서 유권자는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된 셈이다. 이게 얼마나 이치에 안 맞은 처사인지 확인하는 때는 그리 멀지 않다. 유권자를 위해 재논의 장을 만들지 않으면 세 단체장이 낙동강 오리알이 될 수 있다.
정상도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