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사전에는 의리를 세 가지 뜻으로 명시하고 있다.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나 ‘사람과의 관계에서 지켜야 할 바른 도리’는 짐작하는 대로다. 세 번째 ‘남남끼리 혈족 관계를 맺는 일’이 눈에 띈다. 피가 섞이지 않았지만, ‘의리로 맺은 형제’를 의형제라고 한다.
의형제라면 나관중의 ‘삼국지연의’ 첫머리가 떠오른다. 유비 관우 장비가 복숭아나무 밭에서 형제의 의리를 맺은 ‘도원결의’다. 중국인들 사이에서 서약의 모범으로 쓰이는 도원결의는 ‘뜻이 맞는 사람끼리 사욕을 버리고 한 목적을 위해 행동을 같이할 것을 약속한다’는 말이다.
세상 사람들은 뜻이 맞아 의형제를 맺었다가 이해관계가 얽히면 갈라서기를 서슴지 않는다. 형제는 원수지간으로 변했더라도 형제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의형제는 한 번 갈라서면 남남에 불과하다. 요즘 정치판 상황과 맞물려 입길에 오르는 세상 이치다.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사건이 대선자금 수수 의혹 사건으로 확대되는 데 결정적인 증언을 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입’이 정치권을 흔들고 있다. 그의 폭로성 발언에 따라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정치생명이 끊어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유 전 본부장이 의형제였다던 정진상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과 김용(구속) 민주연구원 부원장과의 ‘의리’를 저버린 까닭이 궁금하기도 하다. 정 실장과 김 부원장은 이 대표가 공인한 측근 인사들이다. 지난해 10월 대장동 민간 사업자들에게 특혜를 제공한 혐의 등으로 구속됐던 유 전 본부장은 최근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된 뒤 격정의 말을 쏟아냈다.
“형들이라고 불렀던 사람들과 함께해도 좋겠다고 생각했었다.‘의리’ 하면 장비(자신 지칭) 아니겠나.” 그런데 구치소에서 1년 명상하면서 “너무 헛된 것을 좇아다녔다”는 것을 알았다고 한다. ‘의형제 의리’를 지키려다 결국 모든 죄를 뒤집어쓸 판이 되자 얻은 깨달음일 수 있겠다. 자신은 지은 죄만큼 죄값을 하고, 다른 사람들도 처벌받으면 된다는 것이다.
유 전 본부장은 ‘의형제들과 갈라선 배신자’일까, 아니면 ‘뒤늦게 깨달은 내부고발자’일까. 검찰 수사와 법정 다툼의 향배를 지켜볼 일이다. 감방에서 자신이 ‘의형제들’에게 이용당했다는 생각에 마음을 바꿨다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헛된 뜻을 함께한 의형제의 의리가 깨진 뒤끝에는 비수가 목을 겨누는 형국이니 세상 참 묘하다.
강춘진 수석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