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부산은 ‘세계의 대전환, 더 나은 미래를 위한 항해’란 기치로 2030 월드엑스포 유치를 위해 민관이 발 벗고 나서고 있다. KTX 컬러링 벽보나 스크린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홍보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홍보대사인 BTS 공연이 성황리에 개최됐다. 부산에서는 유치 분위기가 한껏 달아올라 보인다. 이와 같은 유치 활동은 부산을 넘어 나라 차원까지 확대되고 있다.
2025년에는 오사카·간사이 월드엑스포가 유메시마에서 개최된다. 이를 위해 최근 일본에서는 8개 도심항공교통(UAM) 노선을 확정하는 등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2030 월드엑스포의 유치에 민관이 발 벗고 나서고 있지만 최근의 국내외 환경과 정세는 긍정적이지 않다. 특히 대결적인 남북관계와 끝이 보이지 않는 정국의 경색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나마 조금 다행인 것은 엑스포 개최지에 대한 국제박람회기구(BIE)의 현장 실사가 내년 1분기이고, 결정 시점은 11월께라는 점이다.
부산의 유치 환경과 가능성 여부는 변론으로 치고, 얼마 전부터 “엑스포를 부산에 유치하면 뭐가 좋을 거 같느냐”고 물으니 알 만한 사람들도 대부분 “잘 모르겠다”고 한다.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것일까? 과거 올림픽이나 월드컵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여러 우려가 있었음에도 성공적으로 마쳤으며 지금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좋은 기억을 많이 가지고 있지 않는가. 이렇게 된 데에는 기본적으로는 관심 부족이라 할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엑스포가 우리의 삶, 또는 나와 무슨 상관이 있느냐에 대한 친절한 설명이 부족해서이다. 결국, 주최 측은 엑스포의 편익에 대한 구체적인 콘텐츠로 시민에게 살갑게 다가서야 사회적 합의와 공감을 좀 더 얻어낼 수 있다.
엑스포는 만국박람회라고 불렀으나 1993년 전문(인정) 엑스포인 ‘대전엑스포’를 계기로 일반화됐다. 우리나라가 개항 이후 박람회에 본격적으로 참가하기 시작한 것은 1893년 시카고엑스포(세계박람회위원회 초청)였으며 ‘제조와 교양관’ 한 칸에 전시관을 마련하고 출품했다. 1900년 파리엑스포에도 참가했는데 대한제국관은 프랑스의 페레가 설계했으며 경복궁 근정전을 모방한 것이었다. 일본에서 열린 박람회 공진회 등에 조선총독부가 100여 차례나 참가했으며 조선에서도 크고 작은 박람회와 공진회가 170여 회나 개최됐다.
당시 일본이 식민통치의 정당성과 업적 과시는 물론 계몽과 선전의 도구로 삼으려는 목적으로 다양한 박람회를 개최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조선총독부가 개최한 1915년 시정 5주년 기념 조선물산공진회와 1929년 조선박람회이다. 이때에는 궁궐을 파괴하면서 전시실을 만들었다. 1929년의 조선박람회에는 건축물 건평만 1만7000여 평, 행사 방문자가 144만여 명에 달했다 한다. 1930년대 서울의 인구가 40만 명 정도였음을 감안하면 상당히 놀라운 일이다. 이 시기 부산에서 개최된 박람회는 1905년 한일상품박람회, 1914년 경상남도산업공진회, 1923년 조선수산공진회, 1924년 부산연합품평회, 1926년 조선무역품 전람회, 1935년 박람회와 염가판매 등이다.
2030년 부산으로 유치하려는 엑스포는 참가국이 각자의 비용으로 전시관을 설치하는 ‘월드(등록)엑스포’이다. 엑스포는 인류의 산업 과학기술 발전성과를 소개하고 개최국의 역량을 과시하는 장으로 경제 문화 올림픽이라고도 불린다. 20세기의 엑스포가 주로 국력 과시의 장으로 산업과 과학기술의 성과를 보여주었다면, 21세기에는 인류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에 대해 해결방안을 찾아 희망을 주는 교육의 장을 지향한다고 한다. 물론 내세운 명분과는 다르게 특정 국가의 과도한 상업주의의 영향, 개최지 주변의 개발을 목적으로 하는 엑스포로 변질된 사례도 있다. 한때 엑스포가 열렸다 하면 흥행에 성공하는 것으로 인식되기도 했다. 그런데 일본의 경우 다섯 번의 공인 엑스포를 개최했으나 1970년 오사카 엑스포만큼 흥행을 거둔 적은 없었다 한다. 또한 많은 비용을 들인 엑스포 시설의 사후 활용이 중요하다. 자칫하면 애물단지로 전락한다. 대전과 여수엑스포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최근 언론에서는 ‘구멍 뚫린 콘서트장, 암표 바가지요금까지’란 기사 등으로 엑스포 수행 역량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단속만이 능사가 아니다. 성숙된 민주 시민의식이 필요하다. 이와 같은 기사는 유치 기원과는 별도로 준비에 만전을 기할 것을 지적한 것으로 봐야 한다. 올림픽과 월드컵의 유치와 성공적으로 개최했다는 경험을 염두에 둔다면 이와 같은 지적은 기우일 수 있다. 무엇보다도 유치 자체가 관건이라고 생각된다. 이를 위해 관민이 조금 더 많은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박철규 국립 일제 강제동원역사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