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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축제의 역습

  • 강춘진 기자 choonjin@kookje.co.kr
  •  |   입력 : 2022-11-01 19:56:20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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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극 제작자 겸 축제 기획자 데이비드 빈더는 이런 말을 했다. “축제는 다양성을 촉진시키고 이웃들 간에 소통하게 하고 창의성을 높여주고 사람들에게 자긍심을 갖게 하고 심리적 행복감을 향상시켜준다.” 일종의 ‘축제 예찬론’이다. 그는 “한 마디로 축제는 (사람 사는 세상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준다”고 덧붙였다.

만성절(하늘에 있는 모든 성인을 흠모하고 찬미하는 축일) 전날 행해지는 핼러윈의 ‘한국형 축제’를 즐기려던 젊은이 300여 명이 죽거나 다친 지난달 29일 악몽 같은 밤을 생각한다면 빈더의 시각은 선뜻 동의하기 어려워진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사고 현장에서 극도의 공포감에 휩싸였다. 그들에게는 심리적 상처가 평생 남을 것이다.

전 세계 곳곳에서 사람들을 모으는 다양한 형태의 축제가 벌어진다. 행사에 참석해 즐거움과 종교적 위안을 얻고, 사회 공동체 의식과 일체감을 느낀다. 통과의례처럼 축제를 마치고 새로운 에너지를 충족시킨다. 하지만 사람이 밀집하는 축제 현장에는 크고 작은 안전사고가 도사린다.

지난달 30일 인도 서부 구자라트주 모르비 지역 마추강을 가로지르는 현수교 위에서 디왈리(인도의 가장 큰 명절) 축제를 즐기던 사람들이 다리 붕괴로 추락하면서 140여 명이 숨졌다. 다리가 감당할 수 있는 사람 수는 150명이 채 안 되는데, 하중을 3배 이상 초과한 500명가량이 몰렸다고 한다. 이 다리는 사고 발생 전날에도 심하게 흔들렸다는데, 현지 당국은 별다른 조치 없이 몰리는 인파를 통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월 4일 미국 시카고 하이랜드 파크에서 독립기념일 기념 퍼레이드 행렬을 겨냥한 무차별 총격 사건으로 6명이 숨지는 등 30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독립기념일 축제가 피로 얼룩진 셈이다. 이 때문에 시카고 북쪽의 주변 지역에서도 독립기념일 행사를 전격 취소했다. 이런 축제의 결말은 ‘사람 사는 세상을 더 슬픈 곳으로 만들어준다’.

인파가 많이 몰린다고 무조건 위험하다고는 할 수 없다. 2005년부터 매년 가을 100만 명 이상이 밀집한 가운데 열린 부산불꽃축제 등 많은 축제는 사고 없이 진행됐다. 사람 간 이동 흐름 통제와 사전 점검 등 안전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한 결과다. 축제는 인류사회 대표적인 ‘인구 과밀문화’의 장이다. 언제 어떤 형태로 빚어질지 모르는 재난에 대비하지 않으면 ‘이태원 참사’와 같은 참혹한 결과를 낳는 ‘축제의 역습’이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

강춘진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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