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지인들과 주고받는 대화나 메신저 내용의 상당수가 하루가 다르게 폭등하는 대출금리와 부동산 폭락 사태인 것 같다.
지난 2년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을 만큼 거액 대출을 냄), 빚투(빚 내서 투자)로 산 집은 끝없이 미끄러져 내려가는데 금리는 1년 새 두 배가량 올라 급여의 80%가량을 빚갚는 데 쓴다는 A, 저금리시대 ‘빚 안내면 바보’라는 사회분위기에 휩쓸려 신용대출로 받은 수천만 원을 가상화폐·주식 등에 투자해 원금을 거의 까먹었다는 B 등 여기저기서 아우성이다. 지인 C는 분양받은 새 아파트로 입주하기 위해 살던 아파트를 팔려고 내놓은 지 수개월이 지나도록 사려는 사람이 없어 애를 태우고 있다고 했다. 매매를 포기하고 전세로 바꿔 세입자를 찾고 있지만 비슷한 사정으로 전세매물이 쏟아진 터라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C 는 “대출금리만 오른 줄 알았는데 총부채상환비율(DSR) 규제 때문에 주택대출 한도도 대폭 줄었다”며 “이사날짜는 정해져 있는데 그때까지 집이 안 나가면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한국인의 부동산 사랑은 전세계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집은 거주공간을 넘어 부(富)를 쌓는 핵심 수단이다. 하루가 멀다하고 연예인이나 셀럽들이 건물 투자로 몇년 만에 거액을 벌었다는 기사가 나오고, 정치인이나 정부 고위관료들 중 다주택자가 부지기수인 걸 보면서 서민들은 ‘역시 부동산’이라며 고개를 주억거린다.
국민은행에서 발표한 대한민국 부자 보고서도 이런 확증을 더해 준다. 지난해 한국 부자(금융자산 10억 원 이상)의 총자산 구성비를 보면 부동산 59%, 금융 36.6%다. 부동산 중 비중이 가장 큰 자산은 거주주택(29.1%)이며, 거주 외 주택 10.6%, 빌딩·상가 10.8%, 토지·임야 5.2% 등이 뒤를 이었다. 총자산 규모가 많을수록 부동산 비중도 높아졌다.
초저금리 기조에 영끌이 곧 시대정신이 되면서 가계부채(2분기 기준 1869조 원)는 사상 최고 수준이다. 지난달 30일 국제금융협회(IIF)의 세계 부채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세계 35개 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한국이 102.2%로 가장 높다. 지난해 2분기 말 처음 ‘가계 빚 세계 1위’ 타이틀을 얻은 뒤 1년째 부동의 1위다. 국제결제은행(BIS)이 제시하는 가계부채 비율 임계수준(80%)을 크게 웃돌 뿐만 아니라 GDP 대비 가계부채가 100%를 넘는 유일한 국가다. 코로나 사태 이후 주요 20개국(G20)의 국가총부채 비율이 줄어든 것과 반대로 한국은 상승세를 이어갔다. G20은 2020년 대비 지난해 3분기 평균 국가총부채비율이 23.8%포인트 낮아진 반면, 한국은 8.1%포인트 늘었다. 특히 가계부채 비율 증가는 2017년 대비 지난해 3분기 17.3%포인트 상승해 G20의 평균치(3%포인트)보다 5.8배나 컸다.
고금리에 가계부채 리스크는 이미 시한폭탄 수준이다. 빚의 절대적 비중은 주택관련 부채다. 지난해 말 기준 빚을 낸 38만 가구는 집을 팔아도 빚을 다 못 갚거나, 소득의 40% 이상을 원리금 상환에 쏟고 있지만 무섭게 치솟는 대출이자 상승 폭을 감당하기 힘들다.
게다가 3일 새벽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기준금리 인상이 예고되면서 한국은행도 오는 24일 열릴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존 예상치보다 인상폭을 늘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 경우 현재 3%인 기준금리가 연말 3.5%를 넘어 내년 초 4%까지 오르게 되면, 주담대 금리 상단은 9%를 넘어선다. 매달 갚아야 하는 돈이 1년 새 두 배도 모자라 세배까지 치솟는다면 버틸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의 주요 원인이 가계부채였던 만큼 가계부채는 금융위기의 뇌관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가계부채가 경제위기로 이어지지 않도록 정부의 신중한 정책 대응이 시급하다.
임은정 경제부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