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김석환의 이미 도착한 미래] ‘죽어도 자이언츠’를 보면서

  • 국제신문
  •  |   입력 : 2022-11-10 19:20:53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인구 18만 명의 선덜랜드는 조선업으로 한때 영국을 대표했던 도시다. 하지만 화려한 시절이 지나고 선덜랜드에 남은 것은 이제 프랜차이즈 축구단 하나뿐. 그마저도 2부 리그다. 넷플릭스의 다큐멘터리 시리즈 ‘죽어도 선덜랜드’는 그래도 떠나지 않는, 떠나지 못하는 팬들의 이야기이다. 축구의 태동기, 선덜랜드는 지역 교사들의 팀이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지역 화물노동자 구단이었다. 박지성이 뛰던 시절, 맨유는 프리미어 리그는 물론 전 유럽 최강팀이었다. 하지만 삼성은 맨유 대신 당시 5, 6위권이었던 첼시에 10년 동안 1000억 원의 광고를 쏟아부었다. 런던 연고의 첼시는 귀족들이 만든 구단으로, 명품 지향의 삼성 이미지에 더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었다.

영국인에게 축구는 생활이자 종교다. 영국 축구팬들은 이렇게 말한다. “아내와 차는 바꿀 수 있어도 축구팀은 바꿀 수 없다.” 그들에게 축구클럽은 선택의 대상이 아니다. 성적과도 무관한, 태어나면서 결정되는 ‘숙명’ 같은 것이다.

한국 프로야구는 1981년 5월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제안되고 전두환 대통령의 결재를 받아 1982년 6개 팀으로 출범한다. 5·18 광주민주화항쟁의 두 해 뒤다. 프로야구 출범이 무려 대통령의 결재까지 받아야 하는 중차대한 국가 프로젝트였던 것이다.

프로야구는 민심 수습을 위한 3S(Screen, Sex, Sports)의 하나였다. 프로야구 출범 당시 롯데의 희망 연고지는 서울이었지만 MBC에 밀려 마지못해 부산을 프랜차이즈로 하게 된다. 급조된 리그라서 변변한 응원가도 없던 시절이었다. 자이언츠는 이미 발표된 ‘부산갈매기’, 삼성 라이온즈는 ‘엘도라도’라는 미국 댄스곡을 사용했다. 압권은 호남 연고의 해태 타이거스였다. 어떻게 편곡을 해도 ‘거시기한’ 감정이 드러나는 ‘목포의 눈물’이었다. 야구장에 몰려든 관중은 경기에서 이기면 울면서 ‘목포의 눈물’을 불렀다. 그래서 1992년 김대중 대통령 당선 이전까지 해태 타이거즈는 5·18 주간에는 광주에서 홈경기를 하지 못하고 떠돌아다녀야만 했다.

스포츠는 다양한 층위의 정체성이 투영되는 영역이다. 프로야구 출범 때처럼 국가와 지배집단이 스포츠를 통해 정체성을 조장, 조작하기도 하지만 대중이 자신들의 정체성을 스스로 만들어 나가기도 한다. 부산 시민은 선덜랜드처럼 ‘죽어도 자이언츠’라고 할 수 있을까? 있다면 정체성은 어떻게 형성이 되었을까?

나는 그 모멘텀이 최동원이었다고 생각한다. 프로야구 출범 2년 뒤 자이언츠는 첫 우승을 한다. 최동원은 코리안 시리즈 7경기 가운데 혼자 4승을 거둬 팀을 우승시킨다. 엄청난 혹사였고 감독도 이를 알았다. 7차전을 앞둔 강병철 감독과 그의 대화는 여전히 전설로 남아 있다. “‘동원아 우짜노… 여까지 왔는데….” “알겠심더. 마, 함 해 보입시더.”

우직한 최동원은 어깨가 망가질 때까지 혼신의 힘을 다해 공을 던졌다. 그의 강속구는 어쩌면 암울했던 시대를 향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1987년의 6월 민주화항쟁에도 모습을 드러냈던 최동원은 1988년 선수들의 권익 신장을 위해 선수협의회 결성에 앞장선다. 하지만 그에게 돌아온 것은 구단의 ‘빨갱이짓’이라는 매도와 트레이드였다. 아직도 전직 대통령을 향해 공공연하게 ‘빨갱이’라고 하는 세상이다.

대전 출신인 부산대 곽한영 교수는 최동원에 대해 감동적인 글을 쓴 적이 있다. “부산 사람들에게 최동원은 절대로 잊을 수 없는 마음의 빚이다. 그는 ‘우리’를 위해 대신 싸우다가 인생을 망쳤다. 우리는 그가 구단으로부터 핍박받을 때 지켜주지 못했고 당선이 보장된 민자당의 유혹을 뿌리치고 야당인 민주당 시의원 후보로 출마했을 때도 낙선의 고배만을 건넸다. 암으로 세상을 떠날 때도 그의 곁을 지켜 준 건 부산 사람들이 아니라 대전의 한화 이글스였다.”

2010년 2번이나 당선됐던 서울 지역구를 과감하게 버리고 부산으로 온 김영춘은 LG 팬이었던 아들에게 지역 밀착을 위해 자이언츠 회원 가입을 종용한다. “아들, 너 LG가 무슨 약자인지 알아?” “뭔데요?” “LG는 롯데 자이언츠의 약자야.” 그렇게 롯데는 ‘죽어도 자이언츠’가 되었다.

세상도 야구도 너무 많이 변했다. 공동체를 위해 단식하는 사람 옆에서 치킨을 먹어가며 조롱하고 이 내용을 유튜브로 송출, 돈을 버는 비정하고 비열하고 비겁한 세상이 되었다. 야구도 이제는 계산기와 ICT의 영역이다. 구단 가치 제고를 위한 ‘머니볼’은 상식이다. 투수들은 데이터 확보를 위해 온몸에 센서가 부착된 장비를 걸치고 연습을 한다. 타자가 공을 치면 트랙맨으로 발사 각도와 타구 속도 등을 실시간으로 분석한다. 수비할 때는 데이터 분석을 통해 개별 선수에 맞춰 수비 위치를 옮긴다.

최동원은 그 유명한 ‘58개띠’다. 나도 그렇다. 우리는 고향을 기억하는 마지막 세대이면서 고향을 잃어버린 첫 번째 세대다. 고향 동구 앞 느티나무 같았던 최동원이 사망한 지 벌써 11년이다. ‘죽어도 자이언츠’, 그 표현에 나는 ‘죽어도’ 동의하지 않는다. 아디오스, 최동원 아디오스, 내 젊었던 날들이여.

김석환 부산대 석좌교수·전 한국인터넷진흥원장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르포] 심야할증 땐 0시~2시 기준 6240원부터…“택시비 겁나 집 근처서 술자리”
  2. 2유일한 진입로 공사 못 해 97억짜리 시설 개장 지연
  3. 3민주당, 산은 이전에 또 태클…이재명 부산서 입장 밝힐까
  4. 4정부, 2일부터 KTX 최대 50% 할인…숙박시설 3만 원↓
  5. 5선관위 '아빠 근무지' 채용 4명 추가 확인...경남 인천 충북 충남
  6. 6남포동 지하상가서 외국인 발로 찬 50대 입건
  7. 7또래 여성 살해 정유정 검찰 송치 “유가족에 죄송하다”
  8. 8'부산 또래 살인' 정유정, 사건 일주일만에야 "죄송합니다"
  9. 9전국 아파트값 회복세인데... 물량 많은 부산은 '아직'
  10. 10'꽈당 대통령' 바이든 또 넘어졌다
  1. 1민주당, 산은 이전에 또 태클…이재명 부산서 입장 밝힐까
  2. 2선관위 '아빠 근무지' 채용 4명 추가 확인...경남 인천 충북 충남
  3. 3"北 해커 빼돌린 우리 기술로 천리마 발사 시도"...첫 대가성 제재
  4. 4野 부산서 일본 오염수 반대투쟁 사활…총선 뜨거운 감자로
  5. 5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황보승희 의원 경찰 조사
  6. 6北 실패한 위성 발사 곧 시도할 듯...새 항행경고도 南 패싱?
  7. 7‘채용특혜’ 선관위, 감사원 감사 거부
  8. 8尹, 국가보훈부 장관 박민식·재외동포청장 이기철 임명
  9. 9북한 발사체 잔해 길이 15m 2단 추정…해저 75m 가라앉아 인양 중
  10. 10혼란만 키운 경계경보…대피정보 담게 손 본다
  1. 1정부, 2일부터 KTX 최대 50% 할인…숙박시설 3만 원↓
  2. 2전국 아파트값 회복세인데... 물량 많은 부산은 '아직'
  3. 3[단독]부산신항 웅동배후단지 침하 BPA 분담률 60%로 최종 합의
  4. 4파크하얏트 부산, 최대 매출 찍었다
  5. 5원자력硏 "후쿠시마 오염수, 희석 전엔 식수로 절대 부적합"
  6. 6댕댕이 운동회부터 특화 가전까지 “펫팸족 어서옵쇼”
  7. 7약과도넛·홍시빙수…‘할매입맛’ MZ, 편의점 달려간다
  8. 8지난달 부산 소비자물가 3.4%↑…2년 만에 전국보다 높아져
  9. 9부산대에 韓-인니 조선해양기술허브 만든다
  10. 10HMM, 현대LNG해운 인수전 참여...선원노련 "해외매각 반대"
  1. 1[르포] 심야할증 땐 0시~2시 기준 6240원부터…“택시비 겁나 집 근처서 술자리”
  2. 2유일한 진입로 공사 못 해 97억짜리 시설 개장 지연
  3. 3남포동 지하상가서 외국인 발로 찬 50대 입건
  4. 4또래 여성 살해 정유정 검찰 송치 “유가족에 죄송하다”
  5. 5'부산 또래 살인' 정유정, 사건 일주일만에야 "죄송합니다"
  6. 6부산 경남 울산 비 그치자 더위 시작..."주말 해수욕 인기 끌듯"
  7. 7부산 동명대 부지에 대학동물병원 첫 건립
  8. 8괌 할퀸 초강력태풍 '마와르'...일본 상륙해 피해 속출 중
  9. 9부산교정시설 입지선정위 본격 가동…사상·강서 후보지 답사 장·단점 검토
  10. 10비수도권大 65% 글로컬사업 신청…27곳 ‘통합 전제’
  1. 1"나이지리아 나와" 한국 8강전 5일 새벽 격돌
  2. 2‘봄데’ 오명 지운 거인…올 여름엔 ‘톱데’간다
  3. 3‘사직 아이돌’ 데뷔 첫해부터 올스타 후보 올라
  4. 4박경훈 부산 아이파크 어드바이저 선임
  5. 5강상현 금빛 발차기…중량급 18년 만에 쾌거
  6. 6세비야 역시 ‘유로파의 제왕’
  7. 710경기서 ‘0’ 롯데에 홈런이 사라졌다
  8. 8“경기 전날도, 지고도 밤새 술마셔” WBC 대표팀 술판 의혹
  9. 9세계 1위 고진영, 초대 챔프 노린다
  10. 10264억 걸린 특급대회…세계랭킹 톱5 총출동
우리은행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우리는 제1부두를 맘대로 할 자격이 없다
황령산 봉수전망대에 보내는 간곡한 바람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바뀐 것이 원인이다
낙동강이 아프면 사람도 아프다
기고 [전체보기]
제28회 바다의 날을 보내며
한국 온실가스 감축의 핵심키, 원자력발전
기자수첩 [전체보기]
BIFF 사태, 단순 내부갈등으로 치부될 일인가
업자에 돈 빌려준 경찰들…전세사기 피해자 두 번 울었다
김갑수의 생각 [전체보기]
한일회담, 그들의 영구집권은 가능할까?
한국은 여기까지다
김석환의 이미 도착한 미래 [전체보기]
세계는 지금, 반도체 전쟁 중
3차 세계화, 우리는 괜찮을까
김용석의 시사탐방 [전체보기]
‘학생의 날’이 있다면
“거울아, 거울아!” 그 중독의 마법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피리와 히치리키
엑스포와 나비효과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산은, 새 성장축 발전에 동참하길
‘소통 부재’를 해결하는 법
도청도설 [전체보기]
부산시향의 연륜
부재중전화 스토킹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김해 뒷고기
명태 산업
사설 [전체보기]
BIFF 위상 지킬 근본적 쇄신책 마련하라
‘교육 취업 정주’ 선순환 부산형 청년정책을
세상읽기 [전체보기]
증거에 기반한 최저임금 인상
‘감사하다’라는 인생의 보약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간호법 제정안과 지역사회 보건의료
복지 지출의 원칙과 난방비 지원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새로운 해양시대
이해인 수녀 '기도의 창가에서' [전체보기]
가족에게 감사의 꽃을 드립니다
새가 되어 새로이 떠나려는 나에게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한국경제 괜찮은가
한반도에 새로운 국제질서가 등장하고 있다
인문학 칼럼 [전체보기]
그림의 맛, 돈의 맛
중세의 혐오와 공감의 정치
장병윤의 대안 모색 [전체보기]
밥의 길, 쌀의 미래
원전에 미래를 맡길 수 없다
전호환의 두잉세상 [전체보기]
세계의 대전환, 2030 부울경세계박람회
근고지영
차재원의 정치평설 [전체보기]
민주당이 ‘노무현 정신’을 되살리려면
대통령의 초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새옹지마
봄의 낭만에 대하여
특별기고 [전체보기]
한일관계, 기초 제대로 잡아가야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어린이를 위한 음악
두 마리 토끼, 콘골트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남농산수화’의 탄생
의재 허백련의 한국적인 산수화
CEO 칼럼 [전체보기]
기후위기 해결에 앞장서는 부산을 꿈꾸며
지역서도 유니콘 기업 나와야 한다
  • 부산항쟁 문학상 공모
  • 부산엑스포키즈 쇼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