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인문학 칼럼] 자기를 다스리는 정치

공자 ‘인’ 모범 보여주며 제자들 ‘도’ 깨우치게 해

통치자 인격 수양 힘써 국민 다가오게 만들어야

  • 국제신문
  •  |   입력 : 2022-11-16 19:59:34
  •  |   본지 1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논어’를 관통하는 핵심 개념은 어질 인(仁)이다. 그렇지만 논어에서 인을 이론적으로, 추상적으로 설명하는 문장은 찾기 어렵다. 인은 논어의 모든 문장에 담겨있는 공통 원리이고 논어에는 그것을 일상에서 행하는 공자의 말과 행동이 서술되어 있을 뿐이다. 그렇게 이치를 생활 속에서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방법과 진리를 향해 가는 길을 도(道)라고 한다. 물론 도라는 개념에 대해 학자마다 다르게 설명하지만 적어도 논어와 맹자, 대학과 중용에서 말하는 도는 주로 이런 뜻이다.

공자는 직접 모범을 보이는 방식으로 교육했다. 제자들에게 그런 공자는 곧 살아 움직이는 도였다. 제자들은 그런 공자를 따라 배우기 위해 경이로운 마음으로 그의 일상을 빠짐없이 기록했다. 모두 20편으로 구성된 논어의 중간, 제10 향당편에는 공자가 식사하고 옷을 입고 잠을 자고 집안에서 생활하는 소소한 일상이, 그리고 밖에 나와서 사람들과 만나는 장면이 상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논어에서 마음을 뒤흔드는 거창한 문장과 웅변을 기대했던 독자들은 논어가 대부분 이런 문장으로 구성되어있음을 느끼는 순간 지루해한다. 멋있는 말씀을 듣고 싶었는데 공자가 의자에 앉던 자세와 술자리 예절, 옷 입는 스타일까지 알아야 하는지 그야말로 따분하다고 여기는 것이다. 그렇지만 논어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면 바로 이것이 도라는 것을 알게 된다.

공자는 물가에서 도를 깨달았다고 한다. 그래서 필자는 공자가 살았던 곡부 사수(泗水)의 물이 궁금했었다. 방문해서 직접 보니 엄청나게 큰 강물이 아니었다. 퇴계(退溪) 이황 선생의 호를 생각하면서 계자가 물을 의미하니, 그분이 귀향한 곳 생가 근처에 있는 물이 어떤지 보고 싶었다. 직접 가서 보았더니 역시 거대한 물은 아니었다. 그냥 작은 시냇물이었다. 이분들에게 도는 바로 직접 대면하는 일상의 작은 일에 관한 것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도가 사람에게서 멀지 않다(道不遠人)는 중용에 인용된 공자의 말씀이 더욱 실감 나게 다가왔다.

공자는 자기를 다스리는 마음으로 모든 일에 임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런 자신을 드러내고 설명하지는 않았다. 다만 그것을 일이관지(一以貫之)라고 막연하게 말한 적이 있었는데, 그 일(一)이라는 것이 곧 자기 마음이며, 자기 수양이라는 것을 알아챈 제자가 있었다. 증자(曾子)였다. 증자는 이런 공자를 그대로 따라 했다. 그는 자기를 다스리는 일이야말로 그 자신이 공자의 제자로서, 그리고 그가 교육하는 제자들의 스승으로서 평생 계속해야 할 과제라는 것을 알았고 실제로 그렇게 했다. 이런 증자의 삶의 자세는 그가 운명하는 장면에서 극적으로 제자들에게 표현되었다.

증자가 중병에 걸렸다. 그의 죽음이 임박한 것이다. 제자들을 불러 모은 증자가 말했다. “이불을 걷어내고 내 다리를 보고 내 팔을 보아라. 시경에 전전긍긍하면서 조심하고, 마치 깊은 연못가에 있는 것처럼 조심하고, 마치 얇은 얼음 위를 걷듯이 조심하라고 하지 않았느냐? 내가 평생 그렇게 했다. 그러나 이제 죽으니 조심하며 마음을 졸이고 살아온 그 고생을 면하게 되었구나, 제자들아.” (曾子有疾하사 召門弟子曰 啓予足하며 啓予手하라 詩云戰戰兢兢하야 如臨深淵하며 如履薄氷이라하니 而今以後에아 吾知免夫와라 小子아)

증자는 공자의 교육 방법을 이어받아서 제자들에게 그대로 전달했다. 이런 증자의 가르침은 매일 자기 자신을 3가지로 반성해본다는 삼성(三省)이라는 말로 잘 알려져 있다. 이렇게 자기를 다스리는 것을 기본으로 삼았던 증자의 제자들이 논어를 편집했다. 수신(修身)을 근본으로 강조한 대학도 증자의 저술이라는 학설이 있다. 중용 역시 증자의 영향을 받은 자사(子思)가 편집한 것이니 당연히 자기 수양이 중심이다. 맹자도 자사의 정신을 이어받았다. 그래서 맹자는 곧 논어 대학 중용을 종합한 자기 수양의 교과서라고 할 수 있다.

수기치인(修己治人)을 자기 인격 수양에 힘쓰고 다른 사람을 다스린다는 뜻으로 직역하면 어딘가 좀 부족하다. 여기서 치인(治人)은 통치자가 백성을 지배한다는 말이 아니다. 자기가 인격적으로 모범을 보여서 감화된 백성이 자발적으로 다가오게 하는 상황을 말하는 것이다. 이것은 너무 이상적인 주문이 아니냐고 반문하겠지만, 성선설을 믿으면서 백성을 자신에게 권력을 준 하늘이라고 섬겼던 예전의 선비들에겐 당연한 말이었다. 날로 격화되는 지금의 정쟁(政爭)을 보면서, 무엇이 부족해서 그런가를 생각해보았다. 컴퓨터도 프로그램이 작동하는 바탕인 운영체계가 있어야 하듯이, 정치에도 좋은 법과 제도가 운영되게 하는 공통의 문화적 윤리적 전통이 꼭 필요하다. 비록 오래되었지만 우리에게 있었던 자기를 다스리는 정치 전통을 현실정치의 바탕으로 복원하기를 제안해본다.

부남철 영산대 자유전공학부 교수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눈물머금고 ‘생명유지장치’ 껐는데…20대, 혼수상태서 살아나 '기적'
  2. 2[영상] 그 많던 학교앞 문방구 어디로 갔나
  3. 33년 만에 지킨 조문 약속...부산테니스협회의 조용한 한일외교
  4. 4"망자의 쾌유를 빌다니"...백신 피해보상전문위 해체 운동 본격화
  5. 5육아 스트레스에…한 살배기 아이 숨지게 한 40대 엄마 집유
  6. 6‘필로폰 투약’ 남경필 전 지사 장남 영장심사...오후 구속여부 판가름
  7. 7빨래하다 훼손된 상품권…교환 가능해? 안돼?
  8. 8광명 웨딩홀에 “폭발물 설치” 협박 전화…하객 대피 소동
  9. 94년 만에 돌아온 진해 군항제..'꽃캉스 절정'은 다음 주 초
  10. 10문 전 대통령 '양산 평산마을 책방' 4월 개장할 듯
  1. 1與 "한동훈 탄핵·민형배 복당?…野, 탈우주급 뻔뻔함"
  2. 2국민 절반 이상 "국회의원 수 줄여야", 정치권 300석 유지 가닥
  3. 3국토위, TK 신공항 특별법 의결…가덕 조기 보상법안도 문턱 넘어
  4. 4남경필 장남 또다시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에 붙잡혀
  5. 5‘컨벤션 효과 끝’ 국민의힘 민주당에 지지율 역전 당해
  6. 6‘컨벤션 효과 끝’ 국민의힘 민주당에 지지율 역전 당해
  7. 7‘속전속결’ 이재명 대표직 유지 결정 놓고 민주 내홍 격화
  8. 8北 핵무인수중공격정 '해일' 폭발...지상 공중 이어 수중 핵위협 완성?
  9. 9헌재 “검수완박법 국회 표결권 침해…효력은 인정”
  10. 10北, 오늘까지 우리에게 1300억 원 갚아야 한다…“북, 성의 없어”
  1. 1하이브, 공개매수 후 남은 SM 주식 어떡해?…주가하락 땐 평가손 가능성
  2. 21060회 로또 1등 28명…각 8억9824만 원씩
  3. 36328억에 팔린 남천 메가마트 땅…일대상권 변화 부를까
  4. 4“여기가 이전의 부산 서구 시약샘터마을 맞나요”
  5. 5일회용품 줄이고 우유 바우처…편의점 ESG경영 팔 걷었다
  6. 6"한일 정상회담 후속 조치에 한 마디 언급 없어" 뿔난 수산업계
  7. 7산업은행 ‘부산 이전’ 속도전 채비…노조 TF 제안엔 응답 아직
  8. 8‘공정 인사’ 강조 빈대인호 BNK, 계열사 대표·사외이사 대거 교체
  9. 9전국 주택값 ↓, '강남 불패 3구'도 ↓..."반작용에 상승세 회복"
  10. 10롯데월드 부산 “엑스포 기원 주말파티 즐기세요”
  1. 13년 만에 지킨 조문 약속...부산테니스협회의 조용한 한일외교
  2. 2"망자의 쾌유를 빌다니"...백신 피해보상전문위 해체 운동 본격화
  3. 3육아 스트레스에…한 살배기 아이 숨지게 한 40대 엄마 집유
  4. 4‘필로폰 투약’ 남경필 전 지사 장남 영장심사...오후 구속여부 판가름
  5. 5빨래하다 훼손된 상품권…교환 가능해? 안돼?
  6. 6광명 웨딩홀에 “폭발물 설치” 협박 전화…하객 대피 소동
  7. 74년 만에 돌아온 진해 군항제..'꽃캉스 절정'은 다음 주 초
  8. 8문 전 대통령 '양산 평산마을 책방' 4월 개장할 듯
  9. 9미세먼지에 갇힌 토요일…경남서부 등 일부지역엔 비
  10. 10양산시 경남도와 법원^보훈 업무 관할, 법기수원지, 방송권역 논란 개선책 단일안 마련
  1. 13년 만에 지킨 조문 약속...부산테니스협회의 조용한 한일외교
  2. 2비로 미뤄진 ‘WBC 듀오’ 등판…박세웅은 2군서 첫 실전
  3. 3클린스만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24일 울산서 첫 데뷔전
  4. 4클린스만 24일 데뷔전 “전술보단 선수 장점 파악 초점”
  5. 5‘캡틴 손’ 대표팀 최장수 주장 영광
  6. 61차전 웃은 ‘코리안 삼총사’…매치 플레이 16강행 청신호
  7. 7롯데 투수 서준원, 검찰 수사…팀은 개막 앞두고 방출
  8. 8통 큰 투자한 롯데, 언제쯤 빛볼까
  9. 9기승전 오타니…일본 야구 세계 제패
  10. 10BNK 썸 ‘0%의 확률’에 도전장
우리은행
주민이 직접 설계하는 지방자치단체 구성
불신 큰 지방의회 권한 확대? 다수당 견제책 등 선결돼야
주민이 직접 설계하는 지방자치단체 구성
단체장 권한 집중 획일적 구조…행정전문관 등 대안 고민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황령산 봉수전망대에 보내는 간곡한 바람
더불어 살며 지켜가야 할 피란수도 부산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자연의 법, 인간의 법
낙동강 녹조를 그대로 둘 것인가
기고 [전체보기]
‘딴지 걸기’ 이제 그만, 인천과 가덕도 양 날개로
교육이라는 희망 사다리를 놓자
기자수첩 [전체보기]
동계체전, 국내 최고 겨울 스포츠대회 맞나
학교 신축 공기지연, 노조 탓만 할 수 있나요?
김갑수의 생각 [전체보기]
한국은 여기까지다
안전하게 내려오는 방법
김석환의 이미 도착한 미래 [전체보기]
3차 세계화, 우리는 괜찮을까
‘죽어도 자이언츠’를 보면서
김용석의 시사탐방 [전체보기]
“거울아, 거울아!” 그 중독의 마법
선인장 가시와 ‘나의 불안전 불감증’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세계박람회 왜 부산인가?
문화자산을 물려받는다는 것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가덕신공항과 수도권 일극 체제
‘영웅 만들기’에 나서야 할 때
도청도설 [전체보기]
알고 보니 일본 어패류
예금보호 한도 확대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제주 구엄리 돌염전
아재들의 건승을 빕니다!
사설 [전체보기]
안전한 통학로, 하윤수 부산교육감이 해결하라
검수완박법 문제 있다면서 효력 유지해 준 헌재
세상읽기 [전체보기]
우리 곁의 ‘다음소희’
챗GPT, 친구인가 적인가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 지출의 원칙과 난방비 지원
의사 인력 확충의 올바른 방법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새로운 해양시대
이해인 수녀 '기도의 창가에서' [전체보기]
신발을 신으며 배우는 겸손
매화 앞에서, 슬픔 앞에서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한반도에 새로운 국제질서가 등장하고 있다
위태로운 중국의 미래
인문학 칼럼 [전체보기]
잃어버린 웃음을 찾아서
환대(hospitality)의 춤
장병윤의 대안 모색 [전체보기]
원전에 미래를 맡길 수 없다
다시 블랙리스트
전호환의 두잉세상 [전체보기]
세계의 대전환, 2030 부울경세계박람회
근고지영
차재원의 정치평설 [전체보기]
대통령의 초심
새해엔 선거개혁 위한 결단 기대한다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봄의 낭만에 대하여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특별기고 [전체보기]
한일관계, 기초 제대로 잡아가야
내 고향은 부산입니더!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오케스트라
노엘합창단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의재 허백련의 한국적인 산수화
이당 김은호의 ‘매란방’
CEO 칼럼 [전체보기]
재편된 마이스 시장에서 생존 전략은
ESG경영 골칫거리 해결한 시스템
  • 다이아몬드브릿지 걷기대회
  • 제11회바다식목일
  • 코마린청소년토론대회
  • 제3회코마린 어린이그림공모전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