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토착화한 망자를 위한 노래

  • 국제신문
  •  |   입력 : 2022-11-20 19:49:23
  •  |   본지 21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필자는 지난주 이모님의 부고 소식을 듣게 됐다. 천주교식 절차로 진행된 장례식을 지켜보게 됐는데, 입관을 하던 날 가족이 모인 자리에서 신부님이 연도(煉禱)라는 절차를 진행하셨다. 고인을 위한 장례노래인 연도를 해본 것은 처음이었다. 책을 보며 따라 부르는 곡조가 나에게는 굉장히 익숙한 음률이었다.
국가무형문화재 서울 새남굿 공연 모습. 국립무형유산원 제공
법당에서 스님이 낭송하시는 불교 경전의 독송과도 비슷한 것 같고 동부민요의 음계와도 비슷한 것 같아 놀랍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으나 이내 마음 한쪽의 생각을 접어두고 연도를 따라 부르며 의식에 집중했다.

알고 보니 이 연도는 한국식 고유한 풍습과 가락을 접목해 구전으로 전승돼왔고, 한국의 서민 정서를 토대로 자발적으로 토착화시킨 성가다. 천주교가 한국에 뿌리내린 지 200여 년 역사 속에서 대부분 서양의 찬송가가 주를 이루지만 망자를 위한 장례노래 연도는 동부민요 특징인 메나리토리의 음악어법으로 구성됐다. 메나리토리의 메나리는 경상도와 강원도 지방에서 김매기할 때 부르는 노래 이름으로 이 노래와 같은 음악어법으로 된 민요를 메나리토리 민요라고 부른다. 메나리조 선율은 민요나 무가에 두루 쓰였고, 불교 경전 독송의 낭송조 선율도 바로 이 메나리토리가 기본형을 이루는 점에서 세계 어디에도 없는 한국 전통음계 선율로 불리는 한국천주교의 장례노래인 연도가 낯설면서 정겨웠던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 그야말로 할머니가 자장가를 불러주시던 선율처럼 오랫동안 우리에게 익숙한 곡조에 서양의 기도문을 얹어 불리며 현지화한 한국의 전통적인 가톨릭 성가인 것이다.

우리나라 전통사회에서도 망자를 위한 의식은 있었다. 절에서 행해지는 죽은 사람의 넋을 극락왕생하도록 기원하는 의식인 천도재(遷度齋)를 비롯, 민간에서는 무속의례로 전라도의 진도씻김굿, 경상도에서는 오구굿, 서울 새남굿, 평안도 다리굿 등 여러 지역에서 다양한 명칭으로 불리며 망자의 영혼을 저승으로 천도하기 위한 의식이 행해졌다. 이 중 진도씻김굿과 서울 새남굿은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됐고, 부산 기장 오구굿은 부산시 무형문화재로, 평안도 다리굿은 이북5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돼 오늘날까지 그 맥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서울 새남굿은 수도 한양의 다양한 문화적 요소를 흡수해 무속적인 요소에 불교의 저승신앙을 비롯, 망자에 대한 유교적인 예도 담고 있고, 궁중 연회를 재현한 듯한 화려한 복식과 춤, 각종 의례를 위한 용구가 궁중의 상류층 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새남굿의 하이라이트인 말미거리에서는 만신이 바리공주 모습으로 화려한 왕비의 궁중복식을 차려입고 굿을 하는데 이때 수반되는 음악 역시 궁중에서 연회 때 연주되던, 거상악(擧床樂)으로 쓰였던 자진한잎을 악사들이 연주해 궁중연회의 한 장면을 그대로 재현함으로써 다양하고 융합적인 굿 형태를 담고 있다.

망자를 위한 의식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거행됐으며 그 전통은 오랜 세월 그 나라 그 지역의 풍습을 흡수해 토착화하고 전승돼왔다. 조선시대 말기 토착신앙과 유교 불교를 비롯해 서양의 기독교와 천주교가 우리나라에 소개되며 수백 년이 지난 지금 각기 토착화해 공존하고 있다. 종교적인 관례는 각기 다르나 죽은 영혼을 위한 마음은 하나임을 새삼 느끼게 되는 시간이었다.

김지윤 소리연구회 소리숲대표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6328억에 팔린 남천 메가마트 땅…일대상권 변화 부를까
  2. 2삼락공원 원인 모를 침수…체육시설 4개월째 이용 못해
  3. 3부산진구 “동서고가 철거는 주민 염원” 궐기대회 등 예고
  4. 4경제성 검증된 부산형 급행철, 2030 엑스포 맞춰 개통 추진
  5. 5SUV 넘어지자 모인 울산시민…80초 만에 운전자 구해냈다(종합)
  6. 6감천항서 일가족 탄 차량 바다 빠져…부부 사망
  7. 7남경필 장남 또다시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에 붙잡혀
  8. 8국토위, TK 신공항 특별법 의결…가덕 조기 보상법안도 문턱 넘어
  9. 950조 테라·루나 사기 권도형, 해외 검거...한미 검찰, 인터폴 추적
  10. 10대우조선해양서 야근 작업중이던 40대 노동자 23m 아래로 추락 사망
  1. 1남경필 장남 또다시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에 붙잡혀
  2. 2국토위, TK 신공항 특별법 의결…가덕 조기 보상법안도 문턱 넘어
  3. 3‘컨벤션 효과 끝’ 국민의힘 민주당에 지지율 역전 당해
  4. 4‘컨벤션 효과 끝’ 국민의힘 민주당에 지지율 역전 당해
  5. 5‘속전속결’ 이재명 대표직 유지 결정 놓고 민주 내홍 격화
  6. 6北 핵무인수중공격정 '해일' 폭발...지상 공중 이어 수중 핵위협 완성?
  7. 7국민 절반 이상 "국회의원 수 줄여야", 정치권 300석 유지 가닥
  8. 8헌재 “검수완박법 국회 표결권 침해…효력은 인정”
  9. 9北, 오늘까지 우리에게 1300억 원 갚아야 한다…“북, 성의 없어”
  10. 10추경호 “한일 협력, 국민 체감할 수 있도록 성과 내겠다”
  1. 16328억에 팔린 남천 메가마트 땅…일대상권 변화 부를까
  2. 2일회용품 줄이고 우유 바우처…편의점 ESG경영 팔 걷었다
  3. 3‘공정 인사’ 강조 빈대인호 BNK, 계열사 대표·사외이사 대거 교체
  4. 4산업은행 ‘부산 이전’ 속도전 채비…노조 TF 제안엔 응답 아직
  5. 5“여기가 이전의 부산 서구 시약샘터마을 맞나요”
  6. 6전국 주택값 ↓, '강남 불패 3구'도 ↓..."반작용에 상승세 회복"
  7. 7롯데월드 부산 “엑스포 기원 주말파티 즐기세요”
  8. 8부산롯데호텔, 3년 만에 봄맞이 클럽위크
  9. 9BNK금융그룹 계열사 대표 모두 확정, 신임 대표 5명 중 3명 동아대
  10. 10추경호 “한일 협력, 국민 체감할 수 있도록 성과 내겠다”
  1. 1삼락공원 원인 모를 침수…체육시설 4개월째 이용 못해
  2. 2부산진구 “동서고가 철거는 주민 염원” 궐기대회 등 예고
  3. 3경제성 검증된 부산형 급행철, 2030 엑스포 맞춰 개통 추진
  4. 4SUV 넘어지자 모인 울산시민…80초 만에 운전자 구해냈다(종합)
  5. 5감천항서 일가족 탄 차량 바다 빠져…부부 사망
  6. 6남경필 장남 또다시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에 붙잡혀
  7. 750조 테라·루나 사기 권도형, 해외 검거...한미 검찰, 인터폴 추적
  8. 8대우조선해양서 야근 작업중이던 40대 노동자 23m 아래로 추락 사망
  9. 9영호남 단체장 “폐연료세·차등 전기료 강력 요구”
  10. 10사상구, 부산 최초 구립 치매요양원 추진
  1. 1비로 미뤄진 ‘WBC 듀오’ 등판…박세웅은 2군서 첫 실전
  2. 2클린스만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24일 울산서 첫 데뷔전
  3. 3클린스만 24일 데뷔전 “전술보단 선수 장점 파악 초점”
  4. 41차전 웃은 ‘코리안 삼총사’…매치 플레이 16강행 청신호
  5. 5‘캡틴 손’ 대표팀 최장수 주장 영광
  6. 6롯데 투수 서준원, 검찰 수사…팀은 개막 앞두고 방출
  7. 7통 큰 투자한 롯데, 언제쯤 빛볼까
  8. 8기승전 오타니…일본 야구 세계 제패
  9. 9BNK 썸 ‘0%의 확률’에 도전장
  10. 10‘완전체’ 클린스만호, 콜롬비아전 담금질
우리은행
주민이 직접 설계하는 지방자치단체 구성
불신 큰 지방의회 권한 확대? 다수당 견제책 등 선결돼야
주민이 직접 설계하는 지방자치단체 구성
단체장 권한 집중 획일적 구조…행정전문관 등 대안 고민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황령산 봉수전망대에 보내는 간곡한 바람
더불어 살며 지켜가야 할 피란수도 부산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자연의 법, 인간의 법
낙동강 녹조를 그대로 둘 것인가
기고 [전체보기]
‘딴지 걸기’ 이제 그만, 인천과 가덕도 양 날개로
교육이라는 희망 사다리를 놓자
기자수첩 [전체보기]
동계체전, 국내 최고 겨울 스포츠대회 맞나
학교 신축 공기지연, 노조 탓만 할 수 있나요?
김갑수의 생각 [전체보기]
한국은 여기까지다
안전하게 내려오는 방법
김석환의 이미 도착한 미래 [전체보기]
3차 세계화, 우리는 괜찮을까
‘죽어도 자이언츠’를 보면서
김용석의 시사탐방 [전체보기]
“거울아, 거울아!” 그 중독의 마법
선인장 가시와 ‘나의 불안전 불감증’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세계박람회 왜 부산인가?
문화자산을 물려받는다는 것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가덕신공항과 수도권 일극 체제
‘영웅 만들기’에 나서야 할 때
도청도설 [전체보기]
알고 보니 일본 어패류
예금보호 한도 확대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제주 구엄리 돌염전
아재들의 건승을 빕니다!
사설 [전체보기]
안전한 통학로, 하윤수 부산교육감이 해결하라
검수완박법 문제 있다면서 효력 유지해 준 헌재
세상읽기 [전체보기]
우리 곁의 ‘다음소희’
챗GPT, 친구인가 적인가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 지출의 원칙과 난방비 지원
의사 인력 확충의 올바른 방법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새로운 해양시대
이해인 수녀 '기도의 창가에서' [전체보기]
신발을 신으며 배우는 겸손
매화 앞에서, 슬픔 앞에서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한반도에 새로운 국제질서가 등장하고 있다
위태로운 중국의 미래
인문학 칼럼 [전체보기]
잃어버린 웃음을 찾아서
환대(hospitality)의 춤
장병윤의 대안 모색 [전체보기]
원전에 미래를 맡길 수 없다
다시 블랙리스트
전호환의 두잉세상 [전체보기]
세계의 대전환, 2030 부울경세계박람회
근고지영
차재원의 정치평설 [전체보기]
대통령의 초심
새해엔 선거개혁 위한 결단 기대한다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봄의 낭만에 대하여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특별기고 [전체보기]
한일관계, 기초 제대로 잡아가야
내 고향은 부산입니더!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오케스트라
노엘합창단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의재 허백련의 한국적인 산수화
이당 김은호의 ‘매란방’
CEO 칼럼 [전체보기]
재편된 마이스 시장에서 생존 전략은
ESG경영 골칫거리 해결한 시스템
  • 다이아몬드브릿지 걷기대회
  • 제11회바다식목일
  • 코마린청소년토론대회
  • 제3회코마린 어린이그림공모전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