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지난주 이모님의 부고 소식을 듣게 됐다. 천주교식 절차로 진행된 장례식을 지켜보게 됐는데, 입관을 하던 날 가족이 모인 자리에서 신부님이 연도(煉禱)라는 절차를 진행하셨다. 고인을 위한 장례노래인 연도를 해본 것은 처음이었다. 책을 보며 따라 부르는 곡조가 나에게는 굉장히 익숙한 음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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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무형문화재 서울 새남굿 공연 모습.
국립무형유산원 제공 |
법당에서 스님이 낭송하시는 불교 경전의 독송과도 비슷한 것 같고 동부민요의 음계와도 비슷한 것 같아 놀랍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으나 이내 마음 한쪽의 생각을 접어두고 연도를 따라 부르며 의식에 집중했다.
알고 보니 이 연도는 한국식 고유한 풍습과 가락을 접목해 구전으로 전승돼왔고, 한국의 서민 정서를 토대로 자발적으로 토착화시킨 성가다. 천주교가 한국에 뿌리내린 지 200여 년 역사 속에서 대부분 서양의 찬송가가 주를 이루지만 망자를 위한 장례노래 연도는 동부민요 특징인 메나리토리의 음악어법으로 구성됐다. 메나리토리의 메나리는 경상도와 강원도 지방에서 김매기할 때 부르는 노래 이름으로 이 노래와 같은 음악어법으로 된 민요를 메나리토리 민요라고 부른다. 메나리조 선율은 민요나 무가에 두루 쓰였고, 불교 경전 독송의 낭송조 선율도 바로 이 메나리토리가 기본형을 이루는 점에서 세계 어디에도 없는 한국 전통음계 선율로 불리는 한국천주교의 장례노래인 연도가 낯설면서 정겨웠던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 그야말로 할머니가 자장가를 불러주시던 선율처럼 오랫동안 우리에게 익숙한 곡조에 서양의 기도문을 얹어 불리며 현지화한 한국의 전통적인 가톨릭 성가인 것이다.
우리나라 전통사회에서도 망자를 위한 의식은 있었다. 절에서 행해지는 죽은 사람의 넋을 극락왕생하도록 기원하는 의식인 천도재(遷度齋)를 비롯, 민간에서는 무속의례로 전라도의 진도씻김굿, 경상도에서는 오구굿, 서울 새남굿, 평안도 다리굿 등 여러 지역에서 다양한 명칭으로 불리며 망자의 영혼을 저승으로 천도하기 위한 의식이 행해졌다. 이 중 진도씻김굿과 서울 새남굿은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됐고, 부산 기장 오구굿은 부산시 무형문화재로, 평안도 다리굿은 이북5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돼 오늘날까지 그 맥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서울 새남굿은 수도 한양의 다양한 문화적 요소를 흡수해 무속적인 요소에 불교의 저승신앙을 비롯, 망자에 대한 유교적인 예도 담고 있고, 궁중 연회를 재현한 듯한 화려한 복식과 춤, 각종 의례를 위한 용구가 궁중의 상류층 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새남굿의 하이라이트인 말미거리에서는 만신이 바리공주 모습으로 화려한 왕비의 궁중복식을 차려입고 굿을 하는데 이때 수반되는 음악 역시 궁중에서 연회 때 연주되던, 거상악(擧床樂)으로 쓰였던 자진한잎을 악사들이 연주해 궁중연회의 한 장면을 그대로 재현함으로써 다양하고 융합적인 굿 형태를 담고 있다.
망자를 위한 의식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거행됐으며 그 전통은 오랜 세월 그 나라 그 지역의 풍습을 흡수해 토착화하고 전승돼왔다. 조선시대 말기 토착신앙과 유교 불교를 비롯해 서양의 기독교와 천주교가 우리나라에 소개되며 수백 년이 지난 지금 각기 토착화해 공존하고 있다. 종교적인 관례는 각기 다르나 죽은 영혼을 위한 마음은 하나임을 새삼 느끼게 되는 시간이었다.
김지윤 소리연구회 소리숲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