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수원의 다세대주택에서 엄마와 두 딸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사정을 알고 보니 가족 중 희귀·난치병과 만성질환 등으로 경제적 정서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중증 질환자가 있는 경우 짊어져야 하는 돌봄 부담이 워낙 크기에 가족의 역할 균형이 깨져 가족 간 갈등으로 이어지는 경우라 볼 수 있다.
우리가 살면서 갑자기 찾아온 중증 질환·부상 등으로 자신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받을 경우 누구나 두려워한다. 또 가족은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스러워한다. 더욱이 백혈병 및 중증 희귀·난치 질환의 경우 장기간의 입원과 치료로 인해 학습권을 보장받지 못하거나 직장을 그만두어야 한다. 병간호로 직계 보호자 역시 자신의 현재와 미래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편안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 지금도 중증 질환자는 시간대별로 수시로 고통이 찾아 오기 때문에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다. 학생이 공부에만 열중해야 하는 것처럼 환자 또한 치료에만 전념해야 함에도 치료비 병간호 생활고 등의 복잡한 요소로 인해 안정된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우리 사회는 모든 지원제도가 환자 중심으로 돼 있어 보호자의 상태에는 큰 관심이 없다. 더구나 면역이 약한 중증질환 환자의 손발이 되기 위해서는 보호자가 건강해야 한다. 환자 치료에만 몰입하다 보면 정작 자신은 되돌아볼 시간적 여유를 가질 수 없다. 처음에는 큰마음을 가지고 시작하지만 장기간의 간병으로 인해 정작 본인은 육체적 심리적 문제에 시달리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중증질환자는 장기적인 치료를 해야 한다. 또한 약물 부작용과 재발 공포 등으로 환자와 보호자는 항상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하루하루를 살아가야만 한다.
2018년 7월부터 본격 도입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운영하는 재난적 의료비 지원제도는 중증질병·부상 등으로 가구의 부담능력을 넘어서는 의료비가 발생했을 때 경제적으로 충분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부분에 대한 의료비 지원사업이다.
소득 대비 과도한 의료비 지출로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가구의 의료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의료비 일부를 지원하여 의료 이용 접근성을 높이고 사회보장증진과 국민건강 보호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더욱이 코로나19로 가계소득이 감소된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중증질환을 앓게 되는 위기 상황은 또 하나의 재난이다.
재난적 의료비 지원제도를 몰라 신청을 하지 못하거나 신청기간 초과 후 알게 돼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없도록 국가 차원에서 지원 내용과 절차 등에 대해 적극 안내를 해야 한다. 또한 제도 운영상 나타난 문제점에 대해 현장의 의견을 수렴하고 제대로 된 재난적 의료 서비스 받을 수 있도록 개선 사항을 발굴,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한다.
재난적 의료비 지원은 많은 중증질환 환자에게 장기 치료 기간으로 의료비 간병 생활비 교통비와 직계 전담 가족에 대한 대비 등 많은 혜택이 갈 수 있도록 전반적인 영역에서 전문 실무자 및 이해관계자의 의견수렴을 통해 장기적인 제도 개선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진입한 만큼 요람에서 무덤까지는 아니더라도 건강보험에서 지원하지 못한 사각지대에 놓인 중증 질환 및 희귀·난치 질환자, 전담 보호자에게는 사회 안전망 구축 차원에서 재난적 의료비 지원 범위의 확대를 기대해 본다.
정회대 ㈔한국혈액암백혈병협회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