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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월드컵 한일전

  • 강춘진 기자 choonjin@kookje.co.kr
  •  |   입력 : 2022-12-04 20:04:27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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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경기에서 한일전을 ‘숙명의 라이벌전’이라고 한다.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한국과 일본 간의 역사·정치적 배경이 작용한 결과다. “한일전 중에는 오줌보가 터져도 부정 탈까 화장실을 가면 안 된다”는 등 우리 국민의 반일 감정은 축구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이런 말까지 나왔다. “모든 팀에 다 이겨도 일본에 지면 전패고, 다른 나라에 다 져도 일본에 이기면 전승이다.”

일본도 무조건 승리해야 한다는 분위기였다. 1954년 3월 7일 스위스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 1차전에서 처음 맞닥뜨린 한국과 일본은 지난 7월 27일 2022동아시아컵 3차전에 이르기까지 81번 싸웠다. 상대 전적은 42승 23무 16패로 한국이 앞서고 있다.

한국은 1986년 멕시코월드컵부터 아시아 단골 출전국으로 자리매김 했다. 일본은 종전 24개국 참가팀이 32개국으로 늘어난 1998년 프랑스월드컵부터 본선에 명함을 내밀었다. 이후 한일월드컵, 독일월드컵, 남아공월드컵, 브라질월드컵, 러시아월드컵에 한국과 일본은 동반 출격했다.

월드컵 본선에서 한국과 일본은 단 한 번도 맞붙은 적이 없다. 아시아 국가는 같은 조에 편성되지 못하는 규칙 때문이 크다. 한국과 일본은 16강 진출마저 버거울 만큼 세계축구의 벽이 높았다. 서로 조별리그를 통과하더라도 16강에서 만날 확률도 희박했다. 나란히 8강 이상 진출한다면 한일전이 이뤄질 수 있다. 한편으론 거론할 필요가 없었던 ‘경우의 수’였다.

카타르월드컵에서 전대미문의 한일전이 열릴지도 모르겠다. 일본은 ‘죽음의 조’에서 전통의 강호 독일과 스페인을 연달아 격파하고 조 1위로 16강에 당당히 나섰다. 한국은 조별리그 3차전에서 포르투갈에 역전승을 거두고 16강에 올랐다. 승점, 골 득실이 같았던 우루과이보다 두 골 더 많은 다득점 판정에서 이긴 결과다. 예상 시나리오에도 없었던 월드컵 드라마를 양팀이 직접 쓴 것이다.

한국(FIFA랭킹 28위)과 일본(24위)은 내일 새벽 브라질(1위), 크로아티아(12위)와 각각 16강 경기를 한다. 객관적 전력상 열세인 한일 양국이 동시 승리를 일군다면 이번 대회는 물론 월드컵 역사상 최대 이변으로 기록될 만하다. 그리되면 오는 10일 0시 한국과 일본은 4강 진출을 놓고 한 판 승부를 벌이게 된다. 월드컵 8강에서 82번째 한일전이 열리는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한 대표팀의 선전이 고맙기도 하다. 21세기 들어 상대 전적 6승 7무 6패를 기록한 박빙의 한일전 승패는 뒤에 생각할 문제다.

강춘진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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