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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옛 철길’은 어디로 간 것일까

타이중의 철도문화공원, 옛 건물과 철길 잘 보존

근대문화유산 ‘기억하기’, 보존·재활용 지혜서 출발

  • 오광수 기자 inmin@kookje.co.kr
  •  |   입력 : 2022-12-25 20:12:25
  •  |   본지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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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타이완을 다녀왔다. 2022 아시아 트레일즈 콘퍼런스(ATC) 타이베이(臺北) 참여차였다. 그런 참에 타이중(臺中)도 들렀다. 타이베이에서 열차로 2시간 남짓 거리다. 타이중역 바로 옆에는 옛 기차역 건물과 철길의 일정 구간이 보존돼 있다. 옛 타이중역은 일제식민지시기이던 1917년 지어졌다. 서양 르네상스 풍이다. 일본 메이지유신의 산물이다. 붉은 벽돌과 흰색의 벽체가 잘 아울린다. 건물 본체의 중앙 지붕에는 시계탑이 있다. 이를 보고 있자니 옛 부산역 건물이 떠올랐다. 옛 부산역 건물은 역전 대화재 때 무너져 내렸다. 옛 타이중역을 보며 부러운 점은 옛 철길과 함께 철도문화공원(鐵道文化園區)으로 조성한 대목이다. 타이중시(市)의 랜드마크다. 옛 철길도 그대로 뒀다. 폭이 좁은 협궤이다. 다만, 산책로를 조성하고 철길 곳곳을 공공미술로 채웠다. 제목은 ‘선공(線空) 타이완 철도 커넥션 1908’이다. 그 결과 녹슨 철교의 구조물이 남아있다. 선로와 침목 사이는 자갈로 채웠다. 그 위를 걸어도 불편하지 않다. 입간판 같은 녹슨 철제 조형물도 곳곳에 자리 잡았다.

그러나 아쉽게도 부산에는 없다. 타이중에 있는 옛 기차역 건물과 철길 세트가 부산에는 ‘사실상’ 없다. 해변열차와 스카이캡슐이 다니는 ‘유명 관광지’ 해운대 블루라인파크에 있긴 하다. 해운대 미포에서 청사포, 송정에 이르는 4.8km 구간. 동해남부선 옛 철도시설을 재개발한 것이다. 하지만 블루라인파크의 주인공은 걷는 사람이 아니다. ‘해변열차에 탄 사람’이다. 그것도 주연은 해변열차다. 사람이 아니다. 사람이 주인공인 옛 철길이 있긴 있다. 해운대 그린레일웨이다. 그런데 ‘그린’과 ‘웨이’는 있으나, 정작 ‘레일’이 없다. 구색용으로 극히 일부를 남겨뒀을 뿐이다. 현장을 가봤다. 도시철도 벡스코역에서 내려 옛 해운대역까지 걸었다. 올림픽교차로의 시작점을 보니 철길이 없다. 바닥은 컬러 아스콘으로 도배됐다. 중간중간에 벤치 쉼터가 있고 운동기구도 있다. 보행구간이 깨끗하다. 산책로 옆에는 나무들이 심어졌다. 그래서 산책객들에 인기가 많다. 그렇지만 ‘이름 없는 산책길’ 일뿐이다. 옛 동해남부선 철길이란 맥락과는 아예 동떨어져 있다. 옛 철길이었음을 알려주는 표지도 얼마 안 된다. 지난해 10월 제11회 대한민국 조경대상을 받았다고 한다. 부산기계공고 삼거리 굴다리 주변에 선로 일부가 보인다. ‘동해남부선 발자취’ 안내판도 함께 있다. 그럼에도 느닷없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타이완의 타이중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게 있다. 식민지시기 일제의 형무소와 경찰서 관련 건물들이다. 보존과 재활용이다. 일제 경찰서의 기숙사이던 건물은 현재 타이중문학공원으로 활용 중이다. 문학공원은 모두 6개 동의 관사로 이루어져 있다. 상설전시구역, 테마전시구역, 푸드코트 등. 그래서 이곳은 문화관광의 새 거점 노릇을 한다. 일제 때 형무소의 연무장(演武場)은 옛 모습을 간직한 채 문화센터(다오허 류이 예술문화관)로 바뀌었다. 궁술 또는 다도를 체험할 수 있다. 연무장은 1937년 지어졌다. 원래 일제의 형무소 직원들이 무예를 연마하던 곳이다. 주변의 형무소 관사들은 ‘역사건축’으로 대접받고 있다. 그래서 ‘타이중 형무소 파크’다.

밖에서 보면 더 잘 보인다고 했던가. 부산의 근대문화유산들이 눈에 밟혔다. 몇 안 되는 그것…. 사실 근대문화유산 대부분에는 식민지의 그늘이 있다. 어둠의 맥락이다. 타이중에서는 잘 ‘남겼고’, 부산은 그렇지 않았다고 단순 비교할 수는 없다. 두 나라 간 식민지시기에 관한 시각 차이가 분명한 까닭이다. 우리나라보다는 타이완이 더 친일본적임을 부인할 수 없다. 똑같이 식민지 경험을 겪었는데도 그렇다. 분명 우리와 다른 지점이다.

그럼에도 문화유산으로 되새기는 데에는 나름의 당위성이 있다. 남겨서 기억하기 위해서다. 어둡고 부끄러운 역사도 엄연한 역사이기 때문이다. 조선총독부 건물처럼 허물어 없앤다고 해서 역사가 달라지진 않는다. 그렇지만 ‘물류도시 부산의 도시유산’이라던, 초량왜관 우두머리의 공관이던 ‘관수가’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부산항의 근대개항 이후 일본영사관, 부산부청으로 잇따라 쓰인 건물이다. 초량의 남선창고는 ‘터’만 남았다. 붉은 벽돌로 된 벽 일부만 있다. 대형마트의 주차장 한쪽이다. 부산 최초 물류창고의 말로가 처참하다. 옛 부산세관 청사는 도로 확장 과정에서 허물어졌다. 1911년 르네상스풍으로 지어진 건물로서, 문화재로 지정돼 있었음에도 그렇게 됐다. 지난 15일 ‘한국전쟁기 피란수도 부산의 유산’ 9점이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 등재가 결정됐다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여기에는 부산항 제1부두도 포함돼 있다. 제1부두의 ‘원형 보존’에 힘이 실릴 수 있다. 새해에는 좋은 소식만 가득하길 빈다.

오광수 편집국 부국장·걷고싶은부산·부산스토리텔링협의회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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