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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당나라 군대

  • 강춘진 기자 choonjin@kookje.co.kr
  •  |   입력 : 2022-12-28 19:54:43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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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군기가 약한 병사나 장수들을 언급할 때 ‘당나라 군대’라고 말한다. 전쟁에서 강한 공격도 못해보고 패배만 당하는 군대를 비유하기도 한다. 중국 역사를 살펴보면 당나라 군대는 중원의 여러 국가들 중 ‘당대 최강’이었다. 소수의 보병으로 다수의 기병을 제압하는 역량을 과시했다. 북방 유목민의 특성을 받아들여 기동력이 뛰어난 경기병대를 출현시키는 등 당시 동아시아에 존재했던 거의 모든 병종의 장점을 잘 활용한 강군이었다. 초기 당나라가 동아시아를 호령하는 대국으로 군림한 밑바탕이었다. 그런데 ‘오합지졸의 군대’로 전락하면서 당나라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당나라 군대는 태종과 고종에 이어 등장한 측천무후가 권력 유지를 위해 문무를 겸비한 엘리트 군부를 와해시키자 몰락의 길을 걸었다고 한다. 능력이나 전문성보다는 권력에 줄을 댄 뇌물 액수로 진급과 보직이 결정되는 ‘군대의 정치화’도 문제였다. 무능한 간부가 속출하고, 직속 상관보다는 권력에 줄을 대는 것이 일반화하면서 지휘 체계마저 허물어졌다. 힘 있는 세력의 병역 기피까지 늘면서 이민족 용병과 강도나 폭행 등 죄 지은 사람들이 군대로 몰려들었다. 그들은 충성심은 없고 주민 약탈만 일삼았다. 왕실이 군대를 방치한 셈이다. 나라를 지키는 데 어느 누구도 희생하지 않는 군대나 다름없었다.

지난 26일 북한 무인기 5대의 영공 침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우리 군을 ‘당나라 군대’에 빗대는 사람도 없지 않다. 무리가 따르는 비유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함동참모본부가 대국민 사과까지 할 정도였던 허술한 안보 대비태세는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북한 무인기를 단 1대도 격추하지 못한 군은 그제 새 떼 출현에 놀라 전투기를 출격시켰다. 28일 새벽에는 풍선을 무인기로 오인하고 공군전투기가 출동하기도 했다. 대응 태세를 공세적으로 전환한 것이다. 실제 상황에서는 속수무책이고, 새 떼와 풍선에 헛심만 쓴 결과였으니 ‘당나라 군대’ 말이 나와도 반박할 수는 없겠다.

국방부는 어제 ‘튼튼한 국방, 과학기술 강군, 따뜻한 병영’을 목표로 향후 5년간의 군사력 건설과 운영계획을 담은 ‘2023~2027 국방중기계획’을 발표했다. 이 기간 국방비 331조4000억 원이 투입되고 상비병력은 50만 명이 유지된다. 첨단 무기 전력 확충과 장병 지원이 대폭 늘어난다. 우리 군을 강군으로 만들 밑거름이 될지 두고볼 일이다. 비아냥거리는 소리를 듣지 않는 ‘국민의 군대’로 거듭나도록 스스로 노력하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강춘진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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