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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올리비아 핫세

  • 강춘진 기자 choonjin@kookje.co.kr
  •  |   입력 : 2023-01-05 19:41:05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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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로미오와 줄리엣’의 주인공 올리비아 핫세는 작품 하나로 이름을 선명하게 새겼다. 한때 ‘세계 3대 미녀’로 평가받았다.

1951년 4월 17일 스페인계 아르헨티나인 아버지와 영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TV 영화 ‘더 크런치’에 출연하면서 데뷔했다. 1968년 제작된 ‘로미오와 줄리엣’에 줄리엣으로 캐스팅됐을 당시 나이는 15세에 불과했다. 어린 나이에 스타덤에 오른 핫세에 대한 팬들의 관심은 열광적이었다. 영국에서는 거의 광기에 가까운 언론의 관심이 집중됐다. 그의 또 다른 이름은 ‘로미오와 줄리엣의 그 배우’. 미국 할리우드 연예인들이 핫세를 만나려고 일부러 일정을 만들어 영국을 방문하는 등 대단한 유명세를 누렸다.

잃은 것은 정신적 평화. ‘로미오와 줄리엣’의 감독 프랑코 제피렐리는 매일같이 그를 ‘왕가슴녀’라며 성희롱을 해대 상처받았다. 길거리에서 모르는 사람들이 하도 말을 걸어대는 바람에 광장공포증에 시달리기도 했다.

10대 청소년 시절 갑자기 얻은 엄청난 인기에 짓눌린 핫세는 불안과 반항심을 통제할 수 없어 성인 톱스타 반열에는 오르지 못했다. ‘로미오와 줄리엣’을 넘어선 히트작은 나오지 않았다. 대신 “칠흑 같은 검은 머리에 투명한 얼굴과 검은 눈동자”의 줄리엣 이미지는 ‘영원히’ 남게 됐다. 자서전 제목도 ‘발코니의 그 소녀’로, 영화의 명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핫세가 최근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을 소환해 전 세계 이목을 다시 끌고 있다. 로미오 역을 맡았던 레너드 위팅(출연 당시 16세)과 함께 제작사 파라마운트 픽처스를 상대로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모니카 고등법원에 성추행과 사기, 성 착취 등의 혐의로 소송을 제기했다. 베드신이 주연 배우들 의도와 달리 촬영됐으며 이는 아동 착취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소송은 캘리포니아주법이 미성년 성범죄 공소시효를 일시적으로 유예하면서 가능했다. 5억 달러(약 6377억 원)가 넘는 손해 배상을 청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핫세는 소장에서 “감독은 반드시 나체로 촬영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영화가 실패하고 배우들의 커리어도 망가질 것’이라고 해 배우들로서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실제 영화에는 배우들의 엉덩이와 가슴이 그대로 노출됐으며, 개봉 당시 미성년자 누드 장면이 논란이 됐다. 핫세는 시사회 불참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지만, 영화 편집 자체는 달라지지 않았다. 이제는 70대가 된 영화 속 ‘영원한 줄리엣’의 소송이 현실 법정에서 어떻게 진행될지 흥미롭다.

강춘진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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