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문화자산을 물려받는다는 것

  • 김지윤 소리연구회 소리숲대표
  •  |   입력 : 2023-01-08 19:25:05
  •  |   본지 21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필자는 지난달 1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오디토리엄에서 열린 ‘부산 남성초등학교 개교 60주년 기념 연주회’에서 남성초등학생들로 구성된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했다. 이날 피리와 서양오케스트라 협연이 펼쳐졌고, 마지막 무대로 일본 작곡가 유키 구라모토가 헌정한 ‘바다, 산 그리고 마을’ 곡을 금난새 지휘에 맞춰 피리의 필자와 바이올린의 대니구, 테너 존노가 함께 초연했다.
지난달 1일 부산 벡스코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부산 남성초 개교 60주년 기념공연’.
서양악기에 익숙한 어린 학생과 함께한 연주도 의미 있었지만, 또 하나 놀랐던 점은 공연을 위해 선발된 오케스트라 학생 외에 평소 전교생이 학교에서 익힌 1인 1악기 발표회를 위해 본공연 전 무대에 올랐다는 사실이다. 교육현장에서 예체능 과목 비중이 줄어드는 현실에서 생활예술교육 실천은 새로운 전통이 될 수 있고, 특히 올해부터 남성국제초로 새롭게 도약하며 이 어린 학생들이 글로벌한 인재로 성장해 가는 과정에서 어릴 때 배운 음악이 장래에 좋은 영감을 줄 것이라 생각한다.

조선시대에는 학식과 인품을 갖춘 사회지도계층을 가리켜 선비라 불렀다. 선비는 글공부만 한 것이 아니라 어릴 때부터 철학과 문학은 물론 서화와 음악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수업을 받으며, 당대 문화예술을 형성하고 발전시킨 계층이었다. 특히 선비에게 음악은 중요한 덕목이었는데 공자의 유학사상이 국시였던 조선시대에는 예(禮)와 악(樂)이 정치의 근본이라 여겨 중국의 옛 문헌인 ‘예기’를 통해 바른 음악에 관한 소양을 넓히며 정치의 꿈을 키웠다.

프랑스 사회학자인 피에르 부르디외(1930~2002)는 기성세대가 자녀에게 돈과 땅을 물려주는 것 외에 매너, 예술을 감상하는 능력, 듣는 음악 같은 무형의 유산을 함께 물려주면 다음 세대가 이 문화적 자본을 바탕으로 사회에서 학위나 직업을 가질 때 조금 더 유리하다는 주장을 했다. 지극히 프랑스적인 생각이라 할 수 있겠지만 물질만능 시대에서 가정뿐만 아니라 학교에서 다방면으로 교양을 쌓는 기회가 많아질수록 개인의 문화자산이 높아지고, 그것이 어떤 시점에서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힘이 될 수 있다고 풀이할 수 있겠다.

실제로 한 분야에 일가를 이룬 사람 중에 다방면에서 명성을 얻은 사람이 있다. 공자를 비롯해 조선 제4대 임금인 세종대왕도 음악에 상당히 조예가 깊었다. 비디오아트의 개척자 백남준(1932~2006)은 도쿄대학에서 미학과 미술사학을 전공하며 쇤베르크의 음악으로 졸업논문을 썼다. 이후 뮌헨대학에서 유럽 철학과 현대음악을 공부하고 동시대 많은 전위 예술가와 교류, 음악과 철학을 비디오아트에 융합한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며 시대를 앞서가는 선구자라는 찬사를 받았다. 독일의 철학자 니체(1844~1900) 또한 철학자 이전에 음악가가 되기 위한 공부를 계속했을 뿐 아니라 실제로 가곡을 비롯한 피아노 바이올린 성악곡 등 여러 작품을 작곡했다. 노벨평화상을 받은 슈바이처(1875~1965) 박사는 어릴 적 피아노와 오르간 연주자로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의 연주와 이론의 일인자였으며 오르가니스트로, 오르간 재생 기술자로서도 명성을 얻었으나 30세에 의과대학에서 공부를 시작하며 평생을 아프리카 의료봉사에 헌신했다.

세계적으로 명성을 가진 사람들이 젊었을 때 다른 직업을 가졌거나 다른 분야 공부를 한 것이 결코 시간을 낭비한 것이 아니라 후천적 문화자산을 물려받아 훗날 자신의 길을 찾았을 때 더욱 몰입할 수 있는 바탕이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기초연금 받으면 부자?…수급 상위 1% 근로소득 월 220만원
  2. 21248회 로또 복권 1등 15명…당첨금 각 19억 3365만 원씩
  3. 3[속보] 국힘 장동혁, 李대통령에…“돼지 눈엔 돼지만 보이나”
  4. 4트럼프 “이란과 대화 중…전쟁에 쓴 돈 베네수서 만회”
  5. 5부산·울산·경남 대체로 맑음…낮 최고 19∼21도
  6. 6‘친정 팀 복귀’ 이동욱 감독, “기본기 다져 승리하는 팀으로 만들겠다”
  7. 7삼성 사장단 50여명, 샘 올트먼과 AI 미래전략 논의
  8. 8[날씨칼럼] 가을 하늘, 안전을 돕는 페이스메이커
  9. 9북항 ‘부캉이’ 닷새째 자취 감춰…수온 하락 영향도
  10. 10부산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 ℓ당 1838.3원… 전주보다 0.5원 ↑
  1. 1[속보] 국힘 장동혁, 李대통령에…“돼지 눈엔 돼지만 보이나”
  2. 2한미일 외교장관 “北 완전한 비핵화 위한 의지 재확인”
  3. 3장동혁 “李대통령 ‘황제골프’ 수준 넘어 ‘민폐골프’”
  4. 4진성준 뒤늦게 美비자 발급, 野"한미동맹 균열 드러낸 외교 망신"
  5. 5李대통령 "다문화 지원 필요하나 역차별까지 정당화 안 돼"
  6. 6“영도 절영초 통폐합 추진 중단하라”
  7. 7“능인, 경영능력에 의문” 부산국힘 내주 지원안 머리 맞댄다
  8. 8국힘 부정선거론 다시 띄우기…민주 “선동에 열중” 비난
  9. 9[속보]한동훈, "李 정권 막는 명분 같이라면 '훈훈연대' 힘을 모을 것"
  10. 10[속보] 장동혁 “투표지 육안으로도 많은 문제…특검, 진실 밝혀야”
  1. 1기초연금 받으면 부자?…수급 상위 1% 근로소득 월 220만원
  2. 21248회 로또 복권 1등 15명…당첨금 각 19억 3365만 원씩
  3. 3삼성 사장단 50여명, 샘 올트먼과 AI 미래전략 논의
  4. 4부산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 ℓ당 1838.3원… 전주보다 0.5원 ↑
  5. 5‘바이낸스’ 8조원대 해킹에 거래소들 보안 점검
  6. 6한화오션까지 동참… '조선사 빅3' 공동납품 체계 완성
  7. 7신세계, 센텀 롯데百 인수…쇼핑·문화·관광 복합타운 만든다(종합)
  8. 8미분양·빈집 누적…부산 안서도 주택 위기 제각각
  9. 9‘덕후 천국’ 부산에 떴다…롯데百 전국 첫 IP 전문관
  10. 10신세계 야외주차장도 복합개발 속도…센텀 유통지형 요동
  1. 1부산·울산·경남 대체로 맑음…낮 최고 19∼21도
  2. 2[날씨칼럼] 가을 하늘, 안전을 돕는 페이스메이커
  3. 3북항 ‘부캉이’ 닷새째 자취 감춰…수온 하락 영향도
  4. 4기표소서 투표지 촬영해 단톡방 공개한 50대…벌금 50만원
  5. 5프로야구 입장권 부정구매 후 웃돈 붙여 되판 10대 검거
  6. 6무면허 음주 뺑소니에 제지하던 사람 다치게 한 40대 항소심도 실형
  7. 7“나 감방서 나왔다”…출소 나흘 만에 또 스토킹한 60대 징역형
  8. 8민주콩고 에볼라 사망 5천명 넘어…확진자 절반 사망
  9. 9전조등 얼굴에 비췄다고 운전자 폭행한 50대 징역 6개월
  10. 10전남 곳곳서 차량 추돌 잇따라…25명 부상
  1. 1‘친정 팀 복귀’ 이동욱 감독, “기본기 다져 승리하는 팀으로 만들겠다”
  2. 2“AG 환희 잊고…리그 첫 경기부터 승수쌓기 총력”
  3. 3마침내…밀워키, 월드시리즈 첫 우승(종합)
  4. 4괜찮을까…모레노호, ‘96라인’·손흥민 모두 품었다
  5. 5여자프로농구 절반이 女감독
  6. 6롯데 수석코치 허문회, 2군 감독 박승민
  7. 7부산시대 2년차 읏맨 “홈팬 응원에 성적으로 보답”
  8. 8모레노, 은퇴소동 ‘96라인’ 달랜다…대표팀 내홍 풀까
  9. 9밀워키, 창단 58년 만에 WS 우승…5차전서 4-1로 탬파베이 제압
  10. 10경남 생활체육 대축전 30일 개막…3일간 31개 종목 열전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지역이 기획, 국가가 지원하는 R&D 시대 열자
진짜 질문의 시작
국제칼럼 [전체보기]
부캉이에게 부끄러운 북항 재개발 민낯
부산 관광, 마냥 좋기만 할까
기고 [전체보기]
‘성범죄 취업제한’의 사각지대
‘2028 세계디자인수도 부산’의 과제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탈서울’ 안 된다던 원안위, 세종행에 왜 침묵하나
AX·반도체 전시회 5개 동시에 열렸는데…
도청도설 [전체보기]
클릭으로 여는 독도
지긋지긋한 론스타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개정 응급의료법이 ‘미수용 방지법’?
25년을 간직한 리플렛 세 장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국회 출석 거부하며 장외 사실호도 일삼는 지광
AI 해킹 범죄 고도화…수사 공백 해소 시급하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반복된 일상에서 마음의 여유를 찾는 법
한국 경제 떠받치는 중장년, 이제 다시 봐야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기다림에도 비용이 든다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대규모 대미 투자, 기회인가 위협인가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은 어떻게 마음에 남는가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시민 주거안정에서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청년 떠나는 지방, 수도권 인구 분산해야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