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김갑수의 생각] 한국은 여기까지다

  • 김갑수 시인·문화평론가
  •  |   입력 : 2023-01-12 19:53:52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선조들은 일제의 지배를 받았다. 1902년생으로 그 시절을 생생히 기억하는 외할아버지가 생전에 옛이야기를 많이 들려줬었다. 드라마에서 보는 잔인한 장면과 다른 증언도 있었지만, 분명하고 일관된 사실이 하나 있다. 조선 땅에서 일본인은 상전이고 특권층이었다는 것.

내 인생 전반부에는 군인들의 통치를 받았다. 군 출신 대통령은 왕과 같았고 득세한 군인들은 모든 지위와 부를 독점했다. 그들 사돈의 팔촌까지 각종 이권을 나누어 먹었지만 다들 그러려니 했다. 어쩌다 그들 중 비위 사실로 처벌받는 경우도 그들 내부 갈등과 알력 때문이었지 상식적인 형평성과는 거의 상관이 없어 보였다. 당시 정치군인은 귀족과 같은 특권층이었다.

다시 상전과 특권층의 시절이 도래하는가 싶은 요즘이다. 소위 ‘신성가족’이라고 해서, 검사와 그 일족들은 비위 사실이 드러나도 수사받지 않고 기소되지 않고 처벌도 받지 않는다. 설사 어쩔 수 없이 드러나 전 국민이 주시하는 사건이 벌어져도 법원이 비호하고 언론이 대충 눈감아 준다. 이 같은 검찰통치에 저항이라도 하려 들면 온갖 종류의 법기술이 동원되어 무슨 죄라도 나올 때까지 고발, 압수수색, 기소, 처벌의 조리돌림을 면할 길 없다.

경험에 비추어 보자면 과거 군인들의 권력독점과 현재 검사집단의 행태는 유사점이 대단히 많다. 그 군인들을 옹위하여 이권부스러기를 받아 챙기는 민간인이 넘쳐났듯이 검찰권력 주위에 몰려드는 정치 불나방들이 온 언론을 뒤덮는 양상. 오늘의 한국은 어렵게 얻은 민주정이 특권이 부여된 귀족정으로 넘어가려는 이행기 현상으로 비틀거린다. 얼마나 많은 얼토당토않은 비리와 월권이 넘쳐나는지 나열하기조차 힘들다. 심지어 이 모든 일이 헌법정신과 합법의 이름으로 자행된다. 모든 역사는 발전을 향해 간다는 헤겔의 언명과는 달리 불행한 역사는 반복되고 순환하는 게 아닌가 싶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기소되고 처벌받을 것이다. 하나가 틀어지면 또 다른 사안, 또 다른 혐의가 등장할 것이다. 그리 어려운 기술이 동원되지도 않는다. 검사들은 온갖 사람에게서 온갖 진술을 받아내 언론에 뿌려주고 언론회사 직원들은 ‘단독’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충실히 전파하며 기자라는 직분을 만끽할 것이다. 말이 되고 안 되고는 그리 상관이 없다. 가령 그의 가족이 법인카드를 부당하게 사용했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70차례가 넘는 압수수색을 하여 무려 7만8000원이 수상하다는 엄청난 결과를 발표해도 누구도 놀라지 않는다. 700억 원이나 7만8000원이나 위법은 마찬가지라는 기술이 먹혀드니까.

대신 뇌물을 50억씩 나누어 가졌다는 클럽의 구성원들은 특별한 비호를 받고 대부분 수사조차 받지 않는다. 심지어 언론에조차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왜? 그들은 신성가족이고 특권층이고 지배자들이니까. 역시나 귀족정의 도래다. 문득 내가 내는 세금 생각이 난다. 7만8000원의 죄상을 밝히기 위해 몇십 차례씩 행차하는 검사와 수사관들의 월급 활동비 사무실 비용 기타 그들이 ‘나으리’로서 대접받느라 치러지는 사회적 비용까지 합하면 나는 얼마나 열심히 세금을 바쳐야 하는 건지. 그들과 그들 일족의 영화를 위해 꼬박꼬박 바쳐야 하는 과금들이 마치 벌금처럼 느껴지기만 한다.

K컬처가 전 세계적으로 번성하고 G7에 초청받고 남북 간 교류가 생겨나는 바람에 이른바 ‘국뽕’에 취했던 시절이 있었다. 최빈국에서 출생해 일류국가의 일원이 되었다는 신화적 스토리로 자부심이 충만했다. 그러나 이제 국뽕은 완전히 버린다. 늘 ‘조선놈은 안돼!’ 하는 한탄을 입에 달고 사셨던 외할아버지처럼 나 역시 한국은 여기까지구나, 하는 낙망감에 몸서리가 쳐진다. 올해로 딱 육십대 중반이 되어 나이 든 자의 여유로운 시야와 관용의 정신을 가지려던 마음 역시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그저 한국은 여기까지구나 하는…. 간절한 민족해방의 염원도 독재타도의 함성도 옛일인 듯싶었으나 이제 특권철폐의 구호를 들고 거리로 나설거나. 그럴 의욕도 힘도 없다. 한국은 여기까지니까.

이제부터 교활한 생존술을 터득해 나가야 할까 싶다. 일가붙이 중에 검사나 그 가족은 없는지, 지인 중에 그 신흥귀족들과 깊이 연관된 사람은 없는지. 뒷전에서 청탁하거나 면제받을 일은 뭔지. 제도며 법규 따위는 별로 쓸모가 없어질 테니까 오로지 인맥, 인맥을 총동원해 살아갈 방도를 도모할 일이다.

하긴 오로지 우상향의 시절을 달려왔으니 아래로 고꾸라지는 체험도 스릴 있으리라. 보자. 어디까지 추락하는지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누가 더 피눈물을 흘리게 될지. 보자, 보자. 이제부터 낱낱이 하나하나 보자꾸나!

※외부 필자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사상~해운대 대심도(지하 고속도로), 착공 3년 늦어진다
  2. 2동서고가로 처리 문제도 공회전…내달 끝내려던 용역 중단
  3. 3부산 행정부시장 vs 미래부시장…알짜업무 배속 놓고 ‘조직개편’ 설왕설래
  4. 4국회 떠나는 김두관·박재호·최인호…PK 민주당 재건 주력할 듯
  5. 5‘스쿨존 펜스’ 소방차까지 불러 주민 설득…해운대구는 달랐다
  6. 6박중묵은 재선, 안성민·이대석은 초선 지지 기반 ‘3파전’
  7. 7고영삼의 인생 이모작…한 번 더 현역 <52> ‘BS그룹’ 박진수 회장
  8. 8[시인 최원준의 음식문화 잡학사전] <39> 불로 식품, 신선의 음식 ‘잣’
  9. 9“글로벌 허브, 원팀으로 가자”
  10. 10동일고무벨트 2776억 수주…美 기업에 러버트랙 공급
  1. 1국회 떠나는 김두관·박재호·최인호…PK 민주당 재건 주력할 듯
  2. 2박중묵은 재선, 안성민·이대석은 초선 지지 기반 ‘3파전’
  3. 3국힘 지도부 “尹 임기단축? 동의 못해”...나경원 "정략적 의도 개헌, 저도 반대"
  4. 4與 표단속 성공…野 “즉각 재추진” 22대도 특검법 정국 예고
  5. 5채상병 특검법 국회 재표결서 부결…최종 폐기
  6. 6한일중 정상회담 직후 北 정찰위성 발사 실패…한·미·일 일제히 규탄
  7. 7[속보]김정은 “정찰위성 보유는 자주권…한국 무력시위 용서못해”
  8. 8[속보]정부, ‘세월호피해지원특별법’ 공포 방침
  9. 9부산 총선후보 1인당 선거비용 1억6578만 원…野최형욱 2억5240만 원 최고액
  10. 10[속보] '채상병특검법' 본회의 재표결에서 부결
  1. 1동일고무벨트 2776억 수주…美 기업에 러버트랙 공급
  2. 2“유리파우더 산업화 모색…62조 항균플라스틱 대체 기대”
  3. 3“이산화탄소 흡수 미세조류 생장 촉진…유리가 바다 살려”
  4. 4경남 항공산단 ‘스마트그린산단’ 됐다…사천 공공임대형 지식산업센터 탄력(종합)
  5. 5기계부품·로봇분야 키우는 부산, 5년간 454억 투입
  6. 6UAE 대통령 회동에 재계 총수 총출동…원전 등 추가 수주 기대감(종합)
  7. 7이복현 금감원장 금투세 반대 재확인
  8. 8주가지수- 2024년 5월 28일
  9. 9부산 1분기 합계출산율 0.68명…동분기 기준 역대 최저
  10. 10"로또 번호 알려드립니다"…소비자원 "달콤한 유혹에 현혹 말라"
  1. 1사상~해운대 대심도(지하 고속도로), 착공 3년 늦어진다
  2. 2동서고가로 처리 문제도 공회전…내달 끝내려던 용역 중단
  3. 3부산 행정부시장 vs 미래부시장…알짜업무 배속 놓고 ‘조직개편’ 설왕설래
  4. 4‘스쿨존 펜스’ 소방차까지 불러 주민 설득…해운대구는 달랐다
  5. 5고영삼의 인생 이모작…한 번 더 현역 <52> ‘BS그룹’ 박진수 회장
  6. 6“글로벌 허브, 원팀으로 가자”
  7. 7부산 대형 어학원서 미국인이 학생 성추행
  8. 8팝업스토어, 인기만큼 쌓이는 폐기물? [60초 뉴스]
  9. 9오늘의 날씨- 2024년 5월 29일
  10. 10[뭐라노] 채상병 특검법 부결로 최종 폐기 수순
  1. 1낙동중(축구) 우승·박채운(모전초·수영) 2관왕…부산 23년 만에 최다 메달
  2. 2“농구장서 부산갈매기 떼창…홈팬 호응에 뿌듯했죠”
  3. 34연승 보스턴 16년 만에 정상 노크
  4. 4호날두 역시! 골 머신…통산 4개리그 득점왕 등극
  5. 5태극낭자 ‘약속의 땅’서 시즌 첫승 도전
  6. 6오타니, 마운드 복귀 염두 투구재활 가속
  7. 7상승세 탄 롯데, 어수선한 한화 상대 중위권 도약 3연전
  8. 8한화 성적 부진에 ‘리빌딩’ 다시 원점으로
  9. 9살아있는 전설 최상호, KPGA 선수권 출전
  10. 10축구대표팀 배준호·최준 등 7명 새얼굴
우리은행
후보가 후보에게 묻는다
부산 서동
4·10 총선 지역 핫이슈
원도심 숙원 고도제한
강동묵의 디톡스 [전체보기]
노동자 건강을 위한 국제사회의 경향
소규모사업장 중처법, 투약 중단이 필요한가?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더 많이 두들겨 보아야 할 산복도로라는 돌다리
옛 부산세관 복원, 진정한 새로운 전통이 되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과학기술 R&D 투자가 나아가야 할 길
축복의 계절
국제칼럼 [전체보기]
‘3요’와 칸 레드카펫을 빛낸 조연들
AI시대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기고 [전체보기]
대학은 私的인가 公的인가?
지역 창업기획자가 부산의 미래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영화에 대한 열렬한 환호와 예우…‘축제의 궁전’ 품격이 달랐다
영화의전당 대표 연임…소통 외치는 현장에 귀 기울여야
김갑수의 생각 [전체보기]
이재명 대표께
김석환의 이미 도착한 미래 [전체보기]
아직 명당 덕을 덜 본 것일까?
노무현이 옳았다
김용석의 시사탐방 [전체보기]
신문은 살아 있고, 칼럼은 말을 건다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디아스포라의 노래 영천아리랑
우리 융복합 음악의 시초 고구려악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소통을 이기는 무기는 없다
선한 영향력
데스크시각 [전체보기]
가덕신공항과 박형준의 정치적 미래
도청도설 [전체보기]
한·일·중, 한·중·일
비혼 축의금
메디칼럼 [전체보기]
일하는 사람의 1차 의료, 근로자 건강진단
100세시대의 건강관리법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대만과 밀크피시
조식전쟁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뇌력(腦力)을 키우는 다섯 가지 비결
뇌, 팩트 체크!
사설 [전체보기]
힘대결로 끝난 21대 국회 ‘역대 최악’ 오명 자초
부산항운노조 채용비리 악습 반드시 끊어야
세상읽기 [전체보기]
지옥에서 국가명승으로
우리의 가까운 미래를 위하여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의대 입학정원 갈등의 올바른 해법
우리 시대의 올바른 복지 원칙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기회의 바다, 우리네 함장은 어디로 키를 잡을까
부산항, 글로벌 물류 허브 플러스 알파
이해인 수녀 '기도의 창가에서' [전체보기]
12월의 기도편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경제문제가 풀려야 인구문제가 풀린다
중국의 한국시장 시장교란
인문학 칼럼 [전체보기]
호모 사피엔스의 바다
세상을 뒤흔든 춤
전호환의 두잉세상 [전체보기]
한국교육의 새 지평을 여는 IB교육학회 창립
‘자신과의 경쟁’이 ‘경쟁 교육’ 대안이다
차재원의 정치평설 [전체보기]
비례대표 제도는 죄가 없다
‘자객공천’ 유감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오페라 와인
와인이란
특별기고 [전체보기]
부산의 위대한 도전은 계속 된다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낭만오페라의 종언! 푸치니
정명훈과 도쿄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처음 보는 ‘무릉도원’
무호 이한복의 ‘운룡도’
CEO 칼럼 [전체보기]
우리는 역사적 사명을 띠고 태어났다
드론으로 변화할 부산의 미래
  • 국제크루즈아카데미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