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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도 칼럼] ‘중꺾마’ 벚꽃 대학

저출산·수도권 집중 심화…어디든 미래 장담 못할 판

자율과 지역에 초점 맞춰 제도적 지원책 앞당겨야

  • 정상도 기자 jsdo@kookje.co.kr
  •  |   입력 : 2023-01-16 19:41:53
  •  |   본지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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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의 저출산 현상이 직격탄입니다. 수도권 쏠림 현상이 부채질했고요.”

부산 한 사립대 총장이 진단한 ‘위기의 지역대학’ 원인이다. 물론 이 총장은 대학 자체 자구 노력이 필요하며, 사립대를 옭아매는 교육부의 획일적인 규제가 개선되어야 한다는 점을 빼놓지 않았다. 길지 않은 전화 통화였음에도 학령인구 급감에 따른 신입생 충원 어려움과 등록금 동결로 인한 재정적 압박감이 물씬 묻어났다.

비단 부산의, 사립대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지역대학 현실이다. 2022년 합계출산율(한 여성이 가임기간인 15~49세에 낳으리라 기대하는 평균 출생아 수)는 0.8명 이하가 확실하다. 2021년 0.81명이었다. 세계 최악 수치다. 영국 한 인구학자가 300년 후 지도에서 사라질 첫 번째 국가로 지목한 국가가 한국이다.

지방 소멸과 수도권 집중화가 복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저출산 결과인 급격한 인구 감소는 지방 인구 감소를 부채질한다. 이와 반대로 수도권 집중화가 심화한다. 수도권에는 100대 기업 본사 95%, 전국 20대 대학 80%가 몰려 있다. 청년인구 수도권 비중은 20년 전인 2002년 이미 50%를 넘었다. 교육 산업 문화 전반의 수도권 독식은 지방 소멸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공멸의 위기임을 다 안다.

그만큼 분명한 것이 지역대학 역할이다. 지역 산업과 경제를 뒷받침할 인재 양성 기관이자 지속가능한 지역사회 발전의 버팀목이다. 지역대학 육성은 지역 인재 양성과 아울러 지역을 살리고 미래를 지속가능하게 한다.

지금 상황은 이와 정반대다. ‘벚꽃 피는 순서대로 지역대학이 어려움에 처한다’는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올해 대입 정시모집에서 부산 대학 2개 학과와 경남 대학 4개 학과 지원자가 ‘0’명으로 확인됐다는 지난 11일 국제신문 1면 보도가 단적인 예다. 이런 곳이 전국 14개 대학 26개 학과였는데, 모두 수도권 밖 대학과 학과였다.

이른바 벚꽃 대학은 사실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윤석열 정부가 내놓은 해법은 대학 규제 완화와 지역 역량 강화다. 윤 대통령은 지난 5일 교육부의 새해 업무보고에서 “대학 혁신은 지역과 협력해 지역 성장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 교육 연금 등 윤 대통령 3대 개혁 가운데 교육 개혁의 핵심이다. 앞서 ‘대학 규제개혁 및 평가체제 개편안’을 통해 대학의 자율성 확보와 경쟁력 강화를 꾀하겠다는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마침 ‘0’ 학과가 이슈였던 그날 부산 16개 대학 총장들이 우동기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을 만나 대학의 생존 방안을 논의했다. 국가균형발전위는 윤 정부 교육 개혁의 한 축인 지역 정책의 핵심이라 할 만하다. 수도권 편중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아야 한다는 지적부터 국비 예산 활용의 자율성 확대까지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특히 주목되는 점은 공공기관의 지역인재 채용을 늘리는 방안이다. 대학 소재지 인재 30%와 비수도권 인재 20%를 합쳐 총 50%의 지역인재를 채용하자는 취지다. 차정인 부산대 총장은 “국회에 이같은 법안이 상정돼 있다”며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이란 국가 대계 차원에서 필요한 법안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대학 자구 노력과 사립대 자율성 확대를 강조한 이는 허남식 신라대 총장이다. 부산시장 3선이란 관록을 지닌 행정가인 허 총장은 “대학이 없는 도시, 부산을 상상할 수 있겠느냐”며 대학과 함께 성장하는 도시를 강조했다. 허 총장이 언급한 지역과 상생하는 대학, 그리고 차 총장이 추진하는 제도적 지역대학 지원 방안 가운데 어딘가에 부산 각 대학 총장의 고민이 녹아 있지 싶다. 윤 정부가 지향하는 교육 개혁의 요체라 할 대학 부문과 부산 시민이 바라는 대학 모습도 마찬가지라 하겠다. 이게 조화를 이뤄야 교육 개혁도 빛을 발하고 지역대학도 미래를 바라볼 수 있다. 윤 정부 대학 정책이 대학 영리화와 기초 학문 위기를 심화할 것이란 비판도 당연히 수렴해야 한다.

‘서울대 10개 만들기’라는 국립대학법 제정도 이참에 성사됐으면 한다. 명색이 거점대학이라는 부산대는 사실 대통령령으로 운영되고 있다. 국립대학법이 제정된다면 국립대학의 자율성과 공공성, 사회적 책임성 확보는 물론 국립대에 어울리는 재정 확보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는 서울대의 3분의1 수준인 거점국립대 평균 학생 1인당 교육비를 적정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밑거름이기도 하다. 이같은 과정을 거치면서 전체 대학의 80%를 차지하는 사립대를 위한 ‘사립대학법’도 논의할 수 있을 터이다.

카타르 월드컵 16강에 진출했던 우리나라 축구 국가대표팀 선수들이 흔든 태극기에 적혀 있던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중꺾마)은 지난해를 대표하는 젊은 구호였다. 우리 대학은 꺾여서도 안 되거니와 벚꽃을 두려워하지 말고 오히려 즐겨야 마땅하다.

정상도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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