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이해인 수녀 '기도의 창가에서'] 수평선을 바라보며 동백꽃을 사랑하며

이해인 수녀·시인

  • 이해인 수녀·시인
  •  |   입력 : 2023-01-19 19:37:12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그림=서상균
1

당신은

늘 하늘과 맞닿아 있는

수평선과 같습니다



내가 다른 일에 몰두하다

잠시 눈을 들면

환히 펼쳐지는 기쁨



가는 곳마다 당신이 계셨지요

눈 감아도 보였지요



늘 한결같은 고요함과 깨끗함으로

먼데서도 나를 감싸주던



그 푸른 선은 나를 살게하는 힘



목숨 걸고

당신을 사랑하길

정말 잘 했습니다



제가 오래 전에 쓴 ‘수평선을 바라보며’라는 시를 나직이 외우며 광안리 바닷가에 참으로 오랜만에 나가 수평선을 바라보니 새삼 행복했습니다. 광안대교가 생기고나선 예전만큼 잘 보이진 않지만 마음만 먹으면 바다를 늘 가까이 볼 수 있고 수평선을 볼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지 모릅니다. 수평선을 자주 보는 사람답게 새해에는 평평한 마음으로 무한대의 사랑을 조금씩 더 넓혀가면서 살아야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기도도 평평하게, 대인관계도 평평하게! 모나게 날카롭게 튀어나오지 않는 일직선으로 평형을 이루고 살려면 매사에 좀 더 절제하고 인내하는 노력을 해야 할 것입니다. 올 해는 매사에 좀 더 깊이 생각하고 꾸준히 공부하는 학인의 마음으로 나아가는 군자(君子)로서의 수련생이 되고싶습니다. 늘 곁에 두는 식물도감 꽃도감 나무도감도 더 가까이 두고 그동안 모아둔 역사서나 좋은 말 모음집도 그냥 대충 건성으로 보지 말고 논문을 쓸 때처럼 마음으로 읽어서 양식을 삼아야겠다고 결심해 봅니다. 며칠 전 창고에서 짐 정리를 하다 발견한 저의 옛 노트(1980.1.18.)에 적힌 이 말도 올 해의 지표로 삼고싶습니다. ‘귀로는 남이 잘못했다는 말을 듣지 말고 눈으로는 남의 단점을 보지 말고 입으로는 남의 과실을 말하지 말아야만 거의 군자라고 할 것이다’ -명심보감 ‘정기’ 편에서.



2

동백꽃이 많이 피는

남쪽에 살다 보니

동백꽃이 좋아졌다



바람 부는 겨울에도

따뜻하게 웃어주고

내 마음 쓸쓸한 날은



어느새 곁에 와서

기쁨의 불을 켜주는 꽃

반세기를 동고동락한 동백꽃을 바라보며



나도 이젠

한 송이 동백꽃이 되어

행복하다



어떤 동백꽃은 장미의 모습을 닮기도 해서 가끔 방문하는 손님들에게 예쁜 브로치 대용으로 옷에 달아주기도 합니다.

한 겨울에 활짝 피는 동백꽃의 웃음을 마주하면 우울한 표정을 지을 수가 없습니다.

동백꽃의 꽃말 역시 ‘기다림’, ‘애타는 사랑’, ‘누구보다 그대를 사랑한다’라니 올 해는 저도 한 송이 동백꽃이 되어 더욱 명랑 쾌활한 모습으로 일상의 언덕을 오르려합니다. 청소일을 한다는 어느 독자분의 글이 제게 감동을 줍니다. ‘청소를 하며 이런 저런 꿈을 꿉니다. 기도하듯 청소하고 이런 저런 꿈도 꾸고 놀듯 쉬듯 정직하게 청소를 합니다. 제가 하는 청소라는 직업이 버릴 것이 없고 마음까지 닦아주고 치유 해 주는 정직하고 보람된 천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짧은 인사 한마디가 고파지는 이 힘들고 외로운 세상에 꼭 필요한 작고 작은 사람이 꼭 해야 할 일이 청소인 것 같습니다…제가 말은 유창히 잘 하지 못해도 담백하게 짧은 인사나마 정성스럽게 하는 사람 되자 다짐해봅니다’. 자신이 하는 일에 애정을 갖고 열심히 사는 지혜 씨에게 격려와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싶습니다.



3

새해가 되면 신문 방송 등등 여러 곳에서 새해덕담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 건강상의 이유로 거절을 했지만 어쩌다 하게 되면 그 자체로 부담이 되곤했는데 올 해는 비교적 부탁이 적어 기뻤습니다.

젊은 날 거창하게 다짐하며 나열했던 결심들도 이젠 조금씩 줄어들고 있는 노년 시기를 살고있는 지금, 아침에 눈을 뜨면 ‘내가 또 한 번 살았구나’ 스스로 감탄하며 ‘순간 순간 감사하는 것만이 나의 의무야’라고 되뇌며 빙그레 웃어보곤 합니다.

아침에 신문을 보니 새로 만든 부산의 슬로건이 ‘부산이라 좋다(Busan is good)’라고 하던데 좋은 부산을 만들려면 여기 사는 우리 모두가 진정한 의미에서 좋은 사람, 선한 사람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어떤 관광지나 특산물이 인기라서 유명한 부산이 아니라 사람들의 생각과 인품이 좋아 더 아름다운 명품으로 평가받고 인기 있는 부산이 될 수 있길 소망하며 기도합니다. 1964년 수도원에 입회한 이후 파견근무와 학업을 위한 십여 년을 빼곤 줄곧 부산 광안리본원에서만 살고있는 저도 이젠 부산사람이라 자부하며 부산에 대한 모든 것에 관심이 많은 시민입니다.

오늘도 신문으로 아침을 여는 독자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매월 셋째 금요일에 러브레터 쓰는 마음으로 시와 삶의 이야기를 전할 해인 수녀가 첫 인사를 드립니다. 수평선을 바라보며 안으로는 마음을 평평하게, 동백꽃을 바라보며 밖으로는 웃음꽃을 피우는 우리가 되어요, 부디 건강하시고 힘들어도 힘내시라 기도드립니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축제 때도 도개 못 한 영도대교…한 달째 원인불명
  2. 2레이예스 맑음…이이무라 흐림…‘로·비’ 안갯속
  3. 346년 감속기 외길…ICT 입힌 액추에이터 개발 성공
  4. 4청년도 “국제신문 지키자”…대학가로 지지 확산
  5. 5“끝내 알 수 없었던 어머니 마음…그 알 수 없음이 인간이죠”
  6. 6반려견 비비탄 학대 20대들 징역 8개월(종합)
  7. 7국회의원 112명 서명…원내 주요 5개 정당 동참
  8. 8김민석 “신천지 與 입당 증거 없다” 사과(종합)
  9. 9“북항개발 市-BPA 방향 같아…돔 아레나 규모 등 협의할 것”
  10. 10부산 매출액 돛 달아준 ‘해운 빅3’…6년 만에 전국 기준 100대 기업도(종합)
  1. 1국회의원 112명 서명…원내 주요 5개 정당 동참
  2. 2김민석 “신천지 與 입당 증거 없다” 사과(종합)
  3. 3李 “집값 놀라울 정도로 하락…통계 제대로 알려야”
  4. 4정계 “지역언론 독립·공공성 훼손없게 계속 관심을”
  5. 5국힘 신임 부산행복연구원장에 오경은 전 구의원
  6. 6시의회 상임위 제한 폐지 논란일자 결국 심사 보류
  7. 7美 중간선거 시작, 우주서도 투표는 계속된다
  8. 8“지방주도 성장 33조 투자…공공기관 이전 내년 착수”
  9. 9정파·지역도 초월…‘국제신문 회생’ 국회 팔 걷었다
  10. 10국힘 “가덕 건설 의지 없는 정부…공사비 증액 확약해야”
  1. 146년 감속기 외길…ICT 입힌 액추에이터 개발 성공
  2. 2부산 매출액 돛 달아준 ‘해운 빅3’…6년 만에 전국 기준 100대 기업도(종합)
  3. 3“부산 해양수도·북극항로 육성, 선원 역할 중요”
  4. 4한진칼 주식 더 사는 조원태…호반과 지분경쟁 2R
  5. 5[증시와이드] 불확실성 커진 증시…우량주 중심 냉정한 대응을
  6. 62050년 중간저장시설·2060년 영구시설…정부, 방폐물 관리 3차 계획안 여론 수렴
  7. 7석유류·공업제품값 ‘고공 행진’ 지속…부산 10월 물가상승 4개월만에 최고(종합)
  8. 8‘반도체 소부장’ 원익 공채에 1만2000명 몰려
  9. 9한양증권도 털렸다…고객·임직원 정보 일부 유출
  10. 10주가지수- 2026년 11월 3일
  1. 1축제 때도 도개 못 한 영도대교…한 달째 원인불명
  2. 2청년도 “국제신문 지키자”…대학가로 지지 확산
  3. 3반려견 비비탄 학대 20대들 징역 8개월(종합)
  4. 4“북항개발 市-BPA 방향 같아…돔 아레나 규모 등 협의할 것”
  5. 5에코델타에 유치원·초·고교 추가 신설
  6. 6해군 3600t급 디젤잠수함 ‘서희함’ 진수
  7. 7첫 공소청 수장 후보, 이정현·박철우·예세민 물망(종합)
  8. 8면세유 23억 원어치 빼돌린 유통업자 집유
  9. 9수능 ‘AI 안경 커닝’ 막는다지만…전문 탐지기 없어 실효성 의문(종합)
  10. 10141개 시민단체도 노동계도 ‘국제신문 회생’ 인가 촉구
  1. 1레이예스 맑음…이이무라 흐림…‘로·비’ 안갯속
  2. 22027 아시안컵 내년 12월로 연기…차기 감독 선임 여유
  3. 3MLB 애틀랜타 김하성, 퀄리파잉 오퍼 못 받아
  4. 4KLPGA 상금왕·대상 놓고 ‘림-솔(서교림·김민솔) 대전’
  5. 5김지율, 고교 최동원상 수상…부산고 하현승 아쉽게 고배
  6. 6박항서 향해 “김치맨”…태국 관중들 인종차별
  7. 7BNK 개막전 첫 승…두터워진 선수층 빛났다
  8. 8[뭐라노] 롯데가 스마트 야구를?
  9. 9체력 비축한 마법사, 타선 폭발한 사자…누가 웃을까
  10. 10동의과학대학교,‘제1회 부산지역 전문대학 유학생 축구대회’ 준우승
우리은행
주민자치 모범현장 가다
‘주민대표’가 건축 세부사항까지 의견…지방의회 심사 반영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코뿔소 없음과 진공
지역이 기획, 국가가 지원하는 R&D 시대 열자
국제칼럼 [전체보기]
국조 대상은 조희대가 아니라 증시 참사다
개·고양이 학대는 이제 그만
기고 [전체보기]
‘성범죄 취업제한’의 사각지대
‘2028 세계디자인수도 부산’의 과제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세레나데, 다정한 위로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탈서울’ 안 된다던 원안위, 세종행에 왜 침묵하나
AX·반도체 전시회 5개 동시에 열렸는데…
도청도설 [전체보기]
등골 프로텍터
바이낸스 턴 북한 해커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왜 제대로 비워지지 않는지 살펴야
개정 응급의료법이 ‘미수용 방지법’?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국제신문 정상화에 여야 한뜻…능인선원 결단하라
대통령 순방 정보 유출…국가 보안체계 전면 점검해야
세상읽기 [전체보기]
일상으로의 초대
SNS라는 광장, 우리는 서로의 말을 듣고 있는가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기다림에도 비용이 든다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대규모 대미 투자, 기회인가 위협인가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은 어떻게 마음에 남는가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십시일반(十匙一飯), 나눔이 만드는 연말의 온도
시민 주거안정에서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