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로 주춤했던 문화 공연이 다시 활기를 찾고 있다. 해외 뮤지션의 내한 공연도 많다. 부산선 오스트리아 ‘빈 소년합창단’이 오는 29일 신년음악회를 연다. 첫 곡은 모차르트의 세레나데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무지크’. 오스트리아가 얼마나 모차르트를 자랑스러워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그의 고향 잘츠부르크는 모차르트의 흔적을 찾으려는 관광객들로 연중 붐빈다. 그의 생가와 함께 필수 관광코스인 잘츠부르크 대성당은 유럽에서 가장 큰 규모인 6000개 파이프로 구성된 오르간으로 유명하다. 모차르트는 이곳서 2년가량 파이프오르간 연주자로 활동했다.
그는 파이프오르간을 ‘악기의 제왕’으로 칭송했다. 수천 개 파이프와 음색을 조절하는 수십 개 스톱, 발로 연주하는 건반을 사용해 거의 무한대의 다양한 소리를 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주의 소리’에 비유되기도 한다. 영화 ‘인터스텔라’에서도 광대한 우주를 파이프오르간으로 표현했다. 중세 유럽에서 파이프오르간은 도시의 재력을 과시하는 수단이었다. 얼마나 좋은 파이프오르간을 갖췄는가에 따라 교회 서열이 정해졌다.
우리나라와도 특별한 인연이 있다. 2017년 11월 제주에서 열린 유네스코 세계유산총회에서 ‘파이프오르간 제작’이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또 국내 유일 파이프오르간 제작자인 홍성훈 씨는 이 악기가 우리 조상인 동이족 악기에서 유래했다고 주장한다. 동이족이 길이가 다른 여러 개 대나무를 묶어서 부는 악기를 사용했는데 이것이 중국에서 생황으로 변하고, 비단길을 통해 유럽으로 들어가 파이프오르간으로 발전했다는 것이다.
파이프오르간은 웅장한 규모 때문에 공연장에 맞춰 주문제작된다. 부산시가 2025년 개관하는 부산국제아트센터에 설치될 파이프오르간의 최종 디자인을 최근 확정했다. 파이프 4406개, 음의 특성을 선택할 수 있는 스톱 장치 62개, 연주자가 누르는 4단 건반 등으로 구성됐다. 높이 9m 가로 16m의 웅장한 모습이다. 입찰가는 30억 원인데 독일 프라이부르거사가 제작한다. 성당을 제외하면 전문 공연장에 설치된 사례는 세종문화회관 롯데콘서트홀 부천아트센터 등 전국에 3곳뿐이다. 예술의전당은 1988년 서울올림픽에 맞춰 서둘러 개관하느라 파이프오르간을 갖추지 못했다. 설치 기금 마련 캠페인이 열리기도 했으나 끝내 무산됐다. 파이프오르간이 손꼽히는 클래식홀에서만 만날 수 있는 상징적인 악기란 뜻이다. 부산의 대형 파이프오르간이 어떤 선율을 들려줄지 벌써 가슴이 설렌다.
이은정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