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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사라지는 동네 목욕탕

  • 강필희 기자 flute@kookje.co.kr
  •  |   입력 : 2023-01-25 20:07:59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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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탕은 며칠에 한 번씩 가는 게 맞는지 다음 보기 중에서 고르시오’.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 세대가 초등학생이었던 1970년대 도덕과목 객관식 시험문제 가운데 하나다. 정답은 ‘일주일에 한 번’이다. 지금 생각하면 목욕탕 방문 횟수에 정해진 답이 있을 리 없다. 그러나 이런 게 시험문제에 출제될 정도로 그 시절 목욕탕은 특별한 날 일부러 짬을 내서 가는 특별한 장소였다. 하기야 공동목욕문화를 만든 고대 로마인들도 초기엔 9일(당시 일주일 단위)에 한 번씩 목욕을 다녔다고 전해진다. 개별 욕실 아닌 공동목욕탕이 일반적인 문화권에서 가능한 얘기다.

부산 수영구는 목욕탕의 절대 숫자가 많지는 않다. 2022년 현재 등록된 건 40곳이다. 인구가 절반도 안 되는 동구(45곳)보다 적다. 그러나 유명 관광지인 광안리 해수욕장 주변에 작고 오래된 동네 목욕탕이 유난히 밀집해 있다. 한때 이곳엔 성인 기준으로 1000원짜리가 있었다. 당시 평균요금이 3000~4000원이었던 걸 감안하면 파격적이다. 막 붐이 일기 시작한 대형 찜질방이나 고급 사우나와의 차별성을 노린 가격파괴 전략이었다. 광안리 일대에는 지금도 다른 곳의 절반 혹은 3분의 1 가격인 3000원짜리가 몇 군데 있다. 소문을 들은 어르신들이 멀리서 원정 목욕을 다닌다.

동네 목욕탕 찾기가 부쩍 힘들어졌다는 말이 자주 들린다. 실제로 많이 없어졌다. 부산시와 통계청 자료를 보면 부산은 2022년 기준 목욕탕이 733곳에 그친다. 2019년엔 832곳이었는데 3년 새 100곳 가까이 문을 닫았다. 숫자가 가장 많았던 2004년(1363곳)에 비하면 거의 절반이다. 등록은 되어있지만 영업을 하지 않는 곳도 많다. 수천만 원에 달하는 철거 비용이 무서워서라고 한다. 손님을 받는 목욕탕 숫자가 통계에 잡히는 것보다 훨씬 적을 수 있다는 말이다.

2003, 2004년을 정점으로 목욕탕업은 확연한 내리막이다. 요즘 신축 아파트들은 입주민만을 위한 공동목욕탕을 따로 짓는다. 바깥에 나갈 이유가 없다. 거기에 코로나19가 결정타를 날렸다.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3년간 정상적인 영업을 못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엔 물을 데우는데 쓰는 연료비와 전기료가 급등하는 바람에 더 이상 버티기 힘든 곳이 늘었다. 아빠와 아들, 엄마와 딸이 서로 등을 밀어주던 풍경이 점점 옛일이 되어간다. 한때 동네 사랑방 역할을 하던 이발소가 유물이 됐듯 동네 목욕탕 평상에서 이웃끼리 음식과 정담을 나누던 광경도 자꾸만 사라지려 한다.

강필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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