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인문학 칼럼] 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고려 중앙·지방 균형 모범, 조화 잃으면 위기 찾아와

균형발전 일자리가 관건, 부산 금융허브 구축 절실

정은정 부경역사연구소 연구원

  • 정은정 부경역사연구소 연구원
  •  |   입력 : 2023-01-25 20:11:43
  •  |   본지 1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올해 대한민국 국정 과제는 지방자치 정착과 지역균형발전이다.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열고, 어느 지역에 살든 상관없이 우리 국민 모두가 공정한 기회를 누려야 한다는 것이 커다란 숙제로 부여되었다. 지역불균형은 인구 재화 인프라가 집중되는 수도권의 팽창에서 비롯한다.

각종의 대책도 난립한다. 하지만 공권력이 비대해지면 다양성은 훼손되고 지나치게 자율에 맡기면 통일된 대책 수립이 쉽지 않다. 자율(분권)과 지배(중앙)의 무게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 지배·자율의 호순환은 다원성과 통합성의 균형 속에서 이루어진다.

500여 년 전 라이프니츠는 다원성과 통합성의 균형을 강조했다. 당시 서구의 다원주의는 종교개혁과 종교전쟁으로 교황권이 쇠퇴하고 국가와 종교가 분리되는 패러다임의 전환 속에서 대두했다. 다원성은 차이점을 지니면서 유지하는 상태를 뜻한다. 통합성은 복합적이며 층위가 다른 여러 개체 간의 조화 균형을 바탕으로 융합하는 역할을 한다. 다원성과 통합성이 적절히 안배될 때 정치·사회 여러 방면의 안정과 발전이 가능하다.

다원·포용·통합의 호순환을 보여주는 역사의 무대는 고려시대이다. 다원과 통합의 기조는 인구·신앙·문화·사상의 여러 방면에서 드러났다. 후삼국을 통일하고 삼국의 다양한 인적·물적 자원을 흡수한 고려이다. 주민의 구성은 다양했고, 고려에 귀화한 발해·거란·여진·후주·송나라 사람에게도 개방적이었다. 고려 다원사회의 국가체제를 뒷받침한 이념은 일통이다. 일통에는 두 갈래가 있다. 삼한이 하나로 통합되어 주민도 하나라 하는 삼한일통과 천하를 통일한 천자가 등극하여 새 시대를 개창한다는 대일통이 나머지 하나이다.

중앙과 지방 두 공간은 어느 시기에나 존재했다. 그러나 고려의 중앙과 지방은 서로 단절되거나 독자적 공간은 아니었다. 중앙집권체제의 존립을 가능케 한 토대는 사실 군현제이다. 고려는 북쪽의 국경에 접한 지역을 동계·북계라 하고 개경과 주변지역을 경기로 두었다. 고려 당시의 경기는 현재와 같은 위치의 수도권은 아니며, 개경 가까운 지역을 칭한다. ‘고려사’ 지리지에 의하면 520개 중 130개 군현에만 중앙에서 지방관을 파견했다. 지방관이 파견되지 않은 나머지 390개 군현은 속현이다. 주현을 기준으로 그 아래 여러 속현과 향·부곡·소가 배치된 복합한 형태로 구성되었다. 이렇게나 많은 주현·속현을 중앙에서 일일이 통제하기 어려웠다. 통치 효율을 위해 주현 중에서도 규모가 큰, 경· 목·도호부를 지역거점으로 삼아 지역 최하부 단위까지 통제가 미치도록 촘촘한 행정망과 인보(주민) 조직을 구축했다.

경·목·도호부의 지역 거점은 광역 중간운영단위로서 계수관이다. 계수관은 경계 내의 으뜸가는 관, 또는 관리를 칭하며 오늘날 광역단체(장) 쯤이다. 계수관에서도 보다 상위인 경(서경·동경·남경)에는 재정기구·상평창·의료시설·학교를 배치했다. 중앙에서는 수도권에 집중된 물화와 각종 혜택을 지방 거점지역에 골고루 나누려는 정책을 구사했다. 지방사회는 국가 운영의 초석이 될 재화를 확보하고 재정 자립도를 갖추었다. 고려 때 지방관아의 세출항목은 중앙정부에 납부하는 물품, 지방 관인의 봉급, 사신 접대비용과 일상적 운영 경비였다. 지방 관아의 주수입원은 국가에서 지급하는 공해전(현 지방교부금), 자체적으로 경작하는 둔전, 관내 민으로부터 거두어들이는 세금과 기타 영리수익이다. 지방 관아 자체의 재원 확보를 중앙정부는 공공성을 저해하지 않는 선 안에서 일정 부분 용인해 주었다.

고려의 지역은 중앙차원의 구심과 지방의 원심 간 균형이 잘 맞춰져 운영되었다. 수도와 지방의 적절한 균형과 조화로움 속에서 국가의 제반 부문도 제대로 작동할 수 있었다. 그러나 수도와 지방간 균형이나 다원과 통합의 무게추가 균열될 때 고려는 국가 존립의 위기에 맞닥뜨렸다. 전 왕조 신라를 복구하려는 움직임이나, 인종대 분출된 서경천도론은 중앙과 지방의 상호작용이 깨어졌기 때문에 생긴 위기였다. 내홍은 사그라지지 않아 문·무 정권의 교체, 원의 간섭을 받는 시기로까지 이어졌다. 한번 깨어진 균형은 쉽게 복구되기 어려웠다.

지방사회의 생존전략은 인구 쏠림의 해소, 취업기회나 교육인프라의 구축에 있다. 결국 풍성한 먹거리가 지방에도 있는가에 달려있다. 그런 점에서 최근 금융허브의 구축이나 주요 공공기업이 우리 부산에 이전한다는 사실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지방에서 나고 자란 미래 세대가 서울로 떠나지 않고 자신의 고장에서 제각각의 역량을 맘껏 펼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러려면 장고 끝에 세워지는 대책들이 정권의 입김 따라 물갈이되지 말아야겠다. 한 번쯤 중앙과 지방의 균형, 다원과 통합의 조화를 잘 드러낸 고려의 국가 운영도 되새겨봤으면 한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가덕신공항 개발권 ‘반경 16.8㎞’ 가닥…54개 읍·면·동 혜택
  2. 2“백신 피해 심사서 의도적 왜곡 있었다” 역학조사관 폭로(종합)
  3. 3매매가 10% 인하도 안 통했다…다대소각장 또 유찰
  4. 4통상임금 소송 10년간 3건…만년 적자에 합의도 어려워
  5. 5전기료 지역 차등제 이르면 내년 하반기 시행
  6. 6부산교통공사 통상임금 항소심 “노동자에 총 268억 지급하라”
  7. 7청약통장 예치금 100조 무너져
  8. 8초록색 물든 광안리 앞바다
  9. 9부산시, 대체거래소 유치 본격화…인가준비 법인에 타진
  10. 10[세상읽기] 챗GPT, 친구인가 적인가
  1. 1가덕신공항 개발권 ‘반경 16.8㎞’ 가닥…54개 읍·면·동 혜택
  2. 25000만원 예금보호 한도, 1억으로 올리나
  3. 3[정가 백브리핑] 형도, 동생도 윤심에 구애…같은 길 걷는 與서씨형제
  4. 4여론설득 나선 尹 “文정부 한일관계 방치”…野는 국조 추진(종합)
  5. 5의원수 확대 역풍…‘선거제 개편안’ 300석 유지로 손본다
  6. 6尹 "우리 야당 부끄러웠다" 발언 논란 예고...의도는?
  7. 7“관 주도 혁신 땐 실수 누적…민간 지원 역할해야”
  8. 8“주 60시간 이상은 무리” 선 그은 尹…노사 근로시간 합의구간 확대 방점(종합)
  9. 9영장청구 하영제 체포동의절차 개시…국힘 “불체포특권 포기 사실상 당론”
  10. 102030년 온실가스 감축, 산업계 목표 되레 후퇴
  1. 1매매가 10% 인하도 안 통했다…다대소각장 또 유찰
  2. 2전기료 지역 차등제 이르면 내년 하반기 시행
  3. 3청약통장 예치금 100조 무너져
  4. 4부산시, 대체거래소 유치 본격화…인가준비 법인에 타진
  5. 5부산시·지역 정치권, 산업은행 완전이전 해법 찾을까
  6. 6애플페이 첫날 오전 17만 명 등록
  7. 7전력수급 불균형 정부도 공감대…수도권 반발 무마가 관건
  8. 8[엑스포…도시·삶의 질UP] <10> 역대 엑스포 한국관의 진화
  9. 91893년 박람회서 본 태극 문양에 매료, 미국 철도 로고로 채택
  10. 10주가지수- 2023년 3월 21일
  1. 1“백신 피해 심사서 의도적 왜곡 있었다” 역학조사관 폭로(종합)
  2. 2통상임금 소송 10년간 3건…만년 적자에 합의도 어려워
  3. 3부산교통공사 통상임금 항소심 “노동자에 총 268억 지급하라”
  4. 4부산 미래비전 선포…행복한 시민도시·글로벌 허브도시 만든다
  5. 5오후 부산 울산 경남 봄비...기온은 당분간 평년 상회
  6. 6오늘의 날씨- 2023년 3월 22일
  7. 7검찰 이재명 오늘 기소?..."사업자 특혜, 정치적 이익 챙긴 혐의 만"
  8. 82030세계박람회 유치 기원 담은 불꽃축제 열린다
  9. 9“차고지 면수는 줄고 요금은 뛰고” 화물노동자 주차난 분통
  10. 1021일 부울경 빗방울 떨어져, 22일까지 이어질듯
  1. 1주전 다 내고도…롯데 시범경기 연패의 늪
  2. 2침묵하던 천재타자의 한방, 일본 결승 이끌다
  3. 3당당한 유럽파 오현규, 최전방 경쟁 불지폈다
  4. 4무한도전 김주형, 셰플러를 넘어라
  5. 5무승탈출 태극낭자, 이제는 연승 도전
  6. 6창단 첫 챔프전 BNK 썸 2차전도 패배
  7. 7공수 다 되는 김민재…“지금껏 이런 수비수는 없었다”
  8. 8좌완 부족한 롯데? 이태연을 주목해
  9. 91선발 스트레일리, 첫 등판은 ‘글쎄’
  10. 10삼세번 만에 ‘셔틀콕 여왕’ 안세영 시대 열렸다
우리은행
주민이 직접 설계하는 지방자치단체 구성
불신 큰 지방의회 권한 확대? 다수당 견제책 등 선결돼야
주민이 직접 설계하는 지방자치단체 구성
단체장 권한 집중 획일적 구조…행정전문관 등 대안 고민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황령산 봉수전망대에 보내는 간곡한 바람
더불어 살며 지켜가야 할 피란수도 부산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자연의 법, 인간의 법
낙동강 녹조를 그대로 둘 것인가
기고 [전체보기]
교육이라는 희망 사다리를 놓자
국제여객터미널 입주사 살린 후 임대료 징수를
기자수첩 [전체보기]
동계체전, 국내 최고 겨울 스포츠대회 맞나
학교 신축 공기지연, 노조 탓만 할 수 있나요?
김갑수의 생각 [전체보기]
한국은 여기까지다
안전하게 내려오는 방법
김석환의 이미 도착한 미래 [전체보기]
3차 세계화, 우리는 괜찮을까
‘죽어도 자이언츠’를 보면서
김용석의 시사탐방 [전체보기]
“거울아, 거울아!” 그 중독의 마법
선인장 가시와 ‘나의 불안전 불감증’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세계박람회 왜 부산인가?
문화자산을 물려받는다는 것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영웅 만들기’에 나서야 할 때
대심도 토사 유출 사고를 보며
도청도설 [전체보기]
‘놀토’ 대신 ‘놀금’
곰배상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제주 구엄리 돌염전
아재들의 건승을 빕니다!
사설 [전체보기]
지방대 혁신 계기로 삼아야 할 글로컬대학 육성
지지부진 연금 개혁 반면교사 된 마크롱의 뚝심
세상읽기 [전체보기]
챗GPT, 친구인가 적인가
민주적 법치국가를 위한 정부의 조건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 지출의 원칙과 난방비 지원
의사 인력 확충의 올바른 방법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새로운 해양시대
노아 방주의 실천적 교훈
이해인 수녀 '기도의 창가에서' [전체보기]
신발을 신으며 배우는 겸손
매화 앞에서, 슬픔 앞에서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한반도에 새로운 국제질서가 등장하고 있다
위태로운 중국의 미래
인문학 칼럼 [전체보기]
잃어버린 웃음을 찾아서
환대(hospitality)의 춤
장병윤의 대안 모색 [전체보기]
원전에 미래를 맡길 수 없다
다시 블랙리스트
전호환의 두잉세상 [전체보기]
근고지영
단석산 신선사의 목탁소리
차재원의 정치평설 [전체보기]
대통령의 초심
새해엔 선거개혁 위한 결단 기대한다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봄의 낭만에 대하여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특별기고 [전체보기]
한일관계, 기초 제대로 잡아가야
내 고향은 부산입니더!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오케스트라
노엘합창단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의재 허백련의 한국적인 산수화
이당 김은호의 ‘매란방’
CEO 칼럼 [전체보기]
재편된 마이스 시장에서 생존 전략은
ESG경영 골칫거리 해결한 시스템
  • 제11회바다식목일
  • 코마린청소년토론대회
  • 제3회코마린 어린이그림공모전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