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경제 효자인 반도체 산업이 한파에 꽁꽁 얼어붙었다. K-반도체의 위기다. 1일 SK하이닉스가 내놓은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은 1조7012억 원으로 분기 단위 영업적자는 2012년 3분기 -240억 원 이후 10년 만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같은 기간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이 2700억 원이라고 밝혔다. 전년 동기 8조8400억 원보다 96.9% 급감하며 겨우 적자를 면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위축이 원인이다. 올 1분기 글로벌 업황도 만만찮아 더 걱정스럽다.
그 여파가 수출 부진으로 나타났다. 1월 우리나라 수출액은 462억7000만 달러, 56조9000억 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16.6% 감소하며 넉 달째 마이너스 행진이다. 주력 제품인 반도체 업황 악화가 직격탄이다. 반도체 수출액은 60억 달러에 그쳤다. D램이나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과 수요 위축으로 전년 동월 108억 달러에 비해 44.5% 급감했다. 반도체 수출 감소액 48억 달러는 전체 수출 감소액 91억9000만 달러의 52%에 달할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했다. 지난해 1월 553억2000만 달러로 1월 기준으로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천양지차다. 그때 반도체 수출액은 1월 기준으로 최대 실적이었다.
수출이 이 모양이니 무역수지가 비상이다. 1월 무역수지는 -126억9000만 달러, -15조6억 원으로 월간 역대 최대 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11개월째 적자를 이어갔다. 반도체 수출이 10% 감소하면 경제성장률도 0.64%포인트 떨어진다는 분석이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0.2%포인트 올린 2.9%로 수정하면서 우리나라 성장률은 오히려 1.7%로 0.3%포인트 낮춘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IMF 기타 고피나스 수석부총재는 고금리와 함께 무역수지 지속 악화를 그 이유로 꼽았다. 무역수지 악화, 대외 부문 수요 감소, 주택 부문 둔화 등에서 취약성이 두드러진다는 지적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분발이 절실하다. 반도체는 우리나라 수출의 20%를 책임진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 부동의 글로벌 1위인 삼성전자가 어떤 전략을 구사하느냐에 관심이 쏠린다. ‘초격차’ 전략을 뛰어넘는 과감한 시도가 필요하다. 이에 더해 비메모리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인 대만 TSMC와의 시장점유율 격차도 줄여야 한다. 기술과 투자가 요체다. 올 하반기 수요 회복을 기대하며 새로운 도약을 준비해야 할 때다. 위기가 기회라는 말이 그냥 생긴 게 아니다.
정상도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