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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사랑

임규찬 도서출판 함향 대표

  • 임규찬 도서출판 함향 대표
  •  |   입력 : 2023-02-07 19:45:23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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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자신이 더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야만 알게 되는 것(실천)이 있다. 사랑이 그렇다. 사랑은 사람과 사회로 향하지만 결국 자기에게로 돌아오는 것이다. 더 좋은 사람이 되는 것과 상관없는 감정은 사랑이 아니다. 그것은 지배하고 소유하려는 권력의지이거나 독자적인 생명력을 지닌 욕망일 뿐이다.

좋은 사람에 대한 논의는 흔하다. “그는 강인하면서도 부드럽고, 현명하면서도 단순했고, 위엄을 갖추었으면서도 사랑이 넘쳤고, 지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낮출 줄도 알았고 유능하면서도 정직했다. 거기다 그는 재치 있고 상냥하고 말쑥하고 사교적이고 취미가 고상하고 노래와 농담을 즐겼다.”(나지브 마흐푸즈, ‘우리 동네 아이들’) “자신을 새롭게 하는 것, 성장시키는 것, 흘러넘치게 하는 것, 사랑하는 것, 고립된 자아의 감옥을 초월하는 것, 관심을 가지는 것, 참가하는 것, 주는 것.”(에릭 프롬, ‘소유냐 존재냐’)

“결코 승리하지 못할 거라는 그 모든 경고에도 불구하고, 그로 하여금 혼돈을 향해 계속 바늘을 찔러 넣도록 한 것이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 아무 약속도 존재하지 않는 세계에서 희망을 품는 비결, 가장 암울한 날에도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비결, 신앙 없이도 믿음을 갖는 비결 말이다.”(룰루 밀러,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무위모부(無爲謀府)요, 무위사임(無爲事任)이오. 모사의 중심이 되어서도 안 되고 무슨 일을 전담하여 책임을 지는 것도 안 되오. 천지를 내 집으로 알고 유유자적하시오. 당신을 나는 불기지기(不器之器)라고 보고 하는 말이오. 당신은 남에게 쓰일 사람이 아닌 큰 그릇이오. 그래서 내가 하는 말이오.”(이병주, ‘소설 장자’)

“다른 사람의 아름다움을 이루어주는 것(成人之美)을 인(仁)이라 합니다. 자기가 서기 위해서는 먼저 남을 세워야 한다는 순서를 가지고 있습니다. 동양사상의 중요한 특징의 하나로 거론되는 화해(和諧) 사상 역시 그렇습니다. 화는 쌀을 함께 먹는 공동체의 의미이며, 해는 모든 사람들이 자기의 의견을 말하는 민주주의의 의미라 할 수 있습니다. … 그 말은 믿을 수 있고, 그 행동은 반드시 결과가 있으며, 한번 승낙하면 반드시 성실하게 이행하고,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고 사람들의 어려움을 덜기 위해 뛰어드는 것이 묵가의 조직 규율입니다.”(신영복, ‘강의’)

정부와의 간극이 너무 크다. 어디 내놔도 부끄럽다. 사랑(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 없는 사람들이 한참 지난 시대의 일들을 하고 있다. 경제가 망가지면서 사회 전 영역이 비슷한 길을 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럼에도 사랑을, 더 좋은 사람이 되려는 노력을 멈출 수는 없는 노릇이다.

말의 독점을 멈추어야 한다. 얼굴을 마주 보며 나누는 대화에는 신비한 힘이 있다. 대화에는 말에서 멈추지 않는 우정과 의기투합이 있다. 상상력과 통찰, 실천이 솟아오르기도 한다. 3시간이 10분이 되고, 가슴은 부풀고 생의 풍성함을 느낀다. 그러나 말이 독점되면 이 모든 것들은 흔적 없이 사라진다. 이제 말은 소음이다. 분노에 이어 다른 생각들과 걱정들로 머리를 채워야 한다. 낙서나 욕을 표현하는 그림도 좋은 방법이다. 말의 독점이 끝난 후에는 오염된 귀를 위한 좋은 음악이 필수적이다.

희망보다는 용기다. 자신이 잘 될 확률보다는 안 될 확률이 월등히 높다. 잘 되는 것은 잘 되기 위한 여러 요소가 한 시공간에 모여야만 가능하다. 그중 한 개라도 빠지면 바라던 성공은 보통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가난은 보편적이다. 그 보편성에 자신은 예외라는 생각은 망상이다. 가난하지만 품위와 광활한 관점, 연민 그리고 저항을 멈추지 않을 용기가 필요하다.

초심보다는 상황 장악이다. 상황을 장악하지 못하면 도구가 되기 십상이다. 때로 호구가 되기도 한다. 대가 없는 노동의 당사자가 되는 것은 슬픈 일이다. 도구화에 대한 감수성이 있어야만 도구가 되지 않고 남을 도구로 여기지 않을 수 있다.

다사다난하지 않았던 해가 없었고, 난세가 아닌 세상도 없었다. 시간이 지나야만 알게 되는 것들이 있듯 인간의 몸으로 사는 한 어쩔 수 없는 고통도 있다. 바람에는 날카로움이 빠졌다. 곧 봄이다. 더 좋은 사람이 되는, 사랑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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