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난방비 폭탄에, 전기세 등 공공요금이 줄줄이 오르면서 골목상권이 무너지고 있다. 자영업자들은 속속 도착하는 1월분 공과금 고지서의 충격적인 요금에 공포심마저 느낀다. 일 년 사이 가스비는 40% 정도 올랐고 전기료도 1981년 이후 최고치 상승률이다. 많게는 두 배까지 오른 공과금은 마치 ‘폭탄 고지서’를 방불케 한다.
코로나19 발병 이후 살아남으려고 여기저기 끌어다 쓴 대출금 이자도 불과 몇 달 사이 눈덩이만큼 커졌다. 설상가상 식자재 가격은 연일 오르는데도 판매가엔 손댈 엄두도 못 내지만, 치솟는 물가 인상에 시민은 지갑을 쉽사리 열지 못한다. 손님 발길이 드문드문해지니 매출은 곤두박질치며 반 토막 났다. 몇 달 밀린 임대료에 건물주와 마주치기라도 하면 가슴이 조마조마하여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다. 시름은 깊어지는데 폐업조차 힘겨운 자영업자들의 신음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에서 터져 나온다.
난방비와 전기료 인상으로 PC방 등 전기 사용량이 많은 업종은 직격탄을 맞았다. PC방은 전기료가 매출의 20%를 차지할 정도라 문 여는 것조차 두렵다.
한 편의점주는 전기료 폭탄 때문에 24시 영업을 대폭 축소해 밤 11시 마감을 고민하고 있다. 이번 달 나온 전기료가 180만 원으로 지난달보다 72만 원이나 올랐다. 영업시간 축소는 본사와 협의 없이 독단으로 실행할 수도 없다. 본사 지원 한 푼 없이 브랜드 광고만 하면서 어두운 골목을 불 밝히니 간혹 자선가인가 싶을 때도 있다.
카페를 운영하는 한 대표는 지난달 12만 5000원 정도였던 가스요금이 이달엔 64만 원 정도 나왔다. 순간 너무 놀라 고지서가 잘못 배달된 줄 알고 몇 번이나 주소를 살폈다. 커피 맛도 좋아야 하지만 매장의 분위기가 중요한 게 업계의 특성이다. 촛불을 켜고 손님을 받을 수도 없으니 앞으로 장사를 어떻게 할지 한숨만 내쉰다.
수영구에서 맛집으로 소문난 간장게장 식당을 운영하는 이하정 대표도 전기료, 가스비 급등으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코로나19로 긴 홍역을 치른 뒤 겨우 자리를 잡으려고 했더니 이번엔 공과금 폭등이 문제다. “다른 지역에서 찾아주는 고객을 대할 땐 지역 맛집을 넘어 애향심마저 느낀다”며 “코로나19 이후 장사하는 매 순간이 지옥의 문을 여는 순간”이라며 하소연한다.
자영업 환경이 열악해지니 소비자의 불만이 자영업자에게 향하는 모양새다. 얼마 전 만난 한 지인은 자신이 겪은 사연을 늘어놓더니 대뜸 한 음식점을 속사포로 힐책한다. 그는 연제구에 있는 식당에서 고향 친구들과 회포를 푸는 도중 실내에 한기를 느껴 주인에게 난방을 높여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이후 취기에 추운 줄을 몰랐는데 다음 날 감기에 걸려 앓아누웠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난방비가 아까워서 냉골로 장사하면 어떡하느냐?”고 따지고 싶었단다. 아마 자영업 관련된 일을 하는 필자에게 푸념하는 듯했다. 자영업자의 고충을 시민이 온전히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지인의 말에 공감을 표하면서도 자영업자의 처지나 상황을 자초지종으로 설명하니 “자영업자들이 매우 고달프겠다”며 정부의 대책은 없느냐고 물었다.
정부는 동절기 난방비 대란 사태로 여론이 악화하자 취약계층과 사회적 배려대상자 가구에 대한 에너지 지원 대책을 부랴부랴 발표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자영업자에 대한 어떠한 지원 대책도 나오지 않고 있다. 자영업자들에게 급격한 공과금 인상은 직격탄이다. 전기나 가스 등 공공재를 많이 사용하는 슈퍼 음식점 PC방 카페 등의 업종에 더욱더 타격이 크다. 이 업종들은 골목상권을 대표하는 소상공인 업종으로 지역 경제의 실핏줄과 같다. 건강한 지역 생태계를 유지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첫걸음은 이러한 업종이 즐비한 골목상권을 살리는 길이다.
자영업자들은 지옥의 문턱까지 내몰려 고통으로 신음하고 있다. 정부와 부산시는 소상공인에 대한 공공요금 지원 등 종합적인 소상공인 지원 대책을 시행하기 위해 조속한 추경을 통한 예산 확보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