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 남단에 위치한 샌디에이고는 레이건 행정부 시절 군축협상에 따른 국방예산 삭감으로 지역의 군수산업이 쇠퇴하면서 경제위기에 직면했다. 그러나 지금은 위기를 극복하고 생명공학을 비롯한 무선통신, 소프트웨어 분야 혁신 클러스터가 지역경제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이처럼 고부가가치 첨단산업의 메카가 될 수 있었던 것은 1985년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대학에 설립된 커넥트(CONNECT)라는 산학협력 기반의 기술융합형 창업시스템이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또한 지역 내 우수한 대학들이 제공하는 교육프로그램으로 직업능력개발시스템이 갖추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창업을 통한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이 일어나고 그에 부응하는 직업능력개발을 통한 안정적 노동력 공급이 이루어지는 선순환이 지역 차원에서 구축된 것이다.
샌디에이고가 건강한 지역 노동시장의 좋은 사례가 아닐까 한다. ‘기술, 산업구조, 경쟁구조 등의 변화에 대한 경제주체들의 수용력이 높고 안정적 경제 성장에 따른 노동력 수요 즉 일자리 창출이 이루어지고 그에 대응하는 직업능력개발을 통한 양적·질적 공급 기반이 공고한 시장’이 건강한 노동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유감스럽게도 부산의 노동시장은 건강하지 못한 상황이다. 중소기업 중심의 저부가가치·저생산성·경기민감형 산업 비중이 높은 구조로 일자리 창출에 한계가 있다. 노동력 수요가 취약해 공급기반도 약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고 경제활동참가율도 타지역에 비해 낮다. 이는 노동시장의 양적·질적 미스매치로 이어지고 있다. 고령화율이 높은 부산에서 고학력 청년층이 양질의 일자리를 찾아 타지역으로 유출되고 있으니 공급기반이 더 약화될까 우려스럽다.
필자는 부산의 총체적 역량을 감안하면 부산의 노동시장이 건강해질 수 있다고 감히 주장하면서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먼저 부산이 주도하는(Busan Initiative) 고용정책이 되어야 한다. 지역 대학 연구기관 기업 노동계 시민사회단체 부산시 등 지역 주체들의 자발적 참여를 통한 파트너십이 대단히 중요하다. 부산이 직면하고 있는 경제·일자리 문제의 특수한 상황을 직시하고 적합한 정책을 수립·운영하는 것은 지역 경제주체들의 몫이 되어야 한다. 단순한 심의·자문 역할이 아닌 산업육성정책, 인력수급, 직업능력개발 등에 의결권한을 부여하는 통합 고용거버넌스 구축을 제안해본다.
둘째, 지역대학의 역할이 중요하다. 우수한 인적·물적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는 지역대학이 산업육성, 인력공급, 직업능력개발 등에서 핵심적 역할을 해야 한다. 부산은 지·산·학 협력시스템을 통한 창업, R&D 등에서 수월성을 확보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학이 중심이 되는 직업능력개발을 통한 전문인력 공급 영역까지 지·산·학 연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최근 지역 주도의 대학지원 패러다임 전환을 통해 지역과 대학, 나아가 국가 경쟁력을 높이려는 지역혁신중심대학지원체계(RISE) 구축 정책은 부산에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를 위해 부산의 특수성을 반영할 수 있도록 조례와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 그리고 중장기적 관점에서 대학이 중심이 되는 지역차원의 산업별 직업능력개발시스템과 재학생 재직자 실업자 퇴직자 평생교육을 아우르는 생애주기별 직업능력개발시스템 구축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가칭 ‘부산 대학연합 직업훈련교육센터’ 설립을 제안한다.
셋째, 일자리 공정전환 대응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탄소중립·디지털 경제로의 패러다임 전환으로 지역에서도 노동전환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므로 산업전환 및 다각화를 희망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지역 차원의 기술 인력 하드웨어 공급이 필요하다. 그리고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직무전환·전직·재취업 관련 교육훈련도 강화해야 한다. 이 역시도 지역 차원의 대학 중심 직업능력개발시스템에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급변하는 경제환경 변화에 대한 지역 경제주체들의 수용성이야말로 부산 노동시장이 건강해질 수 있는 방안의 첫걸음이라 할 수 있다. 도전에는 응전이 답이니 역량을 결집한다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본다. 더불어 2월 고용동향 지표도 개선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