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장병윤의 대안 모색] 원전에 미래를 맡길 수 없다

장병윤 한살림부산 이사장

  • 장병윤 한살림부산 이사장
  •  |   입력 : 2023-03-02 19:13:17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원전이 100% 안전하지 않다면 더 이상 짓지 말아야 한다.” 후쿠시마 원전의 격납용기를 설계했던 고토 마사시 씨의 말이다.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 뒤 얼마 되지 않아 부산을 찾은 그가 강연 중에 한 발언이다. “원전은 절대 안 돼”라는 말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인간의 영역에서 ‘100% 안전’이란 불가능하다. 아무리 빈틈없이 대비해도 환경과 시간이란 변수에 따라 예측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는 게 인간사 아닌가. 재앙이 된 후쿠시마 원전을 건설한 핵심 참여자로서 뼈아픈 자기 고백이기도 했을 터였다.

지옥으로 바뀐 사고 현장에서 그는 원전이 가진 태생적인 악마성을 처절하게 확인했으리라. 원전의 악마성은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 폭발사고에서 봤듯 가공할만한 파괴력도 그렇지만, 그 후유증이 영구하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원자로에서 핵분열을 일으키는 방사능물질 플루토늄-239는 반감기만도 4만3000년이고 수십만 년을 격리 보관해야 한다. 인류의 역사가 불과 1만 년이라는 점에 비춰보면 인간의 기준으로는 무한의 시간이다.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는 10년이 훌쩍 지났지만 수습되지 않고 있다. 천문학적인 복구 비용을 들였는데도 여전히 진행형이다. 폭발한 원자로를 식힌 오염수를 더는 가둘 곳이 없어 바다로 방류한다고 한다. 다핵종제거 시설을 가동했다지만 삼중수소와 일부 핵종이 잔류한 오염수다. 오염수가 바다에 풀리면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줄지, 해양생태계와 연결된 인간에게 어떤 위해를 가할지 모르는 상태에서 바다로 쏟아붓는 것이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가 난 게 1986년이니 40년이 다 되어간다. 긴 시간이 흘렀지만 광범위한 지역이 불모의 땅이 되었다. 문제는 폭발한 원자로를 묻은 거대한 콘크리트 석관 속에서 죽음의 사신이 꿈틀댄다는 데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물이 스며들어, 언제 방사능이 새어 나와 인간의 마을을 덮칠지 모른다.

인간의 삶터를 짓이긴 원전 사고는 오랜 세월이 흘러도 회복할 수 없는 비극적 참사로 이어간다. 자칫 핵 재앙을 미래세대가 고스란히 감당해야 할 판이다. 치명적 사고 없이 수명을 다한 원자로가 폐로에 이르더라도, 남은 핵폐기물 역시 지금의 과학으로는 완벽하게 처리할 수 없다. 인류가 원전을 가동한 지 70년이 됐으나 사용후핵연료 등 고준위 핵폐기물 처리는 속수무책인 상태다. 핀란드가 세계에서 유일하게 건설 중인 심층저장 처리시설을 모델 삼아 각국이 핵폐기물 처리시설 확보에 나섰다. 하지만 10만 년 이상 견딜 수 있는 최적의 장소를 찾는 일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국내도 고준위 핵폐기물 처리 문제로 몸살을 앓는다. 지난 40여 년 동안 핵폐기처리장 없이 임시저장으로 버텨 왔다. 사용후핵연료다발 등 고준위 핵폐기물은 해마다 700t 이상 원전 내 수조에 보관하고 있으나 한계에 이르렀다. 고리원전과 한빛원전은 2031년, 한울원전은 2032년에 포화 상태가 된다. 한수원은 지난달 이사회를 열고 고리 사용후핵연료 건식 저장시설 건설 기본계획안을 의결했다. 출구는 꽉 막혔는데 입구로 꾸역꾸역 퍼넣는 것과 진배없다. 뾰족한 대책조차 없이 원전을 확대하는 데에만 목을 매는 정책에서 광기마저 느껴진다.

지난달 21일 부산 시청광장에서 140개 시민단체가 모여 고리2호기 수명연장·핵폐기장 반대 범시민운동본부를 출범시켰다. 진보와 보수를 아우른 시민단체와 풀뿌리 자치단체, 생활단체까지 이념과 정치적 지향을 넘어서 손을 맞잡았다. 낡은 원전의 연장을 막고 고준위 핵폐기물 저장시설의 일방적 추진에 맞서 한목소리를 냈다. 불안한 원전을 머리맡에 이고 사는 부산 울산 경남 800만 시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이다.

한수원은 고리2호기 수명연장과 관련해 설계수명이 과학적 기술적 문제가 아니리고 강변하면서, 노후 원전의 열화 요인 때문에 설계수명을 만든 취지는 아예 외면한다. 고리2호기는 지난 40년간 숱한 고장과 가동정지 등 사고가 잇따랐다. 일부는 심각한 사고로 시민을 불안케 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낡은 원전을 경제성 운운하면서 수명을 연장한 것은 시민의 안전은 안중에도 없는 오만한 독단일 뿐이다. 한수원의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추진은 고리3, 4호기의 수명연장을 염두에 둔 것으로서 영구폐기장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사고 있다.

더욱이 주민의 생존권적 안전과 직결되는 중대한 문제를 한수원과 정부는 충분한 숙의도 없이, 주민의 의견수렴 과정도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상시적 위험에 시달려야 할 시민으로서는 스스로 안전을 지키기 위해 자기방어에 나설 수밖에 없다. 범시민운동본부는 대시민 홍보를 통해 시민 30만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시민의 관심과 참여가 절실하다.

사정이 이러한 데도 지자체나 지역의 정치권은 무관심하기 그지없다. 탈핵을 적폐로 삼아 친원전으로 선회한 윤석열 정부의 눈치를 보는지 부산시와 시의회, 지역의 국회의원들은 입을 다물고 있다. 일방적이고도 무모한 원전 확장 정책의 강행에 맞선 시민의 절박한 목소리에 부산시나 부산의 정치권이 답을 할 차례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가수 김호중팬클럽 ‘그레이스방’ 회원들, 부산시장애인체육회에 성금 전달
  2. 2'부캉이' 북항 놀러 왔다가 덜컥 정착?…부산 명예홍보대사 도전
  3. 3대구도 ‘돔 유치’ 참전…부산 부지·재원 서둘러야 국비 선점
  4. 4다대소각장 개발 다시 원점…부산시, 부지매각 해지 결정
  5. 5수해 상처 여전한 거제, 전국서 ‘한가위 온정’
  6. 6장기체류 ‘부캉이’ 연휴 뒤 외해로 유도할 듯(종합)
  7. 7HJ重 올해 8척 ‘릴레이 수주’…대형선 경쟁력 입증
  8. 8가덕신공항 부지공사 기본설계 정부심의 통과
  9. 9곳간 적자 사하구, 감천마을축제 예산은 더 늘려
  10. 10청와대 ‘검찰개혁 국민 속였다’ 유시민에 법적 대응 검토
  1. 1청와대 ‘검찰개혁 국민 속였다’ 유시민에 법적 대응 검토
  2. 2우크라이나에 생포된 북한군 포로 2명, 이미 한국 입국해
  3. 3[정가 인&아웃] 울산 남갑서 당권파 - 친한계 격돌하나
  4. 4“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5. 5[속보] 정부, 젤렌스키 ‘북한군 포로 한국행’ 발언 사실상 확인
  6. 6李 유엔연설 “한반도 종전 위해 당사자 대화하자”
  7. 7민주 “조희대의 내란” 국힘 “더 가면 李탄핵”
  8. 8국힘 유용원 “北포로 송환, 정부 노고 감사…젤렌스키 통해 알려진 건 아쉬워”
  9. 910대 부산시의회 의정모임 해양·이동 문제 집중
  10. 10[속보] 北외무상 “핵보유 의지는 백년·천년이 지나도 절대불변”
  1. 1다대소각장 개발 다시 원점…부산시, 부지매각 해지 결정
  2. 2HJ重 올해 8척 ‘릴레이 수주’…대형선 경쟁력 입증
  3. 3가덕신공항 부지공사 기본설계 정부심의 통과
  4. 4북항 핫플만든 인싸 상어 '부캉이', "인기 덕 좀 봅시다" 마케팅 열풍
  5. 5[한 손 뉴스] 국산 전투기로 영공 수호…KF-21 공군 1호기 배치
  6. 6바리스타 심사위원이 만든 스페셜티
  7. 7홍지선호 국토부 출범 “公기관 2차이전 속도”(종합)
  8. 8빚에 허덕이는 20·30세대…올해 '개인회생 신청' 3만명 육박
  9. 97000피 사수했지만 ‘전강후약’…연휴휴장 속 美中정상회담 촉각(종합)
  10. 10132개사 키운 부산銀…스타트업 IR로 기업과 연결
  1. 1'부캉이' 북항 놀러 왔다가 덜컥 정착?…부산 명예홍보대사 도전
  2. 2대구도 ‘돔 유치’ 참전…부산 부지·재원 서둘러야 국비 선점
  3. 3수해 상처 여전한 거제, 전국서 ‘한가위 온정’
  4. 4장기체류 ‘부캉이’ 연휴 뒤 외해로 유도할 듯(종합)
  5. 5곳간 적자 사하구, 감천마을축제 예산은 더 늘려
  6. 6북항 핫플만든 인싸 상어 '부캉이', "인기 덕 좀 봅시다" 마케팅 열풍
  7. 7밀양 분만 의료공백 현실화…산모들 부산·창원 원정
  8. 8가게 이름 ‘시진핑’이라서?…한밤중 괴한에 ‘페인트 테러’ 당한 중식당
  9. 9북구, 오태원 전 구청장 수사의뢰…‘쑥뜸방’ 과태료·변상금 부과 절차
  10. 10남구의 파격…‘음식점 소공연장’ 대관료 지원 검토
  1. 13경기 1실점 철벽 마운드 韓, 조1위 슈퍼라운드행
  2. 2父 여홍철과 어깨 나란히…여서정, 8년 만에 도마 금메달
  3. 3여서정·안세영·우상혁…‘금빛낭보’ 기대
  4. 42전 전승 한국축구, 조 선두로 8강 진출
  5. 5송세라, 항저우 한 풀었다…AG 첫 ‘금빛찌르기’
  6. 6[속보]한국 카누, 아시안게임 남자 카약 4인승 500m 금메달
  7. 7부상 악재 이정후, 사실상 시즌 아웃
  8. 8육상 8년 만의 금빛 질주 기대…육상 29일까지 ‘골든데이’
  9. 9셔틀콕 女단체 4강행…배드민턴 女단체전 2연패 시동
  10. 10프로농구 시범경기 24일 점프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자동화의 세상에서 지능화의 세계로
인간만의 영역 ‘관광과 과학’의 결합
국제칼럼 [전체보기]
추석 밥상에 오를 이재명 정부의 성적표
그때 부끄러움을 알았더라면
기고 [전체보기]
존엄 보장하는 부산형 청년보장제 되기를
복합재난에 강한 도시의 조건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영산회상, 불교음악에서 풍류음악으로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히말라야의 경고
도청도설 [전체보기]
작자 미상
범숙학교의 기적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직업병에 대한 자세, 무지와 고의 사이
아이의 근시, 안경만 쓰면 끝?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지독한 집념이 세운 로컬 자산, 대한도기
사설 [전체보기]
부산대·부산교대 통합, 구체적 로드맵부터 마련하라
동남권 건강지표 ‘빨간불’…촘촘한 의료 안전망 구축해야
세상읽기 [전체보기]
‘지방시대위’ 부산 이전, 다시 뛰는 대한민국
니트 세대와 한국 노동시장의 불편한 현실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아트부산, 숫자 이후의 질문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행위별수가제와 인두제, 오해와 진실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6·3 부산시장 선거, 부동산 정책의 길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공정함이 만드는 브랜드 가치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의료 전문성이 병원 밖 나가는 길 열어야
청년·노인 예산은 경쟁 관계가 아니다
  • 2026 국제환경에너지산업전
  • 국제골프아카데미
  • 부산국제마라톤
  • 어린이청소년경제아카데미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