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는 농구의 시대였다. 3대 흥행 요소는 1990년대 학번인 이상민 우지원 문경은 서장훈을 앞세운 연세대 농구부와 장동건 손지창 심은하가 주연한 드라마 ‘마지막 승부’, 일본 만화 ‘슬램덩크’였다.
연세대 농구부 인기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 인기를 짐작게 하는 에피소드가 있다. 한 대회에서 경기 전 선수들이 코트에서 몸을 풀고 있을 때 연세대 트레이닝 복을 입은 선수 한 명(누군지는 밝혀지지 않았다)이 코트에 잠시 나타났다 사라지자 관중석에서 어마어마한 탄성이 일어났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연세대 농구부는 1990년대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인기만 많은 것이 아니었다. 한국 농구의 전성시대를 이끈 주역이었다.
1994년 1월 3일부터 2월 22일까지 16부작으로 방송된 ‘마지막 승부’는 최고 시청률 48.6%를 기록하며 농구 신드롬을 일으켰다. 주인공으로 출연한 장동건과 ‘다슬이’ 심은하는 당대 최고 청춘스타로 떠올랐다. 특히 마지막 회에 장동건이 투핸드 덩크슛을 성공시킨 장면을 두고 수많은 남성팬 사이에서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슬램덩크’는 일본 만화가 이노우에 다케히코의 농구 만화로 1992년 국내에 소개됐다. 수준 높은 농구 이야기와 개성 강한 인물, 웃음과 감동을 주는 스토리로 많은 독자를 열광시켰다. 전 세계에서 1억2000만 부 넘게 팔렸다. 주인공인 ‘빨간 머리’ 강백호와 서태웅 채치수 정대만 송태섭이 소속된 북산고 농구부 외에 윤대협 이정환 신현철 정우성 등 다른 학교 선수들도 팬클럽이 결성될 만큼 인기를 누렸다. 농구 팬의 가슴을 뛰게 하는 대사도 적지 않았다. “왼손은 거들뿐”은 아직도 회자 된다.
‘슬램덩크’가 돌아왔다. 지난 1월 4일 개봉한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지난 5일 누적 관람객 381만8000여 명을 기록하며 역대 국내 개봉 일본 애니메이션 가운데 흥행 1위에 올라섰다. 영화는 원작자인 이노우에 다케히코가 직접 각본을 쓰고 연출과 제작까지 맡아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개봉 초기에는 만화 ‘슬램덩크’ 팬이었던 30~50대가 주요 관객이었다. 그 뒤 입소문이 나면서 극장을 찾는 관객이 늘어나 박스오피스 역주행을 시작했다. 관객층도 30~50대·남성 중심에서 20대·여성으로 확장하며 장기 흥행 무대를 마련했다.
‘슬램덩크’가 부활했으니 국내 농구도 다시 살아날까. 농구 코트에 함성이 가득 차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
김희국 편집국 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