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은 한일 간에 여객과 화물이 이동하는 공공시설이다. 출국장 면세점 약국 식당 커피숍 등 입주업체는 고객이 있든 없든 여객선이 출발·도착하는 시간대에 맞춰 365일 영업을 해야 한다. 건물 명칭이 국제여객터미널이지 실상은 한일 간을 운항하는 선박이 전부인 한일여객터미널이다.
2015년 8월 개장 이후 입점한 18개 상업시설 소상공인들은 안타깝게도 지금 거의 모두 큰 손실을 보고 있다.
부산면세점도 기존 면세점이 영업 부진으로 손실을 안고 폐점한 후 2017년 8월에 재입점했다. 부산면세점은 부산시와 부산상공회의소가 주축이 돼 지역 관광산업 활성화와 중소기업제품 세계화, 일자리 창출이라는 3가지 목표를 가지고 설립한 향토기업이다. 한일 갈등이 표출된 2019년 7월 전까지 100여 명의 직원을 채용해 순조롭게 영업했다.
하지만 일본의 경제제재로 인한 ‘No Japan’으로 양국 간 교류가 거의 올스톱 되고, 2020년 3월부터 코로나19라는 인류 재난으로 국제여객터미널도 셧다운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겪었다. 코로나 초기에는 사스나 메르스처럼 길어야 6개월이라는 학습효과도 있던 상황이라 순환휴직으로 고용유지를 했지만 셧다운이 장기화되면서 구조조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는 국제여객터미널 입주업체 18곳의 공통된 이야기다.
코로나19 기간 면세점도 이사회에서 폐업을 심각하게 논의했다. 그 많던 상품은 국경이 막혀 고객을 만나지 못하고 장기 체화재고로 헐값에 처분됐다. 특히 담배 화장품 식품 건강식품 등은 유통기간 임박으로, 패션잡화는 디자인 변경과 유행 변화로 제값을 받을 수 없어 백화점의 땡처리 같은 신세가 됐다. 그리고 영업을 하지 못하더라도 보세화물 관리비 등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큰 규모의 적자를 안겨줬다.
다행스럽게 범국가적인 지원책으로 부산항의 시설사용료를 셧다운 기간 전액 감면하는 정책이 시행됐다. 덕분에 입주업체들은 경영환경 위기에서도 어렵게 오늘까지 버텼다. 하지만, 지난 3년의 혹독한 코로나 기간 국제여객터미널에 입주한 18개의 업체 중 11개 업체가 사실상 폐업하고 현재 7개 업체만 생존해 있다.
그동안 굳게 닫혀있던 바닷길이 지난해 11월 4일 일본 JR의 퀸비틀호가 부산~후쿠오카 항로에 주말 시범운항을 하면서 재개되고, 12월 중순 오사카항로가 재개된다는 소식을 접하는 순간, 가장 먼저 어쩔 수 없이 떠난 보낸 직원들을 다시 불러들일 수 있겠다는 설렘이 일었다. 그동안 면세점 운영인으로서 수많은 직원을 구조조정해 가족들의 생계를 힘들게 했고, 누적되는 적자로 주주들에게도 죄인이 된 심정으로 뭔가 돌파구가 열리기를 기대해 왔기에 더욱 그랬다.
그것도 잠시였다. 부산항만공사(BPA)는 지난해 11월부터 시범 운항이 시작되었으니 그때부터 임대료를 내라는 고지서를 보냈다. 해양수산부 고시가 올해 1월부터 개정되었다고 소급해서 청구했다. 이용객이 2019년 대비 10분의 1 수준인데도 선심 쓰듯이 80% 감면해 줄 테니 20%만 내라는 것이었다.
한일여객선 운항이 일부 재개되었지만 실제 이용객 수와 매출액은 예전의 10분의 1 수준을 밑돌아 정상화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영업한다고 이익이 나는 것이 아니라 비용이 더 발생한다. BPA가 입주 업체들의 실태를 파악하고 의견이라도 한번 청취했는지 묻고 싶다. 해수부는 “개정한 규정에 따라 부과했으니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럼 잘못 개정된 규정은 누구의 잘못인가? 정작 도움이 필요한 곳에 도움을 주어야 하지 않은가? 그것이 정부와 공공기관이 해야 할 일이며 정책이어야 되지 않겠는가?
해수부의 이번 처사에서 항만 현장 중심의 성실함은 볼 수 없었다. 지난 3년간 한일 갈등과 코로나19라는 환란을 만나 겨우 연명해온 중소상공인에게 지원책이라는 약 대신 신속하게 임대료를 내라고 처방하다니. 지금이라도 현장을 살펴 소상공인을 살려놓고 일자리도 회복해 당연히 임대료도 기쁘게 낼 수 있도록 항만 행정을 펴주길 간곡히 호소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