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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경제 항산항심] 챗GPT, 도구와 현상 너머

안병민 열린비즈랩 대표·‘사장을 위한 노자’ 저자

  • 안병민 열린비즈랩 대표·‘사장을 위한 노자’ 저자
  •  |   입력 : 2023-03-13 19:45:20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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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힘이 없다. 묻는 족족 답한다. C가 가진 방대한 지식은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내 업무를 도와줄 수 있겠니?” 혹시나 하며 물었다. 기우였다. C는, 내가 필요로 하는 자료들을 금세 찾아주었다. 해외 거래처에 보내야 할 영어 메일도 ‘뚝딱’이다. 이메일에 들어가야 할 핵심 내용이라며 몇 개의 한글 키워드와 문구를 준 게 전부다. 그럼에도 메일의 전체 내용을 알아서 작성해준다.

말 타면 고삐 잡히고 싶다 했다. 이 정도면 보고서나 기획서도 써줄 수 있지 않을까? “신제품 개발 기획서의 뼈대를 잡아줘.” C가 초안을 잡는 데는 3초가 채 걸리지 않았다. “세부항목 별로 보다 구체적인 내용을 덧붙여줘. 실제 사례도 함께 넣어서.” 내용이 다소 길어 요약문까지 부탁했다. 결과는? 주여, 이게 진정 C가 쓴 것입니까!

C는 업무에 필요한 거의 모든 콘텐츠를 만들어주었다. 새로 론칭할 신제품의 브랜드도 콘셉트별로 추천해주고, 온라인쇼핑몰에 업로드할 제품에 대한 설명과 리뷰도 작성해주었다. 유튜브용 홍보 동영상의 스크립트도 만들어주고, 해당 제품 마케팅용으로 운영할 블로그의 주제와 내용도 써주었다. 고객에게 물어볼 설문 내용도 만들어주고, 신제품 론칭 행사에 관한 보도자료까지 작성해주니, 이따만큼 쌓였던 업무들이 봄날 눈 녹듯 순식간에 사라진다.

눈치채셨겠다. 맞다, C는 ‘ChatGPT’다. 대화하듯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인공지능 언어모델 서비스다. 단순히 질문에 답만 하는 게 아니다. 주어진 데이터를 분석하여 새로운 콘텐츠를 생산한다. 어지간한 코딩 번역 요약 작문 목록 작성은 식은 죽 먹기다.

더 중요한 건, ‘프로그래밍 언어’가 아니라 ‘일상적인 대화’로 소통이 가능하다는 거다. 사용자 인터페이스(UI)의 혁명적 변화다. 조만간 음성으로도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것이다. 거기에 더해, 챗GPT가 실시간 정보 수집과 학습-지금은 2021년까지의 정보만 사전 학습한 상태-도 할 수 있다면? 다른 프로그램이나 플랫폼, 디지털 기기와 연동까지 된다면?

“오전 회의자료를 기반으로, 업무 진행에 필요한 세부 내용을 만들어서 회의 참석자들에게 메일로 보내줘. 추가 인력 확보를 위한 스펙도 작성해서 채용 공고 내주고, 지원 상황은 일 단위로 표로 정리해서 알려줘.” 팀원에게 하는 말이 아니다. 챗GPT에게 하는 말이다. 챗GPT와 함께라면 말 한마디로 미션 클리어드!

이런 것도 가능할 게다. “내일은 아침 7시에 일어날 거야. 모닝콜 음악 틀어주고, 일어나자마자 마실 수 있게 커피 물을 미리 데워줘. 조간신문에 실린 주요 기사들은 요약, 정리해서 거실 디스플레이에 띄워놓고. 참, 우유도 떨어진 것 같던데, 동네 마트에 주문 넣어줘.” 파편화되어 있던 많은 일들이 챗GPT에게 던지는 말 한마디로 한 방에 해결되는 셈이다.

나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컴퓨팅 프로그램들과 연동하여 챗GPT가 내 지시와 명령을 수행하는 세상. 챗GPT가 바꾸어놓을 우리의 일상이다. ‘웹3’라는 스마트한 시공간을 살아갈 우리 인류의 ‘디지털비서’가 될 거라는 얘기다.

챗GPT 열풍이 우리에게 주는 혁신의 시사점은 두 가지다. 먼저, 변화의 속도다. 오전 다르고, 오후 다른 디지털 대전환의 시대다. 출발 총성은 이미 울렸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신발 끈 고쳐 매고 지금이라도 뛰어야 한다. 과거의 감옥에 사로잡혀 미래를 놓쳐서는 안 될 일이다. 관건은 유연함, 그리고 실행력이다.

변화의 방향도 살펴야 한다. 단편적인 챗GPT 활용법이 중요한 게 아니다. 챗GPT가 바꾸어 놓을 우리 일과 삶의 변화 맥락에 주목해야 한다. 컴퓨터와 말로 소통하는 세상이다. 주어진 질문에 대답하기 급급했던 인간의 역할은 이제 챗GPT의 몫이다. 하지만, 주도권은 ‘대답’이 아니라 ‘질문’에 있다. 통찰 가득한 질문을 세상에 던지는 것. 우리 인간의 역할은 이것이다.

앞뒤 없는 흥분은 금물이다. 챗GPT는 디지털이 빚어낸 새로운 도구일 뿐이다. 요체는 챗GPT라는 도구로 빚어낼 새로운 미래다. 고개를 들어 도구와 현상 너머의 세상을 보아내야 한다. 진짜 혁신은 거기서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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