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남구 감만동 감만사거리에서 출발해 사상구 감전동 사상IC에서 끝나는 동서고가로는 남해고속도로 제2지선 서부산낙동교를 빠져나온 차량들을 해운대, 서면, 부산항 등지로 이어주는 서부산 길목이다. 1992년 개통(전 구간 준공은 1995년) 이후 부산 동서를 잇는 역할을 했다. 전체 길이 10.856㎞에 달하는 동서고가로는 2009년 준공된 인천대교(11.856㎞)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긴 교량도로다. 건설 당시 ‘제2도시고속도로’라는 명칭이 사용됐다. 1980년 개통된 번영로(부산 최초 도시고속도로)를 이을 시내 고속도로 역할을 기대했던 게다. 이는 문서상에만 존재하는 명칭에 불과하다. 동서고가로의 도시고속도로 기능을 거론한다면 현실과 동떨어진다.
동서고가로는 ‘고속화도로’로 출발했다. 하지만 ‘고속화’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온종일 꽉 막혀 악명이 높다. 출근 시간에는 부산에서 나가는 방향이, 퇴근 시간대엔 부산으로 들어오는 방향이 막힌다. 서면 쪽은 물론 해운대, 광안리에서도 광안대교와 황령터널을 통과해 동서고가로로 합류하는 차량들이 한꺼번에 몰리는 구조다. 정말 긴 ‘지옥다리’라는 말도 나올 법하다.
1970년대 사상공단 입주 기업과 부산항 물동량 급증 등으로 서면~사상을 잇는 왕복 4차로 가야로는 상습 차량 정체 구간이었다. 그때는 지금의 구덕터널이 뚫리지 않아 부산항과 시내로 나가기 위해서는 가야로 경유가 필수였다. 주요 간선도로는 그야말로 몸살을 앓았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서부산낙동교~문현램프 도로 건설이 1988년 4월 시작됐다. 이후 1992년 12월 학장램프부터 문현램프까지의 동서고가로 1단계 구간이 우선 가동됐다. 도심 관통 고가도로라는 점을 고려해 교각은 투박하지 않게 날렵한 I형으로 건설했고, 방호벽에는 문양을 새기고 방음벽은 컬러로 장식하는 등 도시 미관에도 심혈을 기울였다고 한다.
이 고가다리도 긴 역사를 마무리할 운명이다. 일단 사상~해운대를 연결하는 대심도 구간과 겹치는 동서고가로 사상~진양램프 구간(7㎞) 철거가 결정됐다. 30여 년 만에 도심 공간 구조에 큰 틀의 변화가 생기는 셈이다. 해당 공간을 녹지화해 공원으로 꾸미자는 방안과 자전거도로 조성, 철거 뒤 경관 재단장 등 다양한 제안이 쏟아지고 있다. 각각의 의견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겠다. 일부 목소리에만 치우친 의사 결정은 금물이다. 부산시는 시민 다수가 인정할 긍정적인 활용 방안을 놓고 고심을 거듭해야 할 것이다.
강춘진 수석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