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한라산과 더불어 삼신산의 하나이자 민족의 영산으로 받드는 지리산은 우리나라 으뜸의 자연·역사적 가치로 제1호 국립공원의 영예를 얻었다. 지리적으로 경남 산청군과 함양군 하동군, 전남 구례군, 전북 남원시의 3개 도, 5개 시·군에 걸친 지리산국립공원은 17개 산악형 국립공원 가운데 면적이 가장 넓은 곳이기도 하다.
지리산은 우리나라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서울 도심에 접한 북한산이나 강원 설악산과 더불어 많은 탐방객이 찾는 곳이다. 국립공원공단이 지난해 5월 발표한 ‘2022년 국립공원 기본통계’를 보면 2021년 전체 국립공원 탐방객 3590만여 명 가운데 지리산은 286만여 명이 찾아 산악형 국립공원 가운데 북한산 다음으로 많은 탐방객 수를 기록했다.
탐방객이 많은 만큼 이를 경제적 효과로 연결하려는 지방자치단체의 시도가 오래전부터 있었다. 이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케이블카로, 1990년 구례군이 처음 추진한 이래 30여 년간 지자체를 바꿔가며 추진과 좌절을 되풀이해왔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해 구례군의 신청서가 환경부에서 반려됐다. 하지만 1년도 지나지 않아 지리산 케이블카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1980년대부터 강원 양양군이 추진한 설악산국립공원 오색케이블카 설치사업이 지난달 환경부의 허가를 받으면서부터다. 지리산 케이블카를 추진하던 지자체들도 ‘이번에는 되지 않을까’ 하는 꿈을 꾼다. 이미 이달 초 구례군이 케이블카 사업 재추진 의사를 밝혔다. 앞서 2012년과 2016년, 2017년 세 차례 케이블카 사업을 추진했던 경남 산청군과 함양군은 바뀐 상황을 예의주시한다.
국립공원이자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백두대간보호지역 등으로 보호받는 설악산 사업이 허가를 받은 만큼 지리산 사업도 얼마든지 환경부의 벽을 넘을 수는 있으리라는 기대가 있지만 성급한 케이블카 추진에 우려와 반대의 목소리도 당연히 나온다. 이는 비단 환경단체의 목소리로 그치지 않는다. 이런 대규모 개발 사업에서는 ‘외부’뿐만 아니라 ‘내부’인 지역 주민과 시민사회단체에서도 서로 다른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멀리 볼 것도 없이 2020년 12월 하동군의 ‘하동 알프스 프로젝트’가 무산된 과정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형제봉을 비롯한 지리산 일대에 리조트형 호텔과 산악열차 케이블카 모노레일 등을 조성하려던 이 사업은 정부 시범 사례에 선정되며 본궤도에 오르는 듯했지만 환경단체의 강한 반발에 부닥치고 지역 주민 사이에서도 찬반양론이 극명하게 엇갈려 반목하면서 답보 상태에 빠졌다. 이에 정부가 경남도 하동군 환경단체 전문가 주민 등이 참여하는 상생조정기구를 구성해 27차례에 걸쳐 회의를 열었으나 끝내 조정에 실패했다. 그 결과 경제적 타당성이나 환경 영향에 앞서 상생조정기구가 ‘하동군이 원점에서부터 주민 의견을 수렴해 갈등을 해결하고 사업 계획을 재확정하라’는 권고를 내리면서 이 사업은 사실상 무산됐다.
이처럼 개발 사업을 추진하며 찬성과 반대의 이견을 조율하며 갈등을 해소하지 못해 좌초하거나 장기간 표류하는 일은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지리산 케이블카를 보면 지자체 간의 조율도 지나칠 수 없다. 경남 산청군과 함양군, 전북 남원시, 전남 구례군이 제각각 추진하면서 지자체 간 합의가 환경 훼손 여부만큼 중요한 요인이 됐다. 지난해 구례군의 변경안을 환경부가 반려할 때 내세운 세 가지 이유 가운데 하나도 지리산권 다른 4개 시·군과 합의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만약 한 곳에서 적극적으로 케이블카 사업을 추진한다면 다른 지자체가 박수만 쳐 줄 리는 만무하다. 이렇게 되면 지리산을 매개로 20여 년간 손을 맞잡은 끝에 지리산권관광개발조합을 만들며 통합마케팅으로 상생의 길을 연 영호남 지자체들의 우호 관계에도 금이 갈 수 있다. 이해관계가 얽힌 산청과 함양 구례 남원의 4개 지자체가 모두 만족하는 결론을 도출하는 건 분명 불가능하지는 않더라도 상당히 험난한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
케이블카로 경제적 효과를 노려 일방적으로 추진하다가 다시 1년, 2년을 더 밀고 당기고, 심하면 지금까지 30년 넘게 끌어온 것처럼 다시 30년을 지자체와 환경단체의 갈등, 또는 지역 주민과 주민 간의 찬반 갈등으로 인한 크나큰 사회적 비용을 치러야 할 수도 있다. 금방 결정된다면 그건 그대로 갈등의 씨앗을 품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경제적 효과는 쉽게 계산할 수 있지만 지역 간의 갈등, 지역 내 주민 간의 반목과 갈등으로 치러야 할 사회적 비용은 숫자로는 잘 드러나지 않더라도 생각보다 크고 후유증도 오래갈 수 있다. 후손에게 전해줄 소중한 유산인 지리산을 잘 보존하는 게 우선이지만 혹여나 개발의 길로 들어서더라도 충분한 대화로 사회적 합의의 과정을 거쳐 비용을 최소화하는 길을 찾기 바란다.
이진규 편집국 부국장 겸 경남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