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울산 등 원자력발전소가 있는 지역에서 사용후핵연료에 부과하는 폐연료세 과세 요구가 다시 거세지고 있다. 원전은 가동이 끝나더라도 사용후핵연료를 일정 기간 시설 내에 보관해야 하고 그 위험성이나 환경 유해성이 발전 당시보다 결코 낮지 않음에도 이에 대한 인센티브가 없는 것은 모순이라는 것이다. 10년 전부터 필요성을 제기해온 원전 5개 도시가 용역까지 발주해 객관적인 타당성을 확보했는데도 정부는 지금까지 미적거리고 있다. 최근 정부가 사용후핵연료 최종 처분장을 마련하지 못해 원전 지역에 임시저장시설을 만들기 위한 특별법을 강력 추진하자 이런 논의는 더 활발해지고 있다. 핵폐기물은 사실상 원전 지역에 떠맡기면서 위험물에 대한 지원은 인색한 데 대한 반발이다.
부산 기장, 울산 울주, 경북 울진과 경주, 전남 영광 등에서 운전 중인 원전은 앞으로 차례로 수명이 다해 언젠가는 가동을 멈춘다. 사용 기간을 다소 연장한다 해도 한계가 있다. 원전이 발전을 중단한다고 위험요인까지 없어지는 건 아니다. 원전의 진짜 문제는 어쩌면 영구정지 이후일 것이다. 사용후핵연료를 비롯한 폐기물 처리 말이다. 영구처분장을 결정하지 못해 수십년 돌고 도는 원전정책 현실이 그걸 증명한다. 그렇다면 이 애물단지를 계속 안고 살아야 하는 지역 주민의 입장은 어떻겠는가. 원전이 멈췄다는 이유로 지원금은 대폭 줄이면서 잔존하는 사용후핵연료에 대한 반대급부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 발상이다.
폐연료세 도입에 산업통상자원부가 반대한다고 한다. 사용후핵연료에까지 세금을 부과하면 발전 단가가 높아져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진다는 논리다. 일견 맞는 말이다. 그러나 현재 상대적으로 저렴한 전기요금이 일부 원전 주민 희생의 대가라는 사실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못하는 게 문제다. 수도권 외 지역에서 원전을 돌리는 건 당연하고, 원전 주민 지원을 위해 사용한 예산 때문에 전기요금이 오르는 건 안 된다는 이기적인 생각이다. 친원전주의자들은 발전단가가 싸다는 점을 원전의 가장 큰 장점으로 내세운다. 원전에서 필연적으로 배출되는 방사성 폐기물을 처리하는데 얼마나 막대한 사회 경제적 비용이 드는지를 도외시한 결과다.
정부는 사용후핵연료 처리의 막다른 골목에 몰려 원전 지역에 임시저장시설 설치를 기정사실화 하고 속도전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그러면서도 전력 생산의 대부분을 감당하는 발전 지역에 전기요금을 깎아줘야 한다는 요구에는 묵묵부답이다. 정지된 원전에 대한 폐연료세는 국내외에 비슷한 사례가 있다. 경주에 반입되는 폐기물은 핵연료봉 같은 고준위가 아니라 옷이나 장갑 등 중저준위인데도 수수료를 매기고 있고, 일본 등 해외 경우를 봐도 충분히 타당성이 있는 제도다. 정부는 위험하고 혐오스러운 것을 떠넘기기 전에 그 지역 주민을 설득할 방법이 무엇인가부터 고민하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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