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한일 정상회담을 두고 논란이 격화하고 있다. 지난 16일 만난 두 정상은 양국이 자유와 인권, 법치 등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라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안보와 경제, 문화 등 다방면에서 협력 관계를 추구하기로 했다. 아울러 정상 간 셔틀외교도 복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외교 참사라는 비판도 만만찮다. 일본 정부에게 기대한 과거사 반성은 차디찬 외면으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이번 정상회담으로 한일 정상은 협력의 새 시대를 다짐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마련한 관계 복원 돌파구에 일본 정부가 화답하지 않았다. 우리 정부는 최대 현안인 일제 강제동원 피해 배상 문제를 ‘피해자 지원 재단을 통한 3자 변제’로 풀려고 했다. 피해 당사자의 반발과 야당의 굴욕외교 비난이 거셌으나 정부는 일본 측의 성의 있는 후속 조치를 기대했다. ‘구상권’조차 포기한 윤 대통령의 바람과 달리 기시다 총리는 과거사에 대한 반성과 사죄 없이 “역대 내각의 역사 인식을 계승한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고, 일본 측 피고 기업 배상도 ‘한일 미래기금 참여’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일본의 이런 태도는 대단히 유감스럽다.
제3자 변제안에 대한 국내 반발은 증폭되고 있다.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중 일부는 이를 거부하고 피고 기업인 미쓰비시중공업의 한국 내 자산을 추심하겠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결과에 따라 큰 파장이 이어질 수 있다. 외교 논란으로 윤 대통령 국정 지지율(한국갤럽·14~16일)도 소폭 하락한 33%에 그쳤다. 한일 정상회담 이후 이어지는 일본 언론 보도 내용도 심상찮다. 교도통신 NHK 등 일본 언론에선 기시다 총리가 윤 대통령에게 한일 위안부 합의의 착실한 이행을 요구하고 독도에 대한 입장도 전달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대통령실은 “이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없었다”고 부인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도 그제 KBS 뉴스에 나와 이를 반박했다. 일본 언론 행태나 이를 의도적으로 방치한 일본 정부 태도는 양국 관계 개선에 진정성이 있는지 의구심을 자아낸다.
이번 회담에서 안보와 경제 분야 성과는 눈에 띈다. 반도체 수출 규제 해결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완전 정상화가 그 예다. 북한의 핵 위협, 미중 대립 등 동북아를 둘러싼 긴장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서는 한·미·일간 협력이 필요하다. 다음 달 윤 대통령의 방미와 5월 일본 히로시마 G7 정상회의에서의 한·미·일 정상 연쇄회담은 또 다른 외교 시험대라 할 수 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라도 한일 정상회담에서 불거진 논란을 해소하려는 양국 정부의 관계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 윤 대통령 입장에서는 국민 정서와 괴리를 좁혀야 한다. 기시다 총리는 일본 언론이 지적한 바 대로 과거사에 대한 성의 있는 사과,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야 마땅하다. 이 같은 양국 정상의 노력이 한일간 해묵은 갈등을 넘어 미래로 갈 수 있는 바탕이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