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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경제 항산항심] 짝사랑 외교의 정치경제학

남종석 전국공공연구노조 정책국장

  • 남종석 전국공공연구노조 정책국장
  •  |   입력 : 2023-03-20 19:59:48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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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6일 한일 정상회담 결과 일본은 한국에 대한 무역제재를 철회하고 한일군사정보협정도 복원하기로 했다. 한국 정부가 강제징용 노동자들에 대한 일본 전범기업 배상 대신 한국 기업이 참여하는 제3자 보상 방안을 제안한 것에 대한 대응이었다.

2018년 대법원은 식민지 지배의 불법성에 근거하여 전범 기업들이 자행한 강제징용 노동자들에 대한 배상 책임을 판시했으며 이에 응하지 않을 시 일본 전범기업의 국내 자산 강제 매각을 하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일본은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핵심 소재(순도 99.999% 불화수소, 불화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에 대해 전격적인 수출규제를 단행하고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했다. 무역에서 일본의 화이트리스트란 일본이 자국 수출 관련 특정 심사 목록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것을 일컫는다.

일본의 무역 조치를 예상치 못했던 문재인 정부는, 이후 소재 부품 장비 산업에 대한 투자를 크게 늘리고, 일본으로부터의 소재·부품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성과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고순도 불화수소의 일본으로부터의 수입 비중은 수출 규제 이전 50% 중에서 10%대로 40%포인트 감소했다.

그러나 포토레지스트의 일본제품 수입의존도는 2019년 1월 92.9%였는데, 2021년 여전히 87% 이상 의존하고 있고, 불화폴리이미드 수입의존도는 90.3%에서 2021년 94.7%로 올라갔다. 포토레지스트의 일본으로부터 수입은 소폭 감소했지만 벨기에 현지 투자된 같은 일본기업으로부터 수입이 증가하면서 사실상 일본산 수입의존도는 오히려 올라간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의 경우 국산화가 이뤄지고 있지만 일본에서 핵심 원료를 수입해서 국내에서 가공한다. 세계 반도체 시장의 수요 변동이 소재 수입량 변화의 주된 요인이지 수출규제는 부차적이다.

이 분쟁에서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 규제를 하려던 일본과 이에 대응하여 소부장 독립을 외친 한국 정부의 희망은 모두 빗나갔다. 일본은 반도체 소재 수출을 규제하면 한국 반도체 생산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판단한 점에서 오류를 범했다. 한국 기업이 가장 큰 고객이기에 일본 기업들은 어떻게든 규제를 피해 가면서 한국에 자사 제품을 수출했다. 한국 반도체 기업도 높은 질과 상대적으로 저렴한 일본 제품을 여전히 선호한다.

한국 정부가 간과한 점은 소부장 독립을 소리 높여 외쳤지만 산업 현실은 그렇게 단시간에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에칭가스와 같은 고순도 불화수소에 대해 일본으로부터 수입 비중을 크게 낮췄지만 나머지 두 제품의 일본 기업으로부터 수입 비중은 줄어들지 않았다. 정밀화학 소재 관련 기술들은 많은 부분 비공식적 기술(체화된 기술)로서 쉽게 확산 되거나 모방하기 어렵다. 정밀화학소재 개발이 그렇게 쉬웠다면 한국이나 중국은 이미 예전에 자국에서 생산했을 것이다.

수출규제 해프닝으로 일본 기업들도, 한국 기업들도 영향받지 않았다는 말이다. 일본은 여전히 주요 소재 부품 장비를 한국에 수출함으로써 대한국 수출 흑자를 기록하고 있고 한국 기업들은 유럽이나 미국 제품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일본 소재 부품 장비 제품들 선호한다. 일본이 꾸준히 한국에 대해 무역 흑자를 누리는 이유다. 이런 사실은 윤석열 정부의 ‘치우친 일본사랑 외교’의 문제점을 곧장 드러낸다. 반도체 소재를 둘러싼 양국 간의 갈등에도 불구하고 수출입 문제는 크지 않았다. 일본 정부의 무역 제한 조치를 철회하기 위해 일제 강제동원 노동자 배상 문제와 관련하여 한국이 일본 측의 요구를 전적으로 수용하면서까지 굴종적인 외교를 할 필요는 없다는 의미다. 실익이 뚜렷하지 않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는 한·미·일 안보동맹 강화가 한국 경제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 기대해 미국 일본과 친화적인 행보를 계속하는 듯하다. 그러나 한국의 일방적인 퍼주기 외교가 국익을 악화시킬 수 있음을 간과해선 안 된다. 미국은 동맹의 가치를 중시하지만 반도체법이나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통해 한국에 청구서만 날리고 있다. 우리에겐 뚜렷한 실익이 없다. 그럼에도 윤석열 정부는 안보동맹이 곧 경제적 이익이 될 것처럼 행동한다. 왜 일방적인 짝사랑 외교만 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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