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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놀토’ 대신 ‘놀금’

  • 강필희 기자 flute@kookje.co.kr
  •  |   입력 : 2023-03-21 19:43:56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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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외국인은 가능하면 오전에 현지 바이어를 만난다. 두바이는 점심시간이 2시간이고 이후에도 업무가 원활하지 않아서다. 지난해부터는 모든 정부 부처가 금요일 오후부터 쉬는 주 4.5일제를 시행 중이다. 여름휴가를 위해 1년을 열심히 일한다는 프랑스는 복지 수준이 높은 유럽연합(EU)에서도 노동시간이 짧기로 유명하다. 정년을 늘려 연금 개시일을 늦추자는 마크롱 대통령의 개혁안에 극렬 저항하는 건 어쩌면 프랑스인에게 당연하다.

20여년 전 우리나라에 토요일과 일요일을 연달아 쉬는 주 5일제가 도입됐을 때 집에서 온전히 보내는 토요일이 낯설어 갑자기 실업자가 된 기분이 들었다는 사람이 많았다. ‘월화수목금금금’을 ‘왕년의 무용담’처럼 자랑하던 이들이 주로 그랬다. 상대적으로 젊은 직장인들은 ‘놀토’를 즐기기 위해 동아리에 가입하거나 취미생활을 만들었고 사정이 좋은 회사는 지원금까지 나눠줬다. 하지만 그 반대편의 저임금 근로자들은 수당이 높은 토요 근무를 자원하거나 주말용 아르바이트를 찾아다녔다.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를 보면 취업자의 희망 근무시간은 주당 36.7시간이다. 하루 8시간 근무로 치면 주당 4.5일인 셈이다. 20대의 희망시간은 주 35시간으로 30대 이상보다 더 짧았다. 나이가 어릴수록 장시간 근로에 대한 거부감이 큰 것이다. 정부는 당초 초과근로가 주 52시간으로 고정된 것을 주 월 분기 연 등으로 단위를 다양화 하고 주 최대 근로도 69시간까지 확대할 수 있게 개편하려 했으나, MZ세대의 강한 저항에 부딪혔다. 일은 몰아서 했는데 휴식은 못하면 어쩌느냐는 우려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주당 60시간 이상은 무리”라고 한발 물러섰지만, “그럼 60시간은 괜찮은 거냐”고 여전히 펄쩍 뛰는 게 이들이다.

MZ세대의 직업관을 보여주는 일화가 한때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였다. 젊은 직원이 연차를 내면서 사유란에 ‘생일 파티’라고 쓴 것이다. 인사팀 상사가 타박하자 그 직원은 “이보다 더 정확한 사유가 있나요”라며 오히려 반문했다.(‘이젠 2000년생이다’·허두영) M세대에게는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 ‘워라밸’, Z세대에게는 일이 삶에 스며들었을 뿐 전부가 아니라는 ‘워라인’(work life integration·일과 삶의 통합)이 대세라고 한다. ‘놀토’에도 익숙하지 않은 세대와 ‘놀금’ 하자는 세대의 간극이 근로시간 개편 갈등의 본질인지 모른다.

강필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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